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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실손보험 간소화, 왜 막나" 與, 의협회장 불러 최후통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이 최근 실비손해보험 청구 간소화에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를 강하게 질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 국민의 편의를 돕는 제도를 의료계가 막아서자 집권 여당이 적극 개입하는 모습이다.

총대를 멘 건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다. 성 의장은 지난달 2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더는 늦출 수 없다”며 “의료계가 이를 거부한다면 입법으로 처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 의장은 회의가 끝난 직후엔 곧장 이필수 의협 회장과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을 자신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성 의장은 이 자리에서 “도저히 납득이 안 된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반대하는 제대로 된 이유를 어디 대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박 차관을 향해서도 “정부가 의료계 입김에 태도가 미온적”이라며 다그쳤다. 그러면서 “더 이상의 타협은 없다. 법안은 이제 무조건 ‘고’(go)”라는 최후통첩을 날렸다고 한다.

성 의장 측은 “당·정이 의료계의 우려를 불식시킨 중재안을 마련했는데도 계속 반대를 고집하자 성 의장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라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제도는 의료기관이 진료 후 증빙서류를 보험사에 온라인 전송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게 골자다. 현재는 대학병원 등 대형 의료기관이 아닌 경우 보험 가입자가 직접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영수증, 진료비 세부내역서 등 종이 문서를 떼서 보험사에 청구해야 한다. 이 과정이 번거로운 탓에 4000만명에 달하는 실손보험 가입자 대부분이 소액의 진료비에 대해선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미 2009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공론화했지만 의료계 반대로 입법은 14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의료계는 ‘어떠한 조건으로도 타협은 불가능하다’란 입장이다. 그동안 의료계는 ‘진료 정보’ 전송 중계기관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으로 지정되는 것에 대해 특히 반발이 거셌다. 건강보험 지급 심사를 하는 심평원이 중계기관으로서 급여 항목에 이어 비급여 진료 정보까지 축적할 경우, 실질적인 진료비 측정 권한이 심평원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이에 당정이 최근 중계기관을 심평원이 아닌 보험개발원으로 지정하는 대안을 마련했지만, 그럼에도 의료계는 “환자 개인정보의 안전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는 이상 기존의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겠다”(1월 31일 의협 성명)며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의협 관계자는 “중계기관이 심평원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며 “소비자 권익 향상을 가장해 보험사 배를 부풀리는 악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보험사가 이처럼 개인의 의료 정보를 쉽게 취득하게 되면 이를 활용해 보험 갱신, 가입 시 불이익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회원들이 2019년 11월 5일 서울 노원구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 지역사무소 앞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골자로 한 '보험업법 개정안' 철회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의료계의 반대 끝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은 20대 국회에서도 처리가 무산됐다. 뉴스1

대한의사협회 회원들이 2019년 11월 5일 서울 노원구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 지역사무소 앞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골자로 한 '보험업법 개정안' 철회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의료계의 반대 끝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은 20대 국회에서도 처리가 무산됐다. 뉴스1

국민의힘은 의료계가 계속해 반대할 경우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안(보험업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국민의힘 고위 관계자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데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당시 정책대안 공모에서 우선순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며 “피부로 바로 체감될 민생법안인 만큼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과 의료계의 갈등 전선은 더욱 첨예해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최근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에 더해 의료계 반대가 거센 ‘비대면 원격 진료’까지 합법화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의협은 거대 기득권 집단”이라며“국민 편의를 위한 일에 나서면 여론은 호응할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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