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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박연민 “무모한 도전이 지금의 나로 이끌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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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적 콩쿠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피아니스트 박연민은 "어려운 곡, 새로운 작품을 올리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최근 세계적 콩쿠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피아니스트 박연민은 "어려운 곡, 새로운 작품을 올리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재작년 부큐레슈티 에네스쿠 콩쿠르 우승에 이어 작년 위트레흐트에서 열린 리스트 콩쿠르에서 공동 2위에 올랐던 피아니스트 박연민(32).
콘서트홀, 교회, 극장 등 네덜란드 다섯 군데에서 열린 수상자 콘서트에 참여하고 귀국한 뒤 성남시향과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3번 협연,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스트 ‘토텐탄츠’를 연주하는 등 국내 연주회의 시동을 걸었다.

에네스쿠 콩쿠르 우승, 리스트 콩쿠르 준우승 #리옹, 하옌, 리스트 콩쿠르 모두 청중상 수상 #서울로 유학한 중학생 때부터 반주 아르바이트 #3월 목포시향 40주년 공연, 클래식FM 고정 출연

네덜란드와 국내에서 박연민의 연주를 들으며 느꼈던 건 한 몸에 지닌 대조적이고 모순 같은 성격이다. 박연민의 연주 세계에는 아담한 연못 같은 섬세함과 폭풍우처럼 휩쓸고 지나가는 해일 같은 에너지가 공존한다. 덧니가 매력적인 귀여운 외모에 손도 작은 편인 그의 연주에는 ‘반전’이 있다. 남성 피아니스트 못지않은 선 굵은 대담함으로 놀라운 연주를 들려준다. 그를 지난달 19일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에서 만났다.

“음악을 상상하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합니다. 악보를 보기도 하고 음악을 들으면서도 이렇게 흘러갔으면 좋겠다는 스토리텔링을 구체화시켜요. 그런 아이디어를 모으고 피아노 앞에서 그걸 익히죠. 피아노 치지 않을 때 곡에 푹 빠지는 시간도 중요해요.”

밥 먹는 것도 잊고 연습에 열중할 때가 많지만 연습을 거듭해도 잘 안 풀릴 때가 있다. 그럴 때 박연민은 그냥 놓아버린다. 조바심을 가지면 더 안 되니 음악을 듣거나 필라테스를 하거나 안 가봤던 곳들을 가보며 전환의 시간을 갖는다. 육체적·정신적 휴식과 힐링을 중요시하며 워낙 낙천적인 자신의 성격 때문이란다.

“다른 사람 같으면 포기할 어려운 도전들도 일단은 해봐요. 어려운 곡들, 새로운 작품을 올리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일을 처음 할 때도요. 무모한 도전이 저를 여기까지 밀어주었던 것 같아요. 언젠가 우주에서 피아노를 연주하고 싶습니다(웃음).”

최근 세계적 콩쿠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피아니스트 박연민은 "어려운 곡, 새로운 작품을 올리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최근 세계적 콩쿠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피아니스트 박연민은 "어려운 곡, 새로운 작품을 올리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취미로 고향 목포의 피아노 학원에 다니다 원장 선생님의 권유로 서울 선화예중으로 유학을 간 것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박연민은 초등학교까지 목포에서 경험했던 쑥꿀레(떡과 앙금, 조청을 버무린 음식)와 떡볶이, 유달콩물, 해산물 등은 지금도 생각나는 ‘목포의 맛’이라고 했다.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못한 학창 시절을 보냈다. 중학교 때부터 생활비와 학비를 벌기 위해 반주 아르바이트를 했다. 선화예고를 거쳐 서울대학교 3학년때 아비람 라이케르트에게 배울 때까지 “평생 이렇게만 살 것 같았다”고 박연민은 얘기한다. 이후 대학원에 진학해 제40회 중앙음악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우승하고 더 큰 도전을 꿈꾼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도전할 수 있어요. 많이 나간 만큼 많이 떨어졌죠. 콩쿠르에서 떨어진 걸 인생의 실패라고 받아들이지 말자고 다짐했어요. 제 음악을 믿으려 했어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죠. 시작은 늦었지만 끝은 제가 정할 수 있어요. 새로운 걸 계속 경험하고 음악가로서 성장을 멈추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후 하노버 국립음대 유학시절은 스승 베른트 괴츠케로부터 피아노의 본질, 연주의 본질을 배우며 음악가로 성숙하는 시간이었다. “독일 유학 이후 내는 소리 하나에서부터 음악을 이해하는 것까지 많은 점들이 바뀌었다”고 했다. 오는 3월 하노버 국립음대를 졸업하면 교육 활동도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이다.

박연민은 지난달 27일 예술의전당 마티네 음악회에서 리스트 ‘토텐탄츠’를 연주한 데 이어, 17일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류명우 지휘 대구시향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한다. 3월 2일 롯데콘서트홀에서는 정헌 지휘 목포시향 창단 40주년 기념공연에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9번을 협연한다.
또 2월에는 KBS클래식FM의 피아니스트 김주영이 진행하는 ‘KBS음악실’에서 ‘살롱 드 피아노’ 코너에 고정 출연하며 직접 연주와 해설을 선보일 예정이다.

“앞으로 목포와 호남 지역의 클래식 음악이 더 발전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려 합니다. 상반기 일정이 꽉 찼어요. 바쁜 스케줄이지만 하나하나 기억에 남는 공연들이고 내년에는 제 연주가 어떻게 달라져 있을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박연민은 리옹 콩쿠르, 하옌 콩쿠르, 리스트 콩쿠르에서 모두 청중상을 수상했다. 기꺼이 무모한 도전에 나서는 그의 매력에 세계의 청중들이 반응했다. 그 실체는 무대와 방송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류태형 객원기자·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ryu.tae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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