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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도 10년만에 적자…반도체 죽쑬 때 홀로 웃은 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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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연합뉴스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연합뉴스

SK하이닉스가 지난해 4분기 1조7000억원대 영업손실을 냈다. SK하이닉스는 1일 오전 진행한 실적발표회(콘퍼런스콜)에서 이같은 실적을 발표하고, 기존에 내놓은 투자 감축 계획(지난해 대비 50% 이상 감축) 외에 추가 감축은 없다고 밝혔다.

투자 감축으로 인한 경쟁력 약화 우려에 대해서는 선단 공정의 기술력을 이미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최소 상반기까지는 수요 부진으로 인한 ‘반도체 겨울’이 지속할 전망이어서 SK하이닉스로선 ‘고난의 행군’이 불가피해졌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전년도 설비투자와 펩 규모, 필수 인프라 투자 등을 고려하면 이미 적정 수준으로 투자했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큰 규모의 투자 축소로 볼 수 있지만, 올해부터 수요가 증가하는 DDR·HBM3·1a나노미터(㎚·10억분의 1m)·176단 기반 제품을 고객사 수요에 맞춰 공급하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투자 감축으로 인한 기술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데, 이미 신제품의 수율 안정화를 달성했다”며 “올해 투자 축소로 선단 공정 기술력에는 큰 변화가 없겠지만, 생산량에는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추가 감산·투자 축소 없이 ‘버티기’ 전략 구사할 듯

SK하이닉스는 올 1분기 D램 출하량이 전 분기보다 두 자릿수 줄어들고, 낸드는 한 자릿수 후반의 감소 폭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반도체 업황 악화에 대비해 레거시 반도체(구형 반도체) 등 수익성 낮은 제품의 웨이퍼 투입량을 축소했다”며 “올해 중 재고 정상화가 이뤄지고 내년엔 예상을 뛰어넘는 호황을 기대한다”고 했다. 다음 사이클을 대비해 계획을 넘는 감산이나 투자 축소 없이 ‘버티기’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전날 삼성전자도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기존 기조를 유지했지만 ‘기술적 감산’을 시사한 바 있다.

반도체 재고와 시장 상황에 대해서는 중국의 리오프닝과 신규 CPU 출시 등으로 하반기엔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SK하이닉스는 “업계 전반의 재고가 사상 최대 수준”이라면서도 “특히 서버는 모바일·PC 등보다 재고가 높은데, 하반기 신규 CPU 출시에 따라 차세대 D램인 DDR5 수요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또 “현재 재고가 DDR4에 집중돼 있고, DDR5는 2분기부터는 새로 쌓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DDR4 재고를 줄이고, DDR5를 늘리는 믹스전략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소비자 제품에 대해서도 “중국 리오프닝 이후 스마트폰 보조금 정책 등의 변화가 있으면 하반기 출시되는 신제품 위주로 고용량 제품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솔리다임도 메모리 둔화 영향…낸드보다 회복 빠를 것”

지난해 인텔로부터 인수한 솔리다임(옛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에 대해선 “전례 없는 메모리 수요 둔화를 겪으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출이 감소했다”며 “인수 첫해인 만큼 출범 관련 비용과 회계 처리로 비경상적 비용도 반영돼 실적이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분간 낸드 시황 악화로 인한 매출과 손익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판단된다”면서도 “지난해 솔리다임의 솔루션 역량을 활용해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고객군을 확대했다.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SSD 경쟁력을 확보하면 일반적 낸드 시황보다 회복이 빠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이 1조7012억원으로 전년 동기(영업익 4조2195억원)와 비교해 적자 전환했다고 이날 공시했다. 분기 단위 영업적자가 나온 건 2012년 3분기(-240억원) 이후 10년 만으로 PC·스마트폰 등의 부진에 따라 메모리 수요가 줄고 제품 가격이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4분기 매출은 7조6986억원, 순손실은 3조5235억원이었다. 연결 기준 지난해 영업익은 7조66억원으로 전년보다 43.5% 줄었고, 매출은 44조6481억원으로 전년보다 3.8%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순이익은 2조4389억원으로 74.6% 감소했다.

TSMC만 순이익 78%↑…4Q 글로벌 반도체 기업 고전

SK하이닉스뿐 아니라 삼성전자 등 대부분의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전날 발표된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을 보면 DS(반도체)부문 영업익은 2700억원에 그쳤다. 전년 같은 기간(8조8400억원)과 비교하면 96.9% 급감했다. 마이크론은 지난해 말 실적 발표에서 매출이 전년보다 46.9% 줄어 1억9600만 달러(약 2400억원)의 영업손실을, 인텔은 매출이 전년보다 31.7% 줄어 6억7000만 달러(약 82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고 발표했다. 대만 TSMC만 3250억 대만달러(약 13조37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한편 이날 SK하이닉스는 지난해 경영실적에 대한 초과이익분배금(PS)을 기준급의 820%(연봉 41% 수준)로 결정해 오는 3일 전 구성원에게 지급한다고 공지했다. PS는 연간 실적에 따라 1년에 한 번 연봉의 최대 50%까지 지급하는 인센티브다. 이달 중순엔 지난해 하반기 생산성 격려금(PI)으로 기본급의 100%를 지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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