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의 핵심 중 하나인 함반토타 항구 프로젝트. 신화통신
함반토타는 스리랑카 남단에 위치한 항구다. 인도아대륙에서도 가장 남쪽에 위치한 항구 도시다. 스리랑카에서 북쪽에 있는 수도 콜롬보항 다음으로 크다. 함반토타는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의 핵심에 해당한다. 아시아와 중동의 중간, 인도양의 한복판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 때문이다.
이 항구는 21세기에 중국의 손에 운영권이 넘어갔다. 2017년 7월 스리랑카 정부는 함반토타 항만의 99년 운영권을 중국 기업인 자오상쥐(招商局‧China Merchants Group Limited‧CMG)에 넘겼다. 항만 인프라 건설을 위해 중국으로부터 막대한 자금을 대출했지만, 운영이 여의치 않아 대출금을 변제할 길이 막히자 이를 넘길 수밖에 없었다. 자오상쥐는 중국 국무원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国資委‧ASAC)가 주식의 100%를 소유하고 있다. 형태는 홍콩에 등기한 주식회사이지만 비공개라서 사실상 중국의 국유기업이다.
자오상쥐는 해운업으로 시작해 조선‧항만‧고속도로‧물류시설 등을 관리 운영하고, 부동산 개발과 금융업 등을 하는 초대형 복합기업이다. 산하에 자오상은행(招商銀)이 있어 인프라 투자와 금융을 연결해 시너지를 내고 있다. 자오상은행은 중국의 8대 은행과 5대 보험회사 등 13대 초대형 금융 업체를 가리키는 팔행오보(八行五保)의 하나다. 자오상쥐는 2017년 4월 중국외운장항그룹(中国外運長航集団‧Sinotrans)를 흡수‧합병해 중국 2위 규모의 선단을 운항하는 거대 복합기업이 됐다.
자오상쥐가 운영권을 확보한 함반토타의 전략적 가치를 살펴보자. 한마디로 동서양을 연결하는 해상물류와 태평양‧인도양을 아우르는 장거리 해군 작전의 급소와도 같은 곳이다. 인도양을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는 지정학적‧지경학적‧군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서다. 육상으로 치면 적의 활동을 살피기에 적합하도록 주변을 두루 굽어볼 수 있는 ‘감제고지(瞰制高地‧Commanding Heights)’에 해당한다.
이 항구의 동쪽으로는 인도의 동부인 벵골만이, 서쪽으로는 인도의 서부인 아라비아해가 펼쳐진다. 아라비아해는 파키스탄과 오만도 접하는 바다다. 함반토타의 남쪽은 남극까지 인도양이 펼쳐진다. 사실 인도양은 해양지리적으로 벵골만과 아라비아해는 물론 그리고 스리랑카와 몰디브 사이의 래카다이브해, 그리고 미얀마 남쪽과 태국 서쪽에 위치한 안다만해 등 지역 바다 모두를 아우르는 용어다.
남아시아의 남쪽과 아프리카의 동쪽, 호주와 인도네시아의 서부를 모두 포함하는 대양이다. 태평양‧대서양‧남극해‧북극해와 함께 지구의 5대 대양이다. 면적이 7056만㎢로 태평양(1억 6873만㎢)과 대서양(8513㎢)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넓으며 지구 표면의 19.5%를 차지한다. 육지와 만나는 해안선 길이가 6만 6526㎞로 역시 3위이며 지구 전체 해안선의 17.6%에 해당한다.
게다가 함반토타는 글로벌 해상 물류의 급소와도 같다. 유럽에서 수에즈 운하와 홍해, 그리고 좁은 바브엘만데브 해협과 아덴만, 아라비아해를 지난 컨테이너선과 페르시아만(아라비아만)에서 협소한 호르무즈 해협과 오만해와 아라비아해를 거친 유조선이 모두 스리랑카 남부에서 만난다. 근처를 지나는 게 최단 거리이기 때문에 항로 상 인근을 지날 수밖에 없다. 그런 다음 믈라카 해협을 통과해 싱가포르와 남중국해를 거쳐 한국‧일본‧중국 등 동아시아로 이어진다. 아프리카 동부와 아시아를 잇는 항로이기도 하다.
그 반대 방향의 항로도 마찬가지다. 함반토타는 전 세계 제조업 강국이 모인 동아시아로 중동의 에너지와 아프리카의 자원이 지나가고, 동아시아의 산업기지에서 제조한 상품이 지나는 해상 길목이다. 이는 함반토타라는 항구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과거 서양에서 실론으로 불렸던 스리랑카라는 섬나라의 전략적 가치와 연결된다.
