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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로 이끈 '백선엽 국밥'…장군 딸도 찾아와 칠곡 명소 됐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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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경북 칠곡군 왜관읍에서 '장군 국밥'을 판매하고 있는 진땡이 국밥을 찾은 백선엽 장군의 장녀 백남희 여사(왼쪽)가 유아진 학생과 제2연평해전 참전용사 권기형씨, 김재욱 칠곡군수(왼쪽부터)와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칠곡군

지난달 31일 경북 칠곡군 왜관읍에서 '장군 국밥'을 판매하고 있는 진땡이 국밥을 찾은 백선엽 장군의 장녀 백남희 여사(왼쪽)가 유아진 학생과 제2연평해전 참전용사 권기형씨, 김재욱 칠곡군수(왼쪽부터)와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칠곡군

6·25 전쟁 최대 격전지였던 경북 칠곡군에는 ‘장군 국밥’이라는 음식이 있다. 언뜻 보기에는 흔한 돼지국밥과 다를 바가 없지만, 다른 돼지국밥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이야기가 입혀지면서 특별한 이름을 갖게 됐다.

백선엽 장군 일화 담긴 '장군 국밥' 인기 
장군 국밥은 70여년 전 북한군에게 전 국토의 95%가 점령당했던 위기 상황에서 탄생했다. 고(故) 백선엽(1920~2020) 장군이 이끄는 국군 1사단이 북한군과 낙동강을 사이에 둔 채 마주하고 있던 시기다.

다부동 전투가 한창이던 1950년 8월 18일, 국군 1사단 사령부가 마련된 칠곡군 동명초등학교에 타 보충 병력이 도착했다. 장거리 행군을 한 끝에 사령부에 도착한 병력은 곧장 소속 부대로 이동해야 해야 했다. 이때 백 장군이 이들에게 하루 휴식을 주고 돼지를 잡아 국밥을 만들어 먹였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사령부를 떠났어야 했던 보충 병력에 국밥을 제공하고 쉬게 한 것은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였다. 사령부에 병력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오판한 북한군이때마침 백 장군을 생포하기 위해 특공대를 투입해 기습 공격을 감행했다. 국밥을 먹고 충분히 휴식을 취한 보충 병력은 치열한 교전 끝에 전투에서 승리를 거뒀다.

백선엽 장군. 중앙포토

백선엽 장군. 중앙포토

이후 1사단은 턱없이 부족한 병력과 무기에도 불구하고 미8군 도움을 받아 큰 희생을 감수하면서 낙동강 방어선을 지켜내는 데 성공했다.

지역민들은 백 장군이 장병들에게 제공한 돼지국밥을 ‘장군 국밥’이라고 부르며 기념하게 됐다. 칠곡군 왜관읍 왜관리에는 40여 년 전부터 장군 국밥을 만들어 파는 식당도 있다. 이 식당에서는 장군 국밥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그릇이 넘칠 정도로 고기를 가득 담아 상에 올린다. 주민들은 “장군 국밥은 담백한 맛이 일품”이라고 한다.

"24시간 뼈 우려낸 국물로 요리" 
장군국밥을 파는 진땡이국밥집 하효진(43) 대표는 “40여 년 전 외할머니와 어머니가 처음 이곳에서 국밥집을 열었을 때 이름이 ‘장군순대국’이었다. 백선엽 장군의 일화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들었다”며 “요즘 사골 액기스를 쓰는 가게도 많은데 우리 가게는 24시간 뼈를 푹 우려내 국물을 만들고 양도 푸짐하게 내 식사 시간마다 테이블이 꽉 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백 장군과 연관된 메뉴를 추가로 만드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

백선엽 장군 장녀도 국밥집 들러 
지난달 31일에는 백 장군 장녀 백남희(74) 여사가 식당을 찾아 아버지의 이름을 딴 국밥을 맛보기도 했다. 이 자리에는 제2연평해전 참전용사 권기형(41)씨와 실종 장병 유해를 찾아달라는 손편지를 쓴 유아진(13·순심여중)양, 김재욱 칠곡군수가 함께했다.

경북 칠곡군 다부동에서 열린 고 백선엽 장군 2주기 추모행사에서 백 장군 장녀 백남희 여사가 아버지 추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칠곡군 다부동에서 열린 고 백선엽 장군 2주기 추모행사에서 백 장군 장녀 백남희 여사가 아버지 추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남희 여사는 “따뜻한 국밥 한 그릇에 아버님이 생각난다”고 전했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경제 수준이 높아지면서 음식에 관심을 기울이는 여행객이 급증하고 있다”며 “칠곡군 지역적 특성과 역사를 반영한 음식을 널리 알려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칠곡군은 국밥에 담긴 이야기를 활용해 장군 국밥을 관광자원화 할 계획이다. 국내 최대 규모 호국평화 축제인 ‘낙동강세계평화 문화대축전’과 매년 7월 열리는 백 장군 추모 행사에서도 장군 국밥을 선보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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