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머리 늘어뜨린채 거리서 춤췄다고…이란 커플 징역10년[영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란 수도 테헤란의 공공장소에서 머리를 풀고 춤추는 동영상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20대 커플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란 사법당국은 이들이 반(反) 정부적인 ‘히잡 시위’를 지지했으며 매춘을 조장한다고 판단했다.

이란의 커풀 아스티아즈 하기기(왼쪽)와 아미르 모하마드 아마디(22)가 최근 공공장소에서 춤을 춰 부정부패, 성매매 행위, 선전 조장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아스티아즈 하기기 SNS 캡처

지난달 31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이란 법원은 아미르 모하마드 아마디(22)와 그의 약혼녀인 아스티야즈 하기기(21)에게 각각 10년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2년간 SNS 사용을 금지했고, 출국 금지 처분도 함께 내렸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테헤란에 있는 아자디 타워 앞에서 춤을 추는 영상을 200만명이 넘는 팔로워가 있는 자신의 SNS 계정에 올렸다. 이 영상이 인기를 끌자 경찰은 지난해 11월 초 테헤란의 자택에서 이들을 체포했다.

해당 영상에는 하기기와 아마디가 아자디 타워 앞에서 손을 잡고 몸을 밀착하며 춤을 추는 모습이 담겼다. 영상 속 하기기는 히잡을 쓰지 않고 긴 머리를 그대로 늘어뜨린 상태였다.

당국은 이 영상을 근거로 두 사람이 성매매를 조장하고 국가 안보에 반하는 선전을 했다는 혐의를 적용했다. 이란 헌법에 따르면 여성이 공공장소에서 남성과 춤을 추는 것은 음란 행위로 해석돼 처벌받는다. 하기기가 히잡을 쓰지 않은 것도 가중처벌된 것으로 보인다고 BBC가 전했다.

특히 '자유의 탑'이란 뜻의 아자디 타워 앞에서 머리카락을 내보인 채 춤을 춘 이들의 행위가 히잡 시위와 맞물리면서 이란 정부에 대한 저항으로 해석됐다. 다만 아마디와 하기기는 자신들의 춤과 히잡 시위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은 재판 과정에서 변호사 선임권을 박탈당했고, 보석 신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BBC는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이들은 공공장소에서 춤을 춘 수감자 중 가장 오랜 기간 복역할 것으로 보인다" 전했다.

한편 이란 주요 도시에서는 지난해 9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가 체포돼 경찰서에서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 사건으로 광범위한 반정부 시위(히잡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히잡 시위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에서 가장 오래 지속한 반정부 시위다.

이란 당국이 히잡 시위를 폭력적으로 진압하는 과정에서 지금까지 500여 명의 시위 참가자가 목숨을 잃었고 1만8000여 명이 체포됐다. 이란 당국은 구금된 시위자 중 40여 명에게 사형선고를 내렸고, 지난달 초까지 최소 4명이 처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