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尹정부 지방대 살리기...'1곳당 1000억' 글로컬대학 키운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12월 12일 대전관내 한 대학교에서 대전시교육청 주최로 열린 2023학년도 정시 대전충청지역 대학입학정보박람회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2월 12일 대전관내 한 대학교에서 대전시교육청 주최로 열린 2023학년도 정시 대전충청지역 대학입학정보박람회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스1

교육부가 지역대학 관리·감독 권한을 중앙정부에서 지방자치단체로 넘기는 내용의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 구축 계획을 1일 발표했다. 영문화한 사업 이름(Regional Innovation System & Education) 앞글자만 따서 ‘RISE(라이즈)’ 라는 약칭을 붙였다. 수도권 집중화·학령인구 감소로 위기를 겪는 지역대학·지역사회를 끌어올리기 위해 지자체 주도로 대학과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대학재정 지원 권한, 지자체로 단계적 이양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이날 경북 구미 금오공대에서 라이즈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금오공대는 라이즈 우수 모델 중 하나다. 금오공대는 지난달 31일 인근에 있는 구미국가산업단지(구미산단) 입주 기업들과 함께 ‘지역 기업 맞춤형 교육과정’ 개설하기로 했다. 대학은 구미산단에 입주해 있는 기업들에 필요한 특화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해 인재를 키우고, 우수 졸업생은 산단 기업에 우선 취업할 수 있다. 임금도 대기업 수준에 맞춘다. 경북과 구미시 등 지자체는 교육프로그램 운영과 시설장비 구축에 들어가는 비용을 부담한다.

교육부는 금오공대처럼 ‘지역인재 양성-취업-정주’ 체계를 갖추기 위해 노력한 대학에 지자체가 더 많이 투자할 수 있도록, 2025년부터 중앙정부의 대학 재정 지원권의 상당 부분을 지자체로 넘길 계획이다. 그동안은 교육부가 목적에 맞는 대학을 선정해 개별 학교에 나눠줬는데, 앞으로는 예산을 통째로 지자체에 배분해 지자체가 지역발전에 필요한 대학·사업을 선정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청사진은 나오지 않았지만, 교육부는 2025년부터 대학재정지원사업 예산의 절반 이상을 교육부에서 지자체 주도로 전환한다고 했다. 17개 지자체로 보내질 대학지원사업 예산은 한 해에 총 2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내년까지 5개 시범지역 운영…글로컬대학에 1000억씩 지원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교육부는 우선 내년까지 5개 내외의 라이즈 시범지역을 선정해 운영하기로 했다. 지자체에 라이즈센터 등 대학 지원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사업 관리와 선정·평가를 위해 비영리 전담기구도 마련하도록 할 방침이다. 라이즈 시범지역 공모는 2일부터 21일까지 진행되며, 3월 초에 발표된다.

이에 더해 교육부는 지역별 글로컬(Glocal, Global+Local 합성어) 대학을 선정해 키운다고 밝혔다. 지역 내 대학들의 성장을 이끌면서 지역 발전도 선도하는 세계 수준의 대학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올해 10개교 내외를 선정하고 2027년까지 비수도권에서 총 30여개 대학을 선정할 방침이다. 글로컬대학으로 선정된 대학에겐 5년간 학교당 1000억원을 지원하는 등 중앙정부·지자체의 집중 투자와 각종 규제 특례가 적용된다.

글로컬대학 선정 기준, 방식 등은 올해 상반기에 발표될 예정이다. 이 부총리는 “파격적인 변화를 하는 대학이란 결국 자기희생을 감수하는 대학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대학 구성원의 동의나 희생 없이는 힘든 개혁을 정부에서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주도적으로 하겠다고 나서는 대학에게, 정부도 글로컬대학으로 지정해 지원을 보장할 것”이라고 했다.

“대학사업, 지자체장 공약 수단 될까 우려”…예산 배분도 난제

대학지원 권한이 지자체로 넘어가는 것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있다. 지자체가 중앙정부보다 정치적으로 민감하다 보니, 대학 발전보다 ‘표심’이 우선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원을 받기 위해 지역대학이 지자체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지역별로, 또 지역 내 대학별로 예산 배분을 어떻게 할지도 숙제다. 교육부는 이번 시범지역 선정 기준에서 ‘지자체 주도로 운영 가능한 대학지원 재원 확보의 적정성’ 등 지자체의 재정 능력을 본다고 했다. 하지만, 지자체 재정자립도는 비수도권 평균 41.3%로 낮은 수준이다. 비수도권 내에서도 세종시는 65.8%로 높고 강원도는 27.6%로 천차만별이다. 지자체의 대학 지원 경험이 부족했던 만큼, 제대로 지역 내 대학을 평가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있다.

결과적으로 지자체와 중앙정부 평가를 모두 받아야 하는 ‘옥상옥 구조’가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경북의 한 사립대 기획처장은 “오히려 지역 내 줄세우기가 심화될 것이고, 예산 편성의 공정성도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지금도 큰 대학에만 재정지원이 쏠리는데, ‘알아서 살아남아라’는 얘기를 지자체 권한 확대라는 말로 포장한 것”이라고 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일 경북 구미 금오공과대학교에서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구축 계획을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일 경북 구미 금오공과대학교에서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구축 계획을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 관계자는 “2025년까지 시범지역을 통해 예상되는 부작용이 실제 얼마나 발생하는지, 어떻게 해결할지 방법을 찾을 것”이라며 “다양한 전문가 그룹 및 지자체·대학과 협의할 것”이라고 했다.

“지역대학 노력 없으면 정부·지자체 지원도 도움 안 될 것”  

대학 현장에서는 예상되는 부작용이 있지만, 지역대학·지역사회를 살리기 위한 획기적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는 데는 공감했다. 정부·지자체뿐 아니라 지역대학의 능동적 변신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왔다. 조민식 국회입법조사관은 “지역대학도 정부와 지자체 지원에만 기댈 게 아니라 교육과정 개편과 학과 통폐합, 대학 간 통합 등을 통해 교육의 질과 대학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며 “지역대학의 노력이 없으면 정부·지자체 지원도 지역대학 발전에 도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범부처 인재양성 협의체 출범…“5대 핵심분야 인재 키울 것”

한편, 이날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제1차 인재양성 전략회의도 금오공대에서 열렸다. 인재양성전략회의는 대통령을 의장으로 관계부처 장관 등 정부위원과 교육·산업 분야 민간 전문가 약 30명이 포함된 협의체다. 정부는 인재양성정책이 부처별로 나눠져 있어 연계·협력이 부족하고 유사·중복 문제가 발생한다는 비판을 수용해 범부처 협의체를 만들어 대응한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 부총리는 라이즈 사업 외에 항공·우주 등 미래모빌리티, 바이오헬스, 첨단부품, 디지털, 환경·에너지 등 5대 핵심분야에 대한 인재 양성 방안을 단계적으로 수립할 예정이라고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