
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상생임금위원회 발족식에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이재열 공동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상생임금위원회는 임금체계 개편 및 공정성 확보, 격차 해소 등 이중구조 개선 문제를 다룬다. 뉴스1
정부가 노동시장의 임금과 이중구조 문제를 국가 재난 차원으로 다루기로 했다. 그 해법을 모색할 범정부 컨트롤 타워가 2일 출범했다. 상생임금위원회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 교수가 공동위원장을 맡는다. 위원으로는 학계와 노동계, 경영계를 망라하는 전문가 13명과 기획재정부·교육부·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보건복지부·고용부·공정거래위원회 등 7개 부처 차관보·실장급이 참여해 총 23명으로 꾸려진다. 국가 차원에서 이중구조와 임금문제를 총괄하는 사회적 논의체다.
권창준 고용부 노사협력정책관은 "노동개혁 과제 중 특정 사안을 두고 이런 형태의 사회적 총괄 논의체가 대통령실(예전 청와대)이 아닌 범부처 컨트롤 타워 형태로 출범한 것은 최초"라며 "상당히 파격적인 기구"라고 말했다. 권 정책관은 "그만큼 임금 격차와 그로 인해 파생된 이중구조 문제가 국가 재난에 준한다는 판단을 정부가 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생임금위가 단순히 임금 체계를 다루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임금을 매개로 벌어지는 이중구조를 해결하는 중심 추진체계이자 논의의 허브 역할을 한다는 얘기다.
권순원 부위원장(숙명여대 경영학)은 "상생임금위는 노동개혁과 관련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내 자문단을 비롯한 여러 논의체의 논의를 묶고, 각 부처의 정책에 이식하는 활동을 연계하는 형태로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명목상의 정부 위원회가 아니라 매월 정책 판단이 필요한 이슈를 선정해 논의하고, 분기별로 주요 정책방안과 권고문을 낼 계획이다. 여기서 나오는 권고 또는 결정은 곧바로 각 부처의 정책에 반영된다. 정책 반영 실태는 대통령실에서 직접 수시 점검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정식 장관은 "현행 노동규범은 소수 기득권을 보호하는데 집중돼 하청·비정규직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며 "이중구조 개선은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의 궁극적 목표이며, 그 핵심고리가 바로 임금"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 임금체계 유형.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상생임금위가 출범과 동시에 중점 논의 과제로 선정한 것은 다섯 가지다.
우선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구현을 위해 원·하청 간 임금 격차가 심각한 업종을 대상으로 격차 실태조사를 하고, 원인을 분석한 뒤 결과를 공표한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은 정규직이나 비정규직, 원·하청 소속을 따지지 않고 같은 일을 하면 비슷한 임금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개념이다.
상생임금위는 또 미국의 급여투명화법을 비롯해 해외의 임금 투명성 정책과 임금 차별 방지 정책을 분석해 도입 방안을 논의한다. 논의 결과에 따라 임금 공개 등 투명성 강화 정책을 도출해 정책에 반영할 방침이다. 미국 뉴욕시와 콜로라도주, 캘리포니아주 등은 급여투명화법을 시행해 연봉의 상·하한선을 공개하고 있다. 성별과 인종 간 격차를 줄이고, 노동시장에서 소수자와 여성의 경쟁력을 돕기 위한 목적이다. 근로자나 하청업체는 경력과 보유 역량에 맞는 임금 협상을 벌일 수 있게 된다.
상생임금위는 이와 함께 임금체계를 호봉제에서 직무·역할·성과급 등으로 개편한 기업에 대해 세제 혜택, 각종 지원금 우선 선정 등의 차등적 인센티브 지원 방안과 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다. 역으로 임금체계 개편을 거부하는 기업에 대한 디스 인센티브도 논의한다.
이외에 원·하청 상생임금 확산 모델을 개발하고, 임금 격차 해소와 임금체계 개편 등에 대한 종합 대책을 담은 '상생임금 확산 로드맵'을 마련할 방침이다.
상생임금위는 이같은 다섯 가지 과제에 더해 통상임금·평균임금·최저임금 등 임금제도의 현대화 방안 마련에도 나선다는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열 위원장은 "우리 노동시장은 노동법제와 사회안전망으로 보호받는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12%와 보호에서 배제된 중소기업 근로자와 비정규직 등 88%의 구조로 돼 있다"며 "이런 이중구조는 청년의 희망을 박탈하고 근로자를 제약해 국가적 재난에 버금가는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런 문제의식에 기반해 근본적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