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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 마지노선 넘어…금융 리스크 번질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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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31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한강 너머 왼쪽으로 여의도 63빌딩이 보이고, 오른쪽에도 마천루가 형성돼 있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미분양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한강 너머 왼쪽으로 여의도 63빌딩이 보이고, 오른쪽에도 마천루가 형성돼 있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미분양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전국 아파트 분양 물량의 3분의 1 정도가 미분양됐다. 일부 지방에서는 이 비율이 40%를 넘는 심각한 상황이다.”

31일 서강대 남덕우기념사업회가 주최하고 중앙일보, 서강대 지암남덕우경제연구원이 후원하는 ‘부동산 경제위기: 현황과 대응’ 토론회에서 토론자로 나선 김승배(피데스개발 회장) 한국부동산개발협회 회장은 아파트 미분양발 위기가 올 수 있는 상황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미분양 6만5000가구를 마지노선으로 봤는데 그 수준을 넘어서면서 위기가 시작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난 1년간 미분양이 월평균 13%씩 증가했는데 이 속도를 유지한다면 올해 상반기 중에는 10만 가구 가까이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분양이 늘면서 금융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익스포저(위험노출액) 규모는 지난해 9월 말 163조원으로 2021년 같은 기간보다 82% 증가했다”며 “비은행 금융기관의 위험 노출 정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사업성이 떨어지는 지방 쪽에 투자한 중소 저축은행이나 캐피털 등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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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최근의 집값 하락세가 예사롭지 않다고 봤다.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한국부동산원의 실거래 아파트가격지수를 기준으로 볼 때 최근 1년간 수도권 아파트값은 지수를 발표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고, 거래량도 가장 적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고금리 충격이 커지고 있다. 김경환 서강대 경제학부 연구석학교수는 “금리가 부동산 정책을 논하는 데 있어 독점적인 지위를 차지하는 형국이 됐다”며 “금리의 급격한 인상으로 부동산발 경제위기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용만 교수는 “금리가 0.07%포인트 오를 때, 수도권의 실거래 아파트 가격은 1.5% 하락한다”며 “금리 상승에 의해 수도권에서 아파트 가격이 최대 30% 가까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는데, 실거래가지수 기준으로 이미 정점 대비 23% 가까이 하락한 것을 고려하면 집값은 추가로 내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셋값의 지속적인 하락이 매매가격을 더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경민 교수는 향후 3년간 강남권 입주 물량이 한꺼번에 몰리는 점을 주목했다. 김 교수는 “내년 강남구 개포동 한 단지에서만 6750가구가 입주하고, 2025년 둔촌주공 재건축에서 1만2032가구가 나온다”며 “대규모 입주는 전셋값을 누르는 효과를 가져오는데, 이로 인해 갭투자 가능성이 2025년까지 낮아지고 이에 따라 수요의 한 축이 사라지면서 매매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부동산발 위기를 막기 위해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더 완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용만 교수는 “과도한 규제로 인해 주택시장이 비정상적으로 작동해온 것을 정상화해야 할 시점”이라며 “현재의 시장 상황에서 정상화 속도를 좀 더 빨리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창무 교수는 “주택시장 연착륙을 위해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중첩된 규제를 과감히 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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