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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3억인데…22년째 5000만원 예금자 보호한도 늘어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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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50대 직장인 안석씨는 서로 다른 저축은행 3곳에 계좌를 갖고 있다. 한 곳에 5000만원 이상은 넣지 않는다. 5000만원은 금융회사가 파산하더라도 예금자가 정부로부터 보장받을 수 있는 금액의 최대한도다. 안씨는 “과거 저축은행 사태와 같은 일을 돌이켜보면 금융사에 문제가 생겨 내 돈을 떼일 수 있기 때문에 예금자 보호 한도를 지키려고 한다”며 “한도가 낮아 번거로운 면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가 연금 저축에 대해 별도의 예금자 보호 한도 신설 방침을 밝히며 예금자 보호 한도의 상향 여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특히 금리 인상으로 예·적금에 돈이 쏠리며 금융 소비자들 사이에선 2001년 이후 5000만원에 묶여있는 예금자 보호 한도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와 예금보험공사 등은 예금자 보호 한도에 대한 개선 방안을 오는 8월까지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예금자 보호 한도 상향이나 보호 대상 금융 상품 확대 여부 등을 검토해 복수의 안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금자 보호 한도는 말 그대로 예금자 보호 제도에 따라 금융회사가 파산 등으로 예금자에게 예금을 돌려줄 수 없게 됐을 때 예금보험공사가 금융회사 대신 지급해주는 최대한도 금액이다. 은행·보험사·저축은행·증권사 등 대부분의 금융사 원금 보장형 상품에 적용된다. 최근에 금리 인상 여파 및 증시 부진으로 뭉칫돈이 예·적금에 쏠리며 다시 주목받고 있는 제도다.

현재 보장 범위는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서 한 금융회사당 5000만원이다. 지난 2001년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된 이후 22년째 제자리다. 이에 그간 커진 경제 규모를 반영해야 할 때가 왔다는 견해가 나온다. 국내 예금은행의 원화 예금 규모는 지난해 10월 기준 1967조2900억원으로 2001년 1월(398조7882억원) 대비 약 5배 커졌다.

주요국에 비해서도 한도가 낮다. 미국은 25만 달러(약 3억700만원), 독일은 10만 유로(약 1억3300만원)이다. 이에 국회에서는 한도를 1억원으로 높이자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돼 있다.

하지만 정부가 쉽게 올리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한도 상승 시 금융회사가 나눠 내는 예금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 예금보험료는 현재 예금액 대비 은행 0.08%, 금융투자회사·보험사 0.15%, 저축은행 0.4%씩 거두고 있다. 보험료 인상이 금융회사의 부담으로만 그치지 않는다. 이 비용이 대출 금리 인상 혹은 예금 금리 인하 등의 방식으로 고객에게 전가될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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