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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로 날라야 할 판”…르노·쌍용차 수출 빨간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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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르노코리아가 2020년 12월 부산항에서 XM3의 수출 물량을 선적하는 모습. [사진 르노코리아]

르노코리아가 2020년 12월 부산항에서 XM3의 수출 물량을 선적하는 모습. [사진 르노코리아]

“해가 바뀌고 한 달이 지났는데 아직도 올해 수출 물량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쌍용자동차 관계자)

“현금이 있어도 배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가늠하기 힘들다.”(르노코리아자동차 관계자)

자동차 운반선 부족으로 국내 완성차 기업의 ‘수출길’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급기야 컨테이너선을 활용하는 방안까지 나왔다.

1일 쌍용자동차에 따르면 이 회사는 현재 올해 수출 물량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기업회생 절차를 벗어나 지난해 4분기 6년 만에 분기 흑자를 기록한 쌍용차로선 속이 타들어 가는 상황이다. 지난해 4만5000여 대를 수출한 쌍용차는 수출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운반선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그동안 계약해온 선사도 ‘더는 물량을 늘릴 수 없다’며 난감해하고 있다”며 “수출 여력은 되지만 운반선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11만7000여 대를 수출해 내수보다 수출에 주력하는 르노코리아도 자동차 운반선 부족으로 머리를 싸매고 있다. 전용선 확보와 높아진 수출 물류비가 걱정거리다.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항공에 빗대면 수출을 할 때마다 전세기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중·장기 관점에서 운반선 부족이 언제 해결될지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다만 현대차그룹은 자회사 현대글로비스와 장기 계약을 맺고 있어 수출용 자동차 운송에 차질이 없는 상태다. 한국GM도 장기로 운반선을 계약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다.

자동차 운반선 부족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코로나19 이후 자동차 운반선 발주가 감소한 게 일차적인 원인이다. 여기에 2020년 국제해사기구(IMO)가 환경 규제를 강화하면서 운항을 멈추거나 폐기된 선박이 늘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글로벌 자동차 운반선은 코로나 직전 770여 척에 달했으나 최근에는 750여 척으로 감소했다.

공급 부족으로 자동차 운반선 용선료는 다락같이 올랐다. 6000CEU(자동차 6000대를 실을 수 있다는 의미)급 운반선의 용선료는 2021년 하루당 2만 달러(약 2400만원)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하반기에는 10만 달러(1억2300만원)를 넘어서기도 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용선료의 경우 새해 들어 상승세를 벗어났지만, 공급 부족으로 현금을 들고 있어도 배를 구할 수가 없다”며 “장기 계약을 맺은 양산차 기업은 문제가 없지만, 단기 계약으로 수출 물량을 소화했던 기업은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팔을 걷어 붙었다. 해양수산부와 관련 업계는 자동차 운반선을 대신해 컨테이너선을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수출용 신차를 컨테이너에 실어 운송하는 안이다. 그동안 중고차의 경우 컨테이너에 실어 운송해왔는데 이를 신차에도 적용해 보자는 것이다.

40피트 컨테이너에는 승용차 기준으로 2~6대를 실을 수 있다. 다만 비용 증가가 문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컨테이너선을 활용할 경우 부산항 등으로 차량을 탁송해야 해 운송비 증가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자동차 운반선 전용 부두가 있는 평택항에는 대형 크레인 등 컨테이너 하역 장비가 마련돼 있지 않아 컨테이너선이 접안할 수 없다.

이에 따라 해수부는 자동차 컨테이너에 대한 항만 내 반입 기간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수출입 자동차 화물의 연안 운송 허용 범위를 기존 인천항·평택당진항 등에서 포항항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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