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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명에 대한 해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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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김기환 기자 중앙일보 기자
김기환 경제부 기자

김기환 경제부 기자

사고①=올해 처음 시행한 ‘고향사랑기부금’ 세액공제에 구멍이 뚫렸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이 자신의 주소지를 제외한 지방자치단체에 일정 금액을 기부하면 세금을 깎아주는 제도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말 실수로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관련 조항의 시행 시기를 2023년에서 2025년으로 2년 늦추는 내용의 개정안을 제출해 국회에서 통과됐다. 세액공제를 바란 기부자, 지역 발전을 기대한 지자체만 난감하게 됐다.

기재부 해명①=고향사랑기부제를 차질없이 운영할 예정이다. 당초 계획대로 2023년 기부금부터 세액공제 받을 수 있도록 2월 임시국회에서 조특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 세액공제는 2024년 연말정산 또는 종합소득세 신고 시 적용한다. 올해 안에 법률을 개정하면 시행하는 데 문제없다.

지난달 30일 김장호 구미시장이 NH농협은행 지점을 방문해 자매도시인 전북 김제시에 고향사랑기부금을 보내고 있다. [사진 구미시]

지난달 30일 김장호 구미시장이 NH농협은행 지점을 방문해 자매도시인 전북 김제시에 고향사랑기부금을 보내고 있다. [사진 구미시]

해명에 대한 해명①=기재부의 업무 처리 방식은 ‘선(先) 시행 후(後) 개정’인가. 국민은 제도를 믿고 기부에 나섰다가 뒤통수를 맞았는데, 정부는 “올해 안에 법률을 개정하면 문제없다”고 해명한다. 무엇보다 실수를 알고는 있었는지 궁금하다. 몰랐다면 자격 미달, 알고도 쉬쉬했다면 직무유기다.

사고②=기재부는 2021년 9월 즉석 복권 ‘스피또 1000’ 58회차 판매 과정에서 인쇄 오류가 난 복권 20만장을 발견했다. 육안상 당첨 결과와 판매점 시스템상 당첨 결과가 일치하지 않는 문제였다. 하지만 별다른 공지 없이 오류 복권 20만장을 회수했다. 잔량 2520만장은 지난해 2월까지 6개월간 그대로 판매했다.

기재부 해명②=데이터 검증, 테스트를 통해 같은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복권을 즉시 특정했다. 오류 물량(약 20만장)이 통상 판매되지 않는 물량(약 40만장)보다 적은 점 등을 고려해 별도 공지 없이 계속 판매했다. 조치 결과 오류는 더는 발생하지 않았다. 복권 판매율 및 등수별 당첨자 수도 다른 회차와 큰 차이가 없었다.

해명에 대한 해명②=오류 복권을 추려내 발 빠르게 회수한 건 인정. 하지만 회수 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는 당첨 확률과 기댓값은 물론이고, 회수한 사실조차 숨겼다. 무엇보다 공정성·정확성이 생명인 복권의 제작 오류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1등 복권 당첨자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둘 다 올해 1월 언론 보도로 알려진 사고다. 기재부 스스로 밝힌 오류가 아닌 만큼 올해 내내 문제 발견→해명의 궤도를 반복할까 우려된다. 무엇보다 해명에 대한 해명을 부르는 기재부의 ‘무(無)오류의 오류’식 대응 자세가 문제다. 디테일을 실수라고 어물쩍 눙친다면 경제 관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