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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만에 1.8조원 대박…'국뽕'으로 돈 쓸어담은 中영화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국에서 코로나19 방역 완화 이후 영화관에 사람이 몰리기 시작하며 침체됐던 극장가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중국 박스오피스 집계 사이트 덩타(燈塔)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중국의 올해 영화 흥행 수입은 100억 위안(약 1조8000억 원)을 넘어섰다. 한 달 만에 벌어들인 것으로, 중국 박스오피스 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100억 위안을 돌파했다. 그 중심엔 중국 정부의 야심을 담은 작품과 애국 영화가 있다.

'유랑지구2'. 중국의 우주, 로봇 굴기 야심을 담은 영화다. 사진 스틸이미지

'유랑지구2'. 중국의 우주, 로봇 굴기 야심을 담은 영화다. 사진 스틸이미지

꽁꽁 얼어붙었던 극장가에 관객의 발걸음이 잦아진 건 지난해 12월 중국 정부가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하며 극장과 공연장의 관람 인원 제한을 해제한 결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영화계가 침체를 맞아 연간 총 흥행수익이 2021년 470억 위안(약 8조5600억 원), 2022년 300억 위안(약 5조4600억 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비약적인 성과다. 지난 1월엔 춘제 연휴도 껴 있어 관객이 더 몰렸다.

주목할 것은 현재 상영관에 걸린 흥행 1~10위 작품 중 '아바타: 물의 길'(이하 아바타2, 제임스 카메론 감독)과 '장화 신은 고양이: 끝내주는 모험'(조엘 크로포드 감독)을 제외한 8편이 모두 중국 영화란 점이다. 이 중에서도 특히 흥행을 견인한 작품은 중국의 우주·로봇 굴기 야심을 담은 '유랑지구2'와 외세 척결을 주제로 내세운 '만강홍(满江红)'이다. 두 작품 모두 연휴 기간에만 4000억 원 가까이 벌어들였다. 최근 몇 년 동안 중국 극장가를 장악한 '애국 영화' 강세가 여전히 지속하는 모양새다.

'로봇 굴기' 야심 담고 '애국심 고취' 자극해 흥행

중국 역대 흥행 영화 5위에 오른 '유랑지구'(2019). 최근 속편인 '유랑지구2'가 극장가에서 흥행을 주도하고 있다. 사진 스틸이미지

중국 역대 흥행 영화 5위에 오른 '유랑지구'(2019). 최근 속편인 '유랑지구2'가 극장가에서 흥행을 주도하고 있다. 사진 스틸이미지

가장 눈길을 끄는 건 한국 배우 클라라도 출연한 '유랑지구2'(궈판 감독)다. 2019년 개봉한 중국 최초의 SF 블록버스터 '유랑지구'의 프리퀄 영화로, 개봉 첫날인 지난달 22일 '아바타2'를 누르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이후 단 4일 만에 16억 위안(약 3000억 원)을 벌어들이며 '아바타2'의 중국 내 누적수익을 넘어섰다. 중국인이 위험에 처한 지구를 구한다는 줄거리의 전편이 역대 흥행 5위에 오른 데 이은 선전이다. 당시 '유랑지구'는 "기술적 우위로 미국을 넘어서겠단 중국의 야망을 가득 담았다"(워싱턴포스트)는 평을 받았다.

'유랑지구2' 역시 중국인이 지구를 구한다는 내용으로, 우주 굴기에 더해 로봇 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욕망까지 담았다. 일부 서방 언론에선 "전편보다 훨씬 더 야심 차다"(영국 가디언)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영화에 반복 등장하는 '전능한 로봇'은 로봇 산업에서 세계 1위를 노리는 중국의 비전으로 가득 차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로봇 시장으로, 최근 중국 정부는 '로봇 활용 실시 방안'을 내놓고 2025년까지 제조업용 로봇을 2020년 대비 두 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중국 극장가에서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영화 '만강홍'. 사진 영화포스터

중국 극장가에서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영화 '만강홍'. 사진 영화포스터

연휴 기간 '유랑지구2'를 제치고 1위에 오른 건 장이머우 감독의 '만강홍'이다. 12세기 남송을 침입한 금나라에 맞서 싸운 이야기를 담은 코믹 사극으로, 당시 활약한 장군 악비가 쓴 동명의 서사시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악비는 중국에서 여전히 영웅으로 추앙받는 이로, 전형적인 '애국 영화'라는 평이 나온다. '붉은 수수밭'(1988) '연인'(2004) 등으로 유명한 장이머우는 최근 애국심을 자극하는 영화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2021년에는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 '저격수'(2021)를 내놓았는데 지나치게 자국 중심적이란 비판을 받기도 했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영화 시장이지만 최근 들어 외국 영화의 비중과 영향력은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해 중국 영화관에 걸린 외국 작품은 59편으로 2019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앞으로도 중국 박스오피스에서 할리우드 영화가 휩쓰는 모습은 좀처럼 보기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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