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딸들, 이재명 동행 의원 출석 체크…‘수박 리스트’ 돌렸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31일 이 대표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의 길 토론회에 참석했다. 오른쪽은 홍영표 의원. [뉴스1]

31일 이 대표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의 길 토론회에 참석했다. 오른쪽은 홍영표 의원. [뉴스1]

‘개딸’(개혁의 딸)로 불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강성 지지자들이 민주당 의원 169명 전원의 ‘방탄 출석부’를 만들어 돌렸다.

이 대표의 검찰 출석 때 동행했는지, 검찰 비판 메시지를 냈는지를 전수조사한 결과다. ‘수박’(겉과 속이 다른 국회의원) 의원을 가려내 내년 총선 공천 탈락을 압박하겠다는 용도다.

이 대표가 서울중앙지검에서 대장동 비리 의혹으로 1차 조사를 받은 하루 뒤인 지난달 29일, 진보 성향 ‘딴지일보’ 게시판엔 ‘민주당 의원들 검찰 방문 및 발언 SNS 전수조사’란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게시글엔 민주당 의원 169명 가나다순 명단에 ‘서울중앙지검’ ‘검찰 관련 발언(SNS)’ 항목별로 일일이 O·X 표시한 표를 올렸다.

지난달 10일 성남FC 의혹 조사 때 동행한 의원의 경우 ‘O(성남지청 옴)’로 처리해 줬다. 두 항목 중 ‘아무것도 하지 않은 85인 민주당 의원’ 명단을 별도 표로 만들어 첨부했다.

개딸로 불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지자들이 지난달 ‘딴지일보’ 게시판에 ‘민주당 의원들 검찰 방문 및 발언 SNS 전수조사’란 제목으로 올린 리스트. [사진 인터넷 캡처]

개딸로 불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지자들이 지난달 ‘딴지일보’ 게시판에 ‘민주당 의원들 검찰 방문 및 발언 SNS 전수조사’란 제목으로 올린 리스트. [사진 인터넷 캡처]

작성자는 조사표에 이어 ‘민주당 당원이 민주당 의원들에게’라는 선언문 성격의 글도 올렸다. 그는 “침묵하고 있는 것은 민주당 당원을 배반하는 것이며 민주주의를 위반하는 것”이라며 “이번 사태에 침묵했던 이들에 대한 평가는 경선과 총선 때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다. 또 “이 자료를 시작으로 각 의원의 말과 행동이 기록돼 훗날 민주 투사인 척, 이재명을 위하는 척, 민주당을 위하는 척하는 위선자가 걸러지길 바란다”고도 했다. 1만1000회 이상 조회 수를 기록한 게시글엔 “소중한 자료 감사하다”는 칭찬과 함께 “오늘 당장 문자 보내겠다” “저 85명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공천해 주지 말아야 한다”거나 특정 의원을 겨냥해 “두고 보자” “꺼져라”고 비난하는 댓글 수십 개가 달렸다.

이 게시글은 이 대표 팬카페로도 퍼졌다. “고급 정보”라면서 이 글을 옮긴 한 회원은 “이렇게 하나하나 행보를 다 기록해 총선 승리를 위해 대비해야 한다”며 “다시는 ‘수박’ 농사하고 싶지 않다”고 썼다. 이 게시글에도 1700회 넘는 조회 수가 붙었고, “당원과 지지자들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 “내 지역구부터 확인하고 채찍질해야겠다”는 등 댓글 60여 개가 달렸다.

실력 행사도 이어졌다. 이 대표가 같은 경주 이씨로 사석에서 ‘할배’라고 부른다는 5선 이상민 의원 의원실엔 욕설 전화가 수시로 걸려온다고 한다. 이 대표 사법 리스크에 우려 입장을 냈던 다른 의원도 비슷한 상황이다.

중앙지검에 갔던 한 초선 의원은 거꾸로 지지 메시지를 받았다. 해당 의원은 “‘응원한다’는 메시지를 보내주더라”면서도 “이 대표를 따라 나갔냐로 국회의원을 나누고 분열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청래 최고위원은 3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 대표가 나가는데 배웅하고 응원하는 건 칭찬받을 일”이라며 “영광스러운 길만 가서 같이 사진 찍고 고난의 길은 싹 빠지고, 그게 인간이 할 짓이냐”고도 했다.

민주당은 이날 17개 시·도당에 2월 4일 서울 숭례문광장에서 열리는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 검사독재 규탄대회’ 총동원령을 내렸다. 이 대표도 트위터에 “윤석열 검사 독재 정권의 공포정치를 막아내고, 국민의 삶을 지켜내겠다”며 “민주주의 파란 물결, 동참해 주십시오”라고 직접 적었다. 이 대표는 이날 비명계 의원이 주축인 ‘민주당의 길’ 토론회에 참석해 통합 행보에 나섰지만 홍영표 의원은 “단일대오가 좋은 것 같지만 지금 상황을 다르게 판단하는 사람도 많지 않으냐”고 쓴소리를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