해양지리상 이렇게 중요하다 보니 해양무역세력이 노릴 수밖에 없다. 일찍이 무역풍을 이용해 중동 지역과 인도를 오갔던 아랍 무역상이 14세기부터 이 지역을 들락거렸다. 당시 이슬람 세계의 무역은 지리상 유리한 지금의 오만 지역 상인이 주도했다. 비록 픽션이지만 『아라비안나이트』와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아라비아 뱃사람 신밧드가 오만 사람일 것이라는 추측에 이의를 다는 사람이 별로 없을 정도다. 고려의 수도 개경 바깥쪽의 무역항 벽란도에 도착한 것으로 기록되는 하산‧알리 등의 이름을 가진 뱃사람도 마찬가지다.
아랍 선원과 상인들은 오늘날 스리랑카를 거쳐 믈라카 해협, 남중국해를 지나 중국에 상관을 설치하고 무역활동을 했다. 이슬람 세력의 교류 중심지가 되면서 이 항구엔 동남아시아의 말레이에서 이주한 주민이 대거 거주하기도 했다. 함반토타의 어원이 말레이어라는 주장도 있을 정도다. 오랜 교육의 중심지였던 셈이다.
서양의 해상 세력도 이를 놓치지 않았다. 과거 대항해 시대와 제국주의 시대에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 진출했던 포르투갈(1597~1658)과 네덜란드(1640~1796)도 스리랑카의 일부를 점령했다. 뒤를 이어 영국(1815~1948)은 일부에서 시작해 이 섬의 전부를 통치했다. 함반토타에는 영국이 1804~1806년에 지은 석축 요새인 마르텔로 타워가 지금도 남아서 관광객을 받는다. 네덜란드가 1760년에 지은 함반토타 요새 자리에 지은 시설이다.
함반토타와 멀지 않은 스리랑카 남부 해안에는 16세기 포르투갈이 건설한 마타라 요새, 갈레 요새와 17세기 네덜란드가 세운 탕갈레 요새와 스타 요새가 있다. 탕갈레 요새는 현재 교정시설로 이용되고 있다.
인도는 이런 인도양에서 양자 또는 다자 해상군사훈련을 수시로 벌이고 있다. 인도가 세 척의 디젤 항공모함을 운용하고 있는 것도 인도양 수호 의지와 이 바다로 세력을 확장하려는 중국 세력의 억지에 목적이 있을 것이다. 인도는 영국 해군이 1959년 취역해 1982년 포클랜드 해전에 기함으로 활용했던 2만 3900t 급 허미즈 항모가 퇴역하자 1986년 이를 구입해 비라트(거인)함이라는 이름으로 운용하고 있다. 인도의 1번 항모다. 18대의 함재기를 운용할 수 있다.
2004년에는 소련 해군이 1987년 취역했지만, 소련 몰락 뒤 러시아 해군이 운용 비용 문제로 1996년 퇴역시켰던 4만 5400t 급 고르쉬코프 제독함을 2004년 23억 5000만 달러에 샀다. 개조와 시험 항해 등을 거쳐 2013년 비크라마디티야(태양처럼 용감한) 함이라는 함명으로 재취역했다. 인도의 2번 항모다. 미그(MiG)-29의 함재기 버전인 미그-29K 26대와 카모프-27 헬기 10대를 탑재할 수 있다. 배수량 기준으로 인도 해군의 최대 항모다.
인도는 2013년 29억 달러를 들여 서남부 케랄라 주의 코친 조선소에서 4만 5000t급 자체 건조 항모인 비크란트(용감한)함을 진수했다. 인도에서 건조한 첫 항모다. 최대 28대의 프랑스제 라팔 전투기와 미국산 F/A-18 전투기 등을 탑재할 수 있다. 시험 항해와 무장 설치 등을 거쳐 2022년 7월 28일 취역했다.
현재 아시아 최대 항모 보유국인 인도가 벌이는 해상군사훈련은 다채롭다. 대표적인 말라바르(Malabar) 훈련은 인도가 매년 미국‧호주‧일본과 벌이는 다자훈련이다. 싱가포르가 가끔 동참하지만 기본적으론 삼자 훈련으로 정착하고 있다. 1992년 인도-미국 양자 훈련으로 시작했지만 2007년 일본‧호주와 함께 싱가포르가 참가했다. 일본은 2015년 영구 참가국이 됐다.
