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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케네디스쿨 만들길"…100억 기부한 '만다리나덕' 이규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법학을 전공한 한 기업가가 모교인 성균관대에 개인 재산 100억원을 쾌척했다. 이탈리아 패션브랜드 '만다리나덕'을 수입·판매하는 주식회사 나자인의 이규용(70)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이 대표는 재산 100억원을 헌납하며 “세계적인 미래전략 싱크탱크 연구기관을 만들어 달라”는 뜻을 밝혔다. 미국의 하버드 케네디 스쿨이나 일본의 마쓰시다(松下) 정경숙이 그가 생각하는 롤모델이다.

이규용 (주)나자인 대표가 31일 서울 청담동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이규용 (주)나자인 대표가 31일 서울 청담동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과학기술 분야에 관심을 갖고 기부하는 사람은 많지만, 기술이 제대로 발현되기 위해 필요한 정책과 제도에 대한 관심과 인식은 부족하다”며 “사회과학 전공자로서 정책이 시대 변화에 따라오지 못하면서 우리 사회에서 집단 이기주의와 양극화, 사회적 방만이 계속되는 상황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그는 “명망 있는 교수가 아니라 ‘스피릿’이 있는 젊은 학자들을 모아서 우리나라 정책을 선도하는 기관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돈은 벌기도 쉽고 잃기도 쉬운 것”

이규용 (주)나자인 대표가 31일 서울 청담동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이규용 (주)나자인 대표가 31일 서울 청담동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이 대표는 성균관대에서 법학(72학번)을 전공했다. 1977년 대우실업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했고 7년 만에 회사를 나와 금흥개발을 인수하며 사업에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금흥양행’이라는 이름으로 피혁 제품을 수출하는 일을 했지만 지금의 나자인은 수입 중심의 패션 기업이다.

그는 “회사에 몇 차례 고비가 있었는데 가장 어려웠던 게 업종 전환”이라며 “IMF 전후로 수출ㆍ제조업은 생명이 얼마 안 남았다는 걸 느꼈다.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야겠다는 생각에 신기술 분야의 스타트업에 여러 차례 도전했지만 다 실패했다”며 웃었다. 거듭된 실패를 딛고 일어나 나자인은 2021년 매출액 276억원에 달하는 지금의 브랜드 유통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 2010년 이탈리아 가방 전문 브랜드 ‘만다리나덕’ 상표권을 영구구매하고 독점 판매 권한 계약을 체결한 게 성장에 주효했다.

이 대표는 “나는 그렇게 대단한 부자가 아니고 회사도 작은 중소기업”이라며 “개인적으로 이제 인생 3막을 준비할 나이가 됐다. 건강이 허락하는 때 연구원의 발전을 지켜볼 수 있는 기간을 갖고 기부하는 게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돈은 벌기도 쉽고 잃기도 쉽다. 적은 능력으로나마 우리나라 미래 세대의 집단지성을 일으키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성균관대는 이 대표가 기부한 돈을 미래정책연구원과 미래정책대학원을 설립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국제관에서 열린 기금전달식에서 이규용 회장과 유지범 총장이 기금보드 전달식을 갖고 있다. 사진 성균관대학교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국제관에서 열린 기금전달식에서 이규용 회장과 유지범 총장이 기금보드 전달식을 갖고 있다. 사진 성균관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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