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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삿돈은 내 돈?…5년간 21억 야금야금 빼돌린 직원의 최후 [사건추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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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다발. 중앙포토

돈 다발. 중앙포토

회삿돈 21억원, 5년간 ‘야금야금’ 이체

2016년 7월 경남 창원의 한 철강업체 사무실. 회계·경리 업무를 맡은 A씨(당시 40대)는 인터넷 뱅킹으로 관리해오던 회사 계좌에서 1000만500원을 이체했다. 송금처는 A씨 자신의 계좌였다. 사흘 뒤 A씨는 3000만500원을 또다시 본인 계좌로 이체했다. 이런 A씨 횡령 범행은 앞서 같은 해 4월 중순 회사 설립과 함께 재직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발생한 일이었다.

이후 A씨는 2021년 9월까지 약 5년간 적게는 1000만원, 많게는 1억원이 넘는 돈을 한 번에 자기 계좌로 송금했다. A씨가 100차례에 걸쳐 횡령한 회삿돈은 21억2100여만원에 달했다. A씨는 이 돈을 종종 주식 계좌로 다시 옮겼다. 생활비·카드대금·통신비·보험료, 심지어 자녀 용돈이나 헬스케어 제품 구매에도 썼다.

2억원 어치 유흥비·생활비, ‘법카’로 

게다가 A씨는 회사 업무 용도로 써야 할 법인카드도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 2017년 7월 창원의 한 전자제품 유통업체에서 업무와 관련 없는 가전용품을 살 때, 법인카드로 36만7000원을 결제했다. 이때부터 2021년 9월까지 2300여회에 걸쳐 법인카드 결제액은 2억3700만원으로 집계됐다. A씨는 법인카드를 유흥비·생활비 등에 쓴 것으로 조사됐다.

A씨 범행은 2021년 하반기 내부 사정으로 회사 계좌를 살피던 한 임직원에게 발각됐다. 회사가 추궁하자, 범행 사실을 털어놨다고 한다. 결국 A씨는 특정경제범죄사중처벌법상 횡령, 업무상 배임 혐의로 지난해 7월 재판에 넘겨졌다.

창원지방법원 자료사진. 연합뉴스

창원지방법원 자료사진. 연합뉴스

회사서 덜미 잡혀…법원 “징역 2년” 선고

창원지법 제4형사부(재판장 장유진 부장판사)는 A씨(50대)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A씨가) 범행 기간 중인 2017년 2월 28일부터 2018년 1월 26일까지 피해 회사의 감사였음에도 본분을 망각한 채 오히려 이 사건 범행을 통해 회사에 막대한 재산상 피해를 줬다”고 밝혔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법인카드 사용 내용 중 일부는 회사 비품 구입, 거래처 접대 등 피해 회사를 위해 사용했다”는 취지로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회사 비품으로 구매했다는 여러 전자제품은 회사가 아닌 A씨 주소지나 회사와 상관없는 장소로 배송됐기 때문이다. 또 A씨는 회계·경리 업무 담당자이지 영업직이 아니어서 거래처 접대를 할 이유가 없었을 보인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일부 회사 위해 썼다”, 재판부 인정한 무죄 금액 ‘365만원’

다만, 재판부는 2억원이 넘는 법인카드 사용 내용 중 365만3810원은 A씨가 개인 용도로 쓴 게 아니라고 봤다. 법인차 정비·보험료 납부에 법인카드를 사용한 사실이 인정되면서다.

A씨는 범행으로 회사에 입힌 피해액을 대부분 갚았다고 한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더라면 회사가 약 5년 동안 얻을 수 있었던 기회비용이 절대 작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A씨가) 피해액을 전부 변제한다 하더라도 회사의 경제적 손실이 모두 회복되었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A씨는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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