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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3이 '도박 총판' 됐다…중독된 아이들, 빚 갚으려 강도·학폭 [밀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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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중2, 청소년 도박실태 보고서 ②]

중학교 2학년 때 선배들을 따라 도박을 시작한 이진영(22·가명)씨는 중3 때부터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에 가담했다. 도박 사이트를 홍보하는 ‘총판’ 역할을 맡다가 아예 사이트 운영에 나섰다. 자신의 추천코드를 입력해 가입한 사람들이 돈을 충전하면 수수료를 받는 총판 수입이 성에 차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이트 운영 당시 이씨는 해외서버와 대포통장을 이용해 단속을 피했다. 회원 수는 600여명. 돈 욕심에 회원들에게 환전을 해주지 않는 ‘먹튀’ 행각도 벌였다. 그러다 결국 이씨는 2017년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보호관찰처분을 받았다. 수익 21억원도 모두 추징당했다.

온라인 도박에 몰두하는 청소년들은 2차 범죄의 유혹에 빠지기 마련이다. 이씨처럼 도박 사이트 운영에 가담하는 경우도 있지만, 도박자금 마련을 위해 학교폭력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말 서울 관악구의 한 중학교에서는 인근 고등학생들이 학생 8명에게 개인정보를 넘기라고 강요한 사건이 벌어졌다. 도박 사이트의 ‘총판’에게 돈을 받고 개인정보를 팔아넘길 계획이었다고 한다. 다행히 피해 학생의 학부모 중 1명이 개인정보 강요를 눈치채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실제로 개인정보가 넘어가는 일은 막을 수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개인정보를 빼내는 과정에서 학교 폭력과 비슷한 형태의 일들이 하나의 범죄 유형으로 반복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도박 때문에 학폭 가해자 된다...온라인 도박 '범죄의 늪'  

청소년 도박 중독이 2차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징후는 통계로 나타난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20년 소년범의 강도범죄 동기 1위가 '유흥·도박비(21.9%)'였다. 성인범(4.8%)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이다. 소년수형자 국선 변호인과 위탁 보호 위원 등을 맡고 있는심규보 ‘별을 만드는 사람들’ 대표는 “과거 청소년 범죄는 ‘화가 나서 때렸다. 오토바이 타고 싶어서 훔쳤다’ 등 무계획성·충동성이 특징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도박 빚 마련하느라’라는 답변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호 관악경찰서 SPO(학교전담경찰)는 “현장에서는 도박 자금을 마련하려고 동년배나 성인을 상대로 특수 협박이나 공갈, 성매매까지 강요하는 일도 있다”고 전했다.

한국도박문제 예방·치유원(이하 치유원)이 지난해 9~11월 케이스탯리서치에 위탁해 도박 게임을 해 본 경험이 있는 청소년 6968명에게 도박으로 인한 피해 경험을 물은 결과, 14.9%는 주변 사람에게 돈을 빌린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 13.4%는 가족 및 주변 사람들과 다툼 경험이 있다고 답변했다. 학교생활에 문제를 겪었다거나(9.2%) 남의 돈이나 물건을 훔치거나 었다(9.1%)는 응답, 자살 생각을 경험했다(8.8%)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청소년 도박 중독은 성인 도박 중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치유원이 2021년 도박 중독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벌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들의 도박유지기간은 1년 이상인 경우가 68.3%였다.

17살 때 온라인 도박을 시작한 김지민(가명,22)씨는 2000만원이 넘는 도박빚을 졌다. 지난해부터는 도박을 끊고 아르바이트를 해 빚을 모두 갚았다. 김씨는 ″한창 도박에 빠져 있을 때는 두 달 동안 친구들과 모텔에서 합숙을 하며 하루 종일 도박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17살 때 온라인 도박을 시작한 김지민(가명,22)씨는 2000만원이 넘는 도박빚을 졌다. 지난해부터는 도박을 끊고 아르바이트를 해 빚을 모두 갚았다. 김씨는 ″한창 도박에 빠져 있을 때는 두 달 동안 친구들과 모텔에서 합숙을 하며 하루 종일 도박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학교 안에 도박 체험 부스...미성중 특별한 실험 

전문가들은 정교하게 설계된 온라인 도박 예방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6월 학교보건법 개정으로 교내 보건교육에 도박 중독 예방이 포함되긴 했지만, “주입식 교육을 해봤자 효과를 보기 힘들다. 학생들 눈높이에 맞는 교육을 개발해야 한다”(우옥영 보건교육포럼이사장)는 지적이다. 또래 압력에 저항하는 방법, 금융 교육 등 청소년 도박 예방을 ‘생활기술 교육’의 일환으로 10년에 걸쳐 복합적으로 실시하는 영국 사례 등을 참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 관악구 미성중학교에서는 지난해 9월,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달간 '도박 체험 부스'를 운영했다. 학생들은 가상의 '칩'을 이용해 도박 체험을 했다. 미성중학교 관계자는 ″학생들이 직접 도박 체험 부스를 돌며 칩을 잃는 경험을 하게 했다″며 ″도박을 통해 돈을 벌 수 없다는 걸 깨닫게 하는 게 목적″이라 설명했다. 미성중학교는 지난해 서울시교육청 도박예방선도학교 중에서 우수한 성과를 내 대상을 받았다. 사진은 도박 체험 활동을 하는 학생들. [미성중학교 제공]

서울 관악구 미성중학교에서는 지난해 9월,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달간 '도박 체험 부스'를 운영했다. 학생들은 가상의 '칩'을 이용해 도박 체험을 했다. 미성중학교 관계자는 ″학생들이 직접 도박 체험 부스를 돌며 칩을 잃는 경험을 하게 했다″며 ″도박을 통해 돈을 벌 수 없다는 걸 깨닫게 하는 게 목적″이라 설명했다. 미성중학교는 지난해 서울시교육청 도박예방선도학교 중에서 우수한 성과를 내 대상을 받았다. 사진은 도박 체험 활동을 하는 학생들. [미성중학교 제공]

서울 관악구 미성중학교가 지난해 9월 한 달간 전교생을 대상으로 운영한 ‘도박 체험 부스’도 눈길을 끄는 예방 교육 사례다. 학교 측은 학생들에게 매일 코인을 지급해 이를 가지고 로또, 청개구리게임(거짓말을 하는 게임), 사다리 게임 등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학교 측은 코인을 많이 모은 학생에게 줄 상품을 다양하게 준비했지만, 누구도 상품의 주인이 되지 못했다. 부스를 돌 때마다 빈손이 된다는 걸 체험으로 깨닫게 된 것이다. 학교 관계자는 “온라인 도박으로부터 아이들을 차단할 수 없다면 알고도 하지 않을 수 있게 도박의 원리를 알려주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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