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테러에 실명위기…노벨상 후보 루슈디 신작은 '가부장 맞선 여성'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이슬람 극단주의자로 추정되는 괴한에 피습 당했던 살만 루슈디가 오는 9일 새 소설을 출간한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이슬람 극단주의자로 추정되는 괴한에 피습 당했던 살만 루슈디가 오는 9일 새 소설을 출간한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이슬람 극단 세력으로 추정되는 괴한에 피습당한 뒤 은둔 생활을 해온 세계적 소설가 살만 루슈디(76)가 새 책으로 돌아왔다. 사건 당시 흉기에 찔려 한 쪽 시력과 팔을 잃은 그가 이후 5개월 만에 완결한 소설이다. 수년 간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꼽혔던 루슈디의 새 작품에 세계 문학계가 보내는 관심이 뜨겁다. 다만 외신들은 그가 전처럼 강연 등 공개적인 활동을 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30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루슈디의 책이 오는 9일 출간될 예정”이라며 “다만 살해 위협의 후유증에 시달리는 그가 출판 기념행사에 나타나진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출판사는 『눈 먼 암살자』, 『증언들』로 2000·2019년 부커상을 받은 캐나다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84) 등이 대신 온라인 기념회를 열 것이라고 전했다.

루슈디가 새로 발간하는 책은 14세기 고대 인도를 배경으로 하는『빅토리시티』다. 로이터=연합뉴스

루슈디가 새로 발간하는 책은 14세기 고대 인도를 배경으로 하는『빅토리시티』다. 로이터=연합뉴스

가디언과 뉴욕타임스(NYT) 등 보도를 종합하면 루슈디가 새 소설 『빅토리 시티(Victory City)』에서 천착한 세계는 14세기 고대 인도다. 인도 남부에 살던 9살 소녀 팜파 캄파나는 어머니의 죽음을 겪은 뒤, 신의 축복을 받아 새로운 문명 도시 ‘비스나가’를 건설한다. 이 과정에서 캄파나가 겪는 권력적 암투와 음모, 죽음, 숙명 등이 담겼다. 가디언은 “가부장적 세계에 여성이 왕국을 세우는 신성한 목적을 이루는 서사”라고 평가했다.

이번 작품이 특히 주목되는 건 루슈디가 피습당한 뒤 처음 내놓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8월 뉴욕의 한 강연장에서 흉기로 몸 10곳 가까이 찔리는 사고를 당했다. 피습 직후, 의료 헬기로 인근 병원에 옮겨져 큰 수술을 받았지만, 눈과 팔 한쪽씩 기능을 잃었다.

지난해 8월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의 한 강연장에서 루슈디가 괴한 하디 마타르에 피습당했다. 마타르가 현장에서 체포돼 끌려가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8월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의 한 강연장에서 루슈디가 괴한 하디 마타르에 피습당했다. 마타르가 현장에서 체포돼 끌려가고 있다. AP=연합뉴스

괴한은 레바논계 미국인인 하디 마타르(25)로, 피습 직후 2급 살인미수·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신분증을 위조해 강연 현장에 들어가는 등 계획적으로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NYT 등에 따르면, 그는 이슬람 극단세력인 헤즈볼라, 이란 혁명수비대 등과 관련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소셜미디어에 시아파 극단주의를 옹호하는 콘텐트를 모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루슈디를 향한 이슬람 세력의 테러 위협은 1988년 소설 『악마의 시』를 출판한 이후 계속됐다. 소설 속 예언자의 이름이 ‘마훈드(Mahound)’인데, 이는 이슬람의 무함마드를 조롱·경멸하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또 작품 속 12명의 창녀의 이름이 무함마드 부인들의 이름과 같았다. 결국 이듬해 2월 이란의 최고 종교지도자인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는 루슈디에 대해 290만 달러(35억 6700만원)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실제로 91년 일본에선 이 책의 번역자가 칼에 찔렸고, 이후 이탈리아·터키의 번역자들도 공격받았다.

이란의 최고 지도자였던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는 81년 2월 루슈디에 대해 290만 달러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EPA=연합뉴스

이란의 최고 지도자였던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는 81년 2월 루슈디에 대해 290만 달러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EPA=연합뉴스

인도 뭄바이에서 태어난 루슈디는 14세에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 케임브리지대에 진학해 역사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광고 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하다가 81년 『한밤의 아이들』을 펴내며 등단했다. 그는 이 작품으로 세계 3대 문학상인 부커상을 세 차례나 받았다. 『악마의 시』 발간 이후엔 소설가 조지프 콘래드와 희극 작가 안톤 체호프의 이름을 조합해 만든 가명 ‘조지프 앤턴’으로 활동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