훈련 장소는 인도 동부의 벵골만과 서부의 아라비아해는 물론 필리핀해와 일본 근해, 그리고 페르시아만(아라비아만)까지 확장되고 있다. 대잠수함 훈련과 함께 무기‧탄약‧마약 등을 운반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수상한 선박을 저지해 검사하는 해상저지훈련(MIO: Maritime Interdiction Operation 또는 Maritime Interception Operation)도 실시한다.
일본은 이 훈련에 공을 들여왔다. 미국‧호주와 함께 참가하면서 중국을 억제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실천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해상자위대의 대양해군화를 시도하는 분위기도 느껴진다. 2021년 열린 말라바르21 훈련에는 대테러작전과 비정규전을 수행하기 위해 2001년 창설된 일본 해상자위대의 특수부대인 특별경비대(特別警備隊‧Special Boarding Unit, SBU)가 처음으로 참가했다. 이 부대는 북한 공작선 침투 등에 대비해 승선검사‧무장해제 등을 할 목적으로 창설됐다. 2009년에는 두 척의 호위함과 함께 소말리아 근해에 파견돼 대해적 작전도 수행했다.
2021년 열렸던 말라바르21은 크게 세 단계로 진행됐다. 1단계 1부는 일본 해상자위대 SBU가 미국령 괌에 가서 미국 등 다른 나라의 특수부대와 전술 훈련을 했다. 1단계 2부는 일본 해상자위대의 헬기 항모인 가가함과 구축함(일본 분류로는 호위함)인 무라사메함과 시라누이함이 미 해군의 구축함 배리함, 인도 해군의 프리깃함 시발리크함, 대잠초계함 카드마트함, 호주 해군의 프리깃함 와라문가함 등이 참가한 가운데 필리핀해에서 연합 대잠수함 훈련을 했다.
일본이 이 훈련에 파견한 ‘2021년도 일본해상자위대 인도-태평양 기동부대(Indo-Pacific Deployment 2021·IPD)’ 함대는 제3호위전단을 개편한 부대다.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이라는 목표를 단호히 하고 강화할 목적에서 파견했다. 중국의 세력 확장을 저지하기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수행하기 위한 해외 청해(Blue Sea) 부대인 셈이다.
2부는 장소를 인도 동쪽의 벵골만으로 옮겨 미 해군의 칼빈슨 항공모함과 일본 해상자위대의 가가함과 무라사메함, 인도 해군의 구축함 란비제이함과 프리깃함 삿푸라함, 호주 해군의 급유함 시리우스함이 참가한 가운데 대대적으로 열렸다.
인도가 1995년부터 인도네시아‧싱가포르‧태국 등 동남아 국가 및 이웃 스리랑카와 격년으로 벌여온 해상군사훈련인 밀란(Milan)은 힌디어로 만남‧합류‧통일을 의미한다. 2003년에는 호주가, 2014년에는 뉴질랜드가, 2018년에는 오만이 각각 합류했다. 2022년 2~3월에는 프랑스도 동참해 항공모함 샤를드골함을 동원했으며, 모두 39개국이 참가한 대규모 훈련이 됐다.
인도는 일찍이 1983년부터 프랑스와 인도양과 지중해에서 바루나(Varuna)라는 이름의 해상군사훈련을 벌여왔다. 인도가 인도양을 자기 영향권 아래에 두기 위해 전 세계와 얼마나 치열하게 노력해왔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국은 함반토타 항구 99년 임대를 바탕으로 이런 인도양에 진출을 노리고 있다. 인도는 당연히 중국의 해군력이 인도양에 진출하는 것을 견제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미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의 잠수함 등이 인도양을 오가고 있다. 공해를 다닌다면 불법도 아니다. 다만 항모가 인도양을 오가거나 함반토타에 기항한다면 인도는 알레르기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미국·일본·호주는 인도·태평양 전략 차원에서 이를 막거나 견제하려고 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눈에 띄는 것은 인도와 앙숙이자 중국과 사실상 동맹인 파키스탄도 아라비아해에서 아만(Aman)이라는 이름의 해상군사훈련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에는 일본 해상자위대도 참가했다. 중국이 동맹국인 파키스탄을 앞세워 이 훈련에 참여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다만 시기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명분과 실리 모두를 위해서일 것이다. 중국의 위세와 인도양의 파고는 높아만 간다. 이 바다는 한국의 해상수송로이기도 하다. 이 파도를 누가, 어떻게 막을 것인가.
글 채인택 국제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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