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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확률형 아이템 비율, 어기면 처벌한다니...새 수익모델 찾는 게임업계

중앙일보

입력

마비노기 유저들이 '확률형 아이템' 논란에 항의하기 위해 넥슨 본사가 있는 판교 일대와 여의도 국회 인근으로 보낸 시위 버스. 사진 디씨인사이드 마비노기 갤러리

마비노기 유저들이 '확률형 아이템' 논란에 항의하기 위해 넥슨 본사가 있는 판교 일대와 여의도 국회 인근으로 보낸 시위 버스. 사진 디씨인사이드 마비노기 갤러리

게임사들이 확률형 아이템의 당첨 확률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법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커졌다. 허위 정보를 공개하는 게임사를 처벌하는 내용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공약으로 걸었던 규제가 가시화된 것. 게임업계에선 확률형 아이템의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무슨일이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31일 전체회의를 열고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의결했다. 전날 문체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법안이다. 이에 따르면 확률형 아이템이란 “이용자가 직·간접적으로 유상으로 구매하는 게임 아이템 중 구체적 종류와 효과, 성능 등이 우연적 요소에 의해 결정되는 것”을 의미한다. 게임에 현금을 충전해 구입하는 ‘뽑기형 아이템’이 대표적인 예.

이 법안이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하면, 게임사는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거나 허위 정보를 표시하면 감독 당국이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고, 게임사가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2년 이하의 징역,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본회의 통과시 1년 유예기간을 거친 후 시행된다. 익명을 원한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지난 대선 당시 양당 후보의 공약 사안이었고, 여야 이견이 없는 법안이기 때문에 업계에선 향후 본회의 통과를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왜 중요해

① 처벌근거 마련
법안이 통과되면 처음으로 확률형 아이템 정보 미공개에 대한 처벌근거가 마련된다. 그 동안은 2015년 업계가 설립한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GSOK)의 자율 감시 활동이 전부였다. GSOK는 매달 국내 출시 게임 1~100위의 온라인 게임과 모바일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여부를 감시해왔다. 위반한 게임사에 시정 명령을 내리거나, 해당 게임과 제작사, 배급사 등을 모아 공표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위반 해도 처벌할 근거가 없어 실효가 없다는 비판이 있었다. 넥슨(메이플스토리), 엔씨소프트(리니지2M)의 경우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에 대해 게임 이용자들의 문제제기가 잇따라 있었다.

자료: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GSOK)

자료: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GSOK)

② 새로운 수익모델 찾아서
수익모델의 변화를 꾀하는 국내 게임사 움직임도 빨라질 전망이다. 확률형 아이템 판매는 국내 게임사 성장을 견인한 핵심 수익모델이었다. 그러나 과도한 결제 유도와 사행성 논란에 따른 이용자 반발, 게임사의 해외 진출 의지 등으로 한계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과 교수는 “미국과 유럽은 확률형 아이템 수익모델이 익숙치 않은 만큼, 해외 진출 필요성 측면에서도 국내 게임사가 앞으로는 다양한 수익모델을 고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최근 확률형 아이템이 아예 없는 게임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12일 출시된 넥슨의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는 확률형 아이템 대신 5000~7000원으로 아바타를 꾸밀 수 있는 아이템이나, 이용권을 구매하면 게임의 진척도에 따라 추가 보상을 받는 ‘프리미엄 시즌 패스(7500원)’를 내놨다.

엔씨소프트의 올해 차기작 TL도 새로운 수익모델을 탑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해 1분기 컨퍼런스콜 당시 홍원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TL의 수익모델에 대해 “페이 투 윈(Pay to Win·현금 구매에 따른 혜택으로 게임 승리를 유도하는 것)이 아닌, 플레이 투 윈(Play to Win)을 보여드리려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엔씨 관계자는 “현재 TL의 수익모델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게임업계 반응은

게임사들은 공개하는 확률 정보에 대해 게임 이용자를 비롯해 외부 감시가 거세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 게임업체 관계자는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실수로 누락하거나, 착오로 계산 실수를 했더라도 게임사는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더 꼼꼼하게 모니터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해외 게임사와의 역차별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한다. 국내에 운영 사무소나 서버가 없으면 법을 어겨도 처벌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GSOK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자율 규제를 어긴 15개 게임사 모두 미국, 중국, 핀란드를 포함한 해외 게임사였다.

더 알면 좋은 것

정부는 확률형 게임 아이템을 포함한 디지털 콘텐트 서비스 전반에 대한 규제 법안을 추진 중이다. 법무부는 지난달 1일 게임,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음악, 웹툰 등에 적용되는 민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법안이 국회 통과후 시행되면 기존 개별 법의 기초가 될 수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해당 개정안 입법예고 후 법무부 SNS 채널을 통해 “이번 법안으로 가챠 게임에서의 확률정보 거짓 제공, 확률 조작 등에도 적절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