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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윤슬이, 수술없이 심장병 치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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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퇴원을 앞두고 엄마 품에 안겨있는 윤슬이를 의료진들이 축하하고 있다. [사진 삼성서울병원]

퇴원을 앞두고 엄마 품에 안겨있는 윤슬이를 의료진들이 축하하고 있다. [사진 삼성서울병원]

저체중 신생아의 열린 동맥관(동맥관 개존증)을 막는 비수술적 치료에서 환자 최소 체중 국내기록이 1.1㎏으로 경신됐다.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송진영·성세인 교수팀은 지난해 11월 8일 생후 2개월, 몸무게 1.1㎏ 상태에서 동맥관 개존증으로 비수술적 폐쇄술을 받은 아기 윤슬이가 최근 건강히 퇴원했다고 1일 밝혔다. 임신 28주 4일 만에 세상에 나온 윤슬이는 출생 당시 몸무게가 680g인 초극소 저체중 출생아였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윤슬이는 이른둥이 가운데에도 작은 축에 속해, 태어났을 때 윤슬이보다 작은 아이는 전국을 뒤져봐도 드물었다”고 전했다.

윤슬이는 태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동맥관 개존증 진단을 받았다. 이는 자궁 내 태아의 혈액순환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동맥관이라는 혈관이 출생 후에도 계속 열려 있는 상태를 말한다. 동맥관은 생후 자연적으로 막힌다. 그러나 미숙아의 경우 동맥관이 계속 열려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아이는 심내막염·폐부종 등 합병증이 생기거나 심부전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

진단 이후 윤슬이 심장 기능은 하루가 다르게 떨어졌다. 치료를 서둘러야 했지만 윤슬이가 너무 작았다. 개복수술은 견디기도 힘들고, 시술하려고 해도 보통 아기가 6㎏ 이상 자란 뒤에나 치료기구를 쓸 수 있다. 송진영·성세인 교수팀은 2021년 12월 1.76㎏ 저체중 신생아를 시술한 경험을 되살렸다. 그 당시 국내 시술 사례 중 최소 체중 아이였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피콜로’라는 기구를 썼다. 작은 신생아를 위해 최근 개발된 피콜로는 직경이 최대 5㎜다. 윤슬이 다리 혈관을 통해 피콜로를 동맥관까지 이동시킨 뒤 기구를 펼쳐 열린 동맥관을 막는 데 성공했다.

결혼 6년 만에 어렵게 윤슬이를 얻은 엄마 김노을(40)씨는 “두 교수님과 신생아 중환자실 의료진 모두가 윤슬이를 자기 아이인 것처럼 애써주신 게 고마웠다”며 “아기를 잘 키워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윤슬이는 최근 몸무게가 3㎏을 넘기는 등 몰라보게 자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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