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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측 "강제구인 위헌, 없애야"…목청 높인 이유 따로 있다?

중앙일보

입력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사진은 지난해 11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뉴스1]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사진은 지난해 11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뉴스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측근들이 영장심사 전 강제 구인 제도에 대한 문제 제기에 나섰다. 해당 조항을 두고 이수진 의원(동작을)은 개정안 발의에 나섰고 구속기소된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은 위헌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현행 법제는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체포되지 않은 피의자도 일단 강제로 데려와 결과가 나올 때까지 붙잡아두도록 하고 있다(형사소송법 201조의2). 이는 “자발적으로 출석할 권리를 주지 않은 채 강제처분을 하는 것”이고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며 무죄 추정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는 게 이수진 의원의 생각이다. 이 의원은 지난달 11일 이런 내용의 형사소송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는데 함께 이름을 올린 19명의 의원 중 5명이 ‘처럼회(민주당 내 초선 강경파 모임)’ 소속으로 알려져 있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대장동 특혜 의혹과 관련해 뇌물 등 혐의를 받는 정 전 실장은 지난달 31일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에 해당 조항이 위헌인지 헌법재판소에서 따져보게 해 달라는 신청을 냈다. 대장동 사건을 ‘김만배→유동규→정진상→이재명’ 구조로 파악하고 있는 검찰은 정 전 실장을 이 대표를 잡기 위한 마지막 키맨으로 보고 있다. 정 전 실장의 변호인인 이건태 변호사는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없어도 구인영장이 발부되는 건 문제”라며 “자발적 출석이 가능한데도 강제적 출석만 강요한다”고 주장했다.

검사 출신인 이 변호사는 “심문 직전 1시간가량이 피의자에게 중요한 시간인데 이때 변호인과의 관계가 차단돼 실질적으로 변호인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며 “도주 우려가 있으면 검사가 체포영장을 받아서 체포할 일이지, 무조건 구인해 수갑 채워 법정에 가게 되면 불필요한 구속일 뿐 아니라 피의자가 위축돼 방어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방법원의 한 판사도 “도주 우려가 없는 피의자까지 일률적으로 구인하는 것에 대해선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웅석 서경대 법학과 교수는 “영장실질심사는 피의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만든 제도인데, 피의자를 위한 심문을 하는데 피의자를 강제로 끌고 와서 하면 되겠느냐”는 견해를 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동작을). 김상선 기자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동작을). 김상선 기자

‘피의자의 자진 출석’에 회의적인 검사들은 의견이 다르다. 지방검찰청의 한 차장검사는 “구속영장을 청구할 정도면 도주 우려가 있다고 수사기관에서 일차적 판단을 한 것”이라며 “구속영장 청구했단 사실을 통보만 해도 그 순간에 도주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강제구인이 없다면) 더 많이 도망가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지방검찰청의 한 검사장은 “정 전 실장 같은 정치인이나 사회적으로 이미 알려져 있으니 ‘내가 어디 도망가겠느냐’ 하겠지만 상해·강간·살인 같은 대부분의 구속사건에서는 지금도 피의자가 도주해 기소 중지되는 사건들이 많다”면서 “사법제도는 국가의 근간을 이루는 것인데 정치인을 기준으로 제도를 만들어 버리면 안 된다”고 말했다.

법조계 일각엔 친명그룹의 이같은 문제 제기 자체가 다른 목표를 위한 수단 아니냐는 의심섞인 시선도 있다. 한 변호사는 “피의자를 변호하는 입장에서는 강제구인이 가혹하다고 보이기도 한다”면서도 “해당 조항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건 재판 지연 목적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위헌법률 제청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본 재판은 헌법재판소에서 결론을 내릴 때까지 중지되기 때문이다. 민주당 내에선 같은 조항에 대해 이재명 대표 측근들이 국회와 법원에서 각각 목소리를 내는 게 다소 공교롭단 해석도 나온다. 비(非)명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정무적인 판단이 개입됐을 순 있으나 논쟁 가능한 쟁점이니 문제 제기 자체를 비난할 순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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