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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핵보고서' 한글판 뒤늦게 발간…'핵우산' 우려 해소에 전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이 핵무기 전략과 지침 등을 소개하는 보고서를 원문 공개 3개월만에 한국어로 발간했다. 미국이 뒤늦게 해당 보고서를 한국어 버전으로 발간한 것과 관련해선 미국의 핵우산 제공을 둘러싼 한국 내 의구심을 해소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방한 중인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을 접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방한 중인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을 접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미 국방부는 지난 31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핵 태세 검토 보고서(NPR)의 한국어 판을 게재했다. 석달 전인 지난해 10월 27일 원문으로 보고서를 발간한지 3개월여만이다. 8년 또는 4년 단위로 발간되는 NPR은 북한, 중국, 러시아, 이란 등 핵 위협 세력을 기술하고 이들의 공격을 억제하기 위한 미국의 핵 전략을 담고 있다.

한국어판 보고서의 추가 발간과 관련해 콜린 칼 미 국방부 정책차관은 1일 트위터에 “핵무기 전략 등에 대한 투명성과 관련, 우리의 헌신을 보여주는 차원에서 2022 NPR을 중국어, 프랑스어, 일본어, 한국어, 러시아어 등 5개 언어로 추가로 발행했다”고 설명했다.

미 국방부는 2010년 판에선 스페인어, 러시아어, 아랍어, 중국어, 프랑스어 요약본을 제공했고, 2018년 판에선 스페인어와 아랍어 대신 한국어와 일본어 요약본을 발간했다. 올해 미국이 이 보고서의 한국어판을 추가 발간하면서 요약본이 아닌 원본을 공개한 것 역시 이례적이란 평가다.

콜린 칼 미국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 위키미디어

콜린 칼 미국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 위키미디어

미국의 이 같은 행보는 미 핵우산을 둘러싸고 확산되고 있는 한국 내 의구심과 맞닿아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한국에선 북한이 핵 공격을 감행할 경우 미 핵우산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일부 정치권 등을 중심으로 독자 핵무장론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이 해당 보고서의 한국어판을 공개한 것은 우방국인 한국의 여론을 안심시키기 위한 조치와 관련이 있다는 평가다.

실제 핵 태세 검토 보고서엔 “미국의 대북 전략은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맞이할 심각한 결과를 김정은 정권에 분명히 할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미국과 우방국·협력국에 대한 북한의 핵 공격은 허용할 수 없으며 정권의 종말로 이어질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사실상 미국의 핵우산 제공을 공식화한 문구다.

미 국방부가 발간한 한국어 판 2022년 핵 태세 검토 보고서(NPR) 중 '우방국과 협력국에 주는 확신'이라는 제목의 글. 미 국방부

미 국방부가 발간한 한국어 판 2022년 핵 태세 검토 보고서(NPR) 중 '우방국과 협력국에 주는 확신'이라는 제목의 글. 미 국방부

또 ‘우방국과 협력국에 주는 확신’이라는 제목의 글에는 “우방국은 다양한 전략적 위협을 미국이 억제하고 위기나 충돌 시 감수해야 할 위험을 미국이 완화해줄 의향과 능력이 있다고 확신할 수 있어야 한다”, “핵 확장억제는 우방국과 협력국에 자체적으로 핵무기를 획득하지 않고도 전략적 위협에 저항하고 안보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는 방식으로 미국의 비확산 목표 성취에 기여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특히 이번 보고서의 번역본은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의 방한 기간 중 나왔다. 지난달 30~31일 방한한 오스틴 장관은 미군기지 방문 같은 공개 일정 없이 한·미 국방장관 회담, 윤석열 대통령 예방을 마친 뒤 바로 한국을 떠났다. 방한 기간 오스틴 장관은 기존 미 확장억제 공약을 거듭 강조하는 데 공을 들였는데, 이 역시 국내 불안 여론을 불식시키기 위한 ‘원 포인트’ 방한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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