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ㆍ8 국민의힘 전당대회 후보 등록일(2~3일)을 하루 앞두고 당권 레이스가 혼전 양상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열세였던 안철수 의원의 지지율이 치고 올라오자 양강 주자인 김기현ㆍ안철수 의원이 진흙탕 공방을 벌였다.
김 의원은 1일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이기는 캠프 대구 출정식’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윤석열 대통령과 신뢰 관계가 잘 형성되어있고 서로의 철학을 이해하고 가감 없이 민심을 전달할 수 있는 후보는 김기현”이라며 “미래권력에 대한 욕심으로 당내 분란을 만드는 게 아닌 손발을 맞춰서 일하는 일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안 의원 지지도가 높게 나온 것과 관련해선 “유의해야 할 지표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국민의힘 책임당원을 대상으로 한 조사가 아니어서 커다란 의미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전당대회가 책임당원(약 80만명) 100% 투표로 치러지는 만큼, 일반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는 실제와 다를 수 있다는 취지다.
세계일보ㆍ한국갤럽이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양자 대결 조사(지난달 26~27일)에서 안 의원(60.5%)은 김 의원(37.1%)을 23.4%포인트 차로 크게 앞섰다. 다자 대결 시에도 안 의원(42.8%)은 2위 김 의원(28.2%)을 오차범위(±4.9%포인트) 밖에서 앞섰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논란이 된 가수 남진씨, 배구선수 김연경씨와의 사진에 대해 김 의원은 “표현과정에서 다소 오해받을 소지가 있었다면 유감”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최근 김 의원은 “남진ㆍ김연경씨로부터 지지와 응원을 받았다”는 취지의 사진과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불쾌함을 표했다.
다만 이와 관련 “본인이 직접 해명하라”고 요구해온 안 의원에 대해선 “자꾸 본질과 벗어난 것을 갖고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이 구차스러워 보이니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안 의원이 “김 의원이 100% 윤심(尹心) 후보가 아닐 수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왜 자꾸 상대방 흠집 내기만 하는지, 언제까지 진흙탕 (싸움)할 건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안 의원도 이날 대구로 향했다. 대구 북을ㆍ서 당협 당원간담회에 참석한 그는 윤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유난히 잘 어울리는 연대, 윤ㆍ안 연대”라며 “이미 두 번에 걸쳐 증명했다. 처음에는 서로 단일화했고, 두 번째는 대통령직인수위를 하면서 아무런 잡음이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신과 윤 대통령을 “토트넘에서 손흥민과 해리 케인과 같은 승리의 조합”이라고도 했다.
안 의원은 지지율 상승세에 대해선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음 총선에서 한 표라도 더 가져올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점”이라며 “냉정하고 객관적인 생각이 전국적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 의원 측이 “안 의원은 당내 지분이 없어 약하다”고 비판한 데 대해선 “오히려 굉장히 장점”이라고 맞받았다. 안 의원은 “(지분이 많은 후보가) 대표에 당선되면 대거 낙하산 부대를 보내서 공천 파동 일으킨 적이 여러 번 있었다”며 “저는 계파가 없기에 절대 그런 짓을 안 하고 공정 공천 정당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남진ㆍ김연경 사진 논란에 대한 공세도 계속했다. 안 의원은 “만약 이런 논란이 총선에서 불거지면 우리 후보가 묻힌다”고 말했고, 캠프는 “이 사건은 거짓으로 홍보하고 거짓으로 대응한 본인이 반성할 사안이다. 우리 당이 배격해야 할 구태”(윤영희 대변인)라고 논평했다.
다만 과열양상에 당내 우려도 나왔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에 “부적절한 사진을 올린 사람이나 이를 유치하게 비난하는 사람을 보면서 과연 이 두 사람이 수장 깜이 되는지 회의가 든다”며 “정신들 차려라. 이번 선거는 여론이 아닌 프로 당원이 뽑는 선거”라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