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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이와의 여행 즐기는 중국 Z세대, 왜?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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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시나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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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춘절 연휴 중국 국내 여행이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이동 자제가 완화된 연휴였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중국 MZ세대 사이에서는 모르는 사람과 떠나는 즉흥 여행이 트렌드로 떠올랐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중국은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춘절, 국경절 등 연휴에 인구이동을 통제하고 여행 자제를 권고하는 조치를 취했다. 특히 오미크론 확산이 이루어졌던 작년에는 더욱 엄격하게 통제했다.

그러나 올해 중국은 3년간 지속해온 춘절 기간 이동 자제를 완화했고 오히려 장려하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지난 27일 중국 관광부가 내놓은 춘절 기간 통계를 보면 3억 800만 명의 인구가 여행을 떠났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한 숫자다. 관광 수입은 3758억 4300만 위안(한화 약 66조 448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했다.

싼야. 사진 셔터스톡

싼야. 사진 셔터스톡

많은 이들이 춘절 기간 추운 날씨를 피해 싼야(三亞), 리장(麗江), 시솽반나(西雙版納) 등 따뜻한 지역에서 휴식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따뜻한 기후의 남쪽 지역 사람들은 북동쪽 지역을 방문하여 눈과 얼음이 가득한 겨울 풍경을 즐겼다.

규제 완화와 함께 중국의 관광업은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중국의 90년대생, 00년대생이 연휴 관광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낯선 사람과 일종의 번개 모임을 만들어 함께 여행하는 것이 이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중국 Z세대는 여행 가기 전에 모집공고 올린다

같이 여행 갈 사람을 구하는 SNS 모집공고. 사진 샤오훙수

같이 여행 갈 사람을 구하는 SNS 모집공고. 사진 샤오훙수

최근 중국의 젊은 세대는 여행을 계획하면서 여행 사이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가장 먼저 찾는다. 이들은 인터넷에 자신의 여행 계획과 간단한 자기소개, 여행 동반자에 대한 요구 사항을 나열한다. 조건을 보고 관심 있는 사람은 연락을 남기는 것이다. 수많은 중국 젊은 세대들은 친구나 가족이 아닌 인터넷을 통해 니즈가 맞는 여행 메이트를 찾아 여행에 떠나고 있다.

특히 최근 중국 젊은 세대의 여행은 여행 파트너뿐만 아니라 목적지까지 정하지 않고 떠날 정도로 즉흥적이라는 특징이 있다. 단체 여행 모집 게시물에서 ‘광시(廣西), 윈난(雲南) 지역은 모두 가능하다’, ‘눈 내리는 곳이면 된다’는 조건은 물론, ‘목적지가 정해지지 않았다’, ‘어디든지 좋다’고 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렇게만 봐서는 여행 모습이 쉽게 그려지지 않기도 하다. 낯선 사람들과 함께 춘절 여행에 떠난 중국 젊은 세대의 실제 사례를 소개한다. 중국 Z세대 A씨는 최고의 춘절 저녁을 보내기도, 번개 모임의 한계를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낯선 사람과 함께 하는 경험을 통해 더욱 넓은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 것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인터넷 친구 9명과 윈난 여행에 떠나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90년대생 직장인 여성 A씨는 작년 한 해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는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춘절 연휴 기간 여행을 가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주변 친구들과 직장 동료들 모두 연휴 기간 집에 돌아갔고, 그는 1월 6일 저녁부터 소셜 플랫폼에서 여행 파트너를 찾기 시작했다.

A씨는 카이보로차이징(開菠蘿財經)과의 인터뷰에서 “처음 낯선 사람과 단체로 여행을 떠나게 된 거라 그저 다른 사람이 구하는 여행 그룹에 끼어서 따라가는 멤버 역할을 하고 싶었다"라고 밝혔으나 “처음 들어간 그룹에서는 멤버들이 하나의 합의점에 도달하기 어려웠고, 어쩔 수 없이 조직자가 되어 여행 멤버를 모았다"라고 말했다. 몸과 마음을 편하게 쉬려고 시작한 여행이 복잡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본가는 장쑤(江囌)성 난퉁(南通)에 있고, 상하이(上海)에서 일하고 있는 A씨는 하이난(海南), 광시, 윈난과 같은 남부 도시로 여행을 가거나 북쪽 도시에서 눈을 보고 싶었다. 그는 가격, 날씨 등 다양한 요인을 전부 고려한 뒤 윈난성을 최종 여행지로 선정하고 인기 있는 리장, 시솽반나를 피해 1월 20일부터 1월 26일까지 다리(大理)-텅충(騰沖)-망시(芒市)를 여행하는 일정을 짰다.

숙박과 교통편을 예약하는 과정에서, A씨는 여행 노선이 렌터카로 관광하기에 적합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문제는 처음 팀을 꾸린 다섯 명의 여성 멤버 중 A씨 혼자만 운전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는 급하게 SNS에서 운전할 수 있는 여행 멤버를 찾았고, 최종적으로 24세에서 38세 사이의 남성 2명과 여성 8명이 멤버가 되어 여행에 떠났다.

다리(大理). 사진 소후

다리(大理). 사진 소후

그들은 각자의 출발지에서 다리로 모이기로 약속했고, A씨가 다리에서 망시까지 여정의 의견 수집, 숙박 예약, 비용 대납 등을 맡았다. 여행을 차근차근 진행하는 것이 여행 번개 모임 리더의 가장 큰 임무였다.

A씨는 이틀에 걸쳐 일정과 예산을 포함한 여행 계획을 문서 형식으로 정리해 위챗(微信, 중국 메신저 앱) 단톡방에 보냈다. 일반적으로 춘절 기간 여행 비용이 훨씬 비싸지만, 그는 1인 비용을 가능한 1만 위안 이내에서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섣달그믐날 밤 A씨는 여행 메이트들과 함께 새해맞이 식사를 했고, 첫 여행지인 다리에서는 시끌벅적한 연휴를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모든 순간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다음 날 두 남성 멤버가 따로 다니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는 이후 렌터카, 숙소 예약 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A씨는 빠르게 이전 모집 과정에서 여행 합류 의사를 밝힌 사람들에게 연락했고, 그중 한 여성이 합류할 수 있었다.

A씨에 따르면 돌발 상황이 여행을 즐기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오히려 예년의 설날처럼 연휴가 며칠 남았는지 생각하느라 조바심낼 필요가 없어졌고, 매 순간 다음 일정으로 어디를 갈지 생각하면서 충실하게 그 지역의 자연과 인문환경을 느낄 수 있었다.

다리시 어디를 가든 수많은 관광객이 있는 모습을 보면서 A씨는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다리시 얼하이(洱海)의 한 관광업자는 “12월 이전과 비교하면 다리가 완전히 활기를 되찾았다"라며 “예약이 폭주하면서 호텔·펜션 가격이 두 배로 뛰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A씨는  “앞으로도 계속 모르는 사람과 단체 여행을 갈 것”이라며 “다만 이번 경험으로 4명 내외로 인원수를 한정하고 약속을 잘 지키는 파트너를 찾아야 할 것 같다"라고 밝혔다.

A씨는 낯선 이와 여행하면서 여행지뿐만 아니라 타인의 세상까지 경험할 수 있었는데, 한 사람의 세상은 상상 이상으로 넓고 다채로웠다. 번개 모임 여행의 가장 큰 장점은 대화가 잘 통하는 상대를 만나면 친구를 사귀는 큰 소득을 얻을 수 있고, 잘 통하지 않아도 여행이 남는다는 것이다.

박고운 차이나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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