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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램덩크 200만 흥행…“탑건2 성공보며 예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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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수입한 김불경 SMG홀딩스 대표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농구공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수입한 김불경 SMG홀딩스 대표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농구공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극장가 안팎에 ‘슬램덩크’ 열풍이 뜨겁다. 1990년대 농구붐을 일으킨 일본 만화 『슬램덩크』(대원씨아이)의 극장판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1월 4일 개봉)가 200만 관객에 육박했다. 31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전날까지 이 영화관객수는 195만8764명. 올해 들어 흥행성적으로는 지난달 24일 천만영화에 등극한 ‘아바타: 물의 길’에 이어 2위다.

지난달 26일 더현대 서울 백화점에 문을 연 ‘더 퍼스트 슬램덩크’ 팝업스토어엔 영하 17도 강추위에도 한정판 피규어·유니폼 등을 사려는 팬 1000여명이 ‘오픈런’(문을 열자마자 입장해서 구매하는 것)에 뛰어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원작을 다시 묶어낸 단행본(『슬램덩크 챔프』)이 서점가 만화부문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가 하면, 온라인 쇼핑몰의 농구용품 판매도 급증했다고 한다. 원작 연재가 종료된 27년 전 못지않은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에 힘입어 지난달 27일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황정민·현빈 주연 영화 ‘교섭’을 제치고 처음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극장 흥행도 역주행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수입사 SMG홀딩스 김불경(50) 대표는 이런 흥행을 어느 정도 예감했다고 했다. 지난달 12일 인터뷰에서 “『슬램덩크』 영화화가 확정됐다는 얘기는 2년 전 이노우에 다케히코 작가의 트위터를 통해 알았지만, ‘더 퍼스트 슬램덩크’ 수입을 결정한 건 지난해 ‘탑건: 매버릭(이하 탑건2)’ 성공사례를 보면서였다”고 말했다.

서울 구로구 수입사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우선 극장판 각본·연출을 직접 맡은 원작 만화가 이노우에 다케히코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또 ‘탑건2’가 1편(1987)의 추억이 있는 팬들을 뭉클하게 하며 성공(817만 관객 동원)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더 퍼스트 슬램덩크’도 원작 만화 팬의 가슴을 울릴 거라 확신했다”고 했다.

SMG홀딩스는 ‘페코’ ‘에그엔젤 코코밍’ ‘숲의 요정 페어리루’ ‘하이큐!!’ ‘은혼’ ‘원피스’ ‘엉덩이 탐정’ 등 일본 애니메이션을 꾸준히 개봉해왔다. 2년 전 이 회사가 수입한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이 팬데믹 극장가에서 깜짝 흥행하며 218만 관객을 동원하기도 했다. 역대 한국 개봉 일본 애니메이션 가운데 ‘너의 이름은.’(2017, 379만),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 261만)에 이어 3위의 기록이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일본에서는 개봉 초부터 ‘아바타: 물의 길’을 제치고 흥행 정상에 올랐다. 수입 경쟁이 치열하지 않았나.
“구매가는 노코멘트. 경쟁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우리는 마케팅에 충분히 자신 있었고, 판권을 가진 도에이 애니메이션도 우리 계획에 만족했다.”
어떤 계획이었나.
“‘귀멸의 칼날’을 두고 10대 관객 중심의 N차 관람 전략을 짰다면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슬램덩크』 IP(지적재산권) 활용에 초점을 뒀다. 원작 출판사·게임사와 콜라보를 진행하고 영화 굿즈(기념품)도 개봉을 준비하며 동시에 기획해 생산·검수에 들어갔다. 개봉 2~3주차 관객층이 확산될 거라 내다보고 1월 넷째 주부터 ‘더 퍼스트 슬램덩크’ 팝업스토어를 전개했다.”
지난달 29일 더현대서울 ‘ 슬램덩크’ 팝업스토어에서 고객들이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29일 더현대서울 ‘ 슬램덩크’ 팝업스토어에서 고객들이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만화의 주역인 북산고 농구부 5인방이 전국 최강 산왕공고에 맞선 경기를 중점적으로 그린다. 카타르 월드컵 유행어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과 맞물려 각종 밈(meme, 인터넷 유행 콘텐트)도 낳고 있다.

김 대표는 “영화를 보고 눈물 났다는 분들이 많은데 원작의 추억뿐 아니라 다들 인생에서 지치고 힘들어도 포기할 수 없는, 자신만의 산왕전을 치르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며 만화에서 강백호·서태웅 등에 가려있던 북산고 농구부 5인방 중 포인트가드 송태섭을 주인공에 내세운 점을 극장판 흥행 요인의 하나로 꼽았다. “원작이 연재된 1990년대엔 영웅이 ‘절대강자’를 의미했지만, 지금은 갖지 못한 자가 어려움을 이겨내는 과정에 사람들이 감동한다”며 “이노우에 작가가 종이 만화 원작과는 다른 지금의 영웅상을 새로 창출한 덕에 이 시대 관객들의 감정이입을 만들어냈다고 본다”고 했다.

김 대표는 초·중학교 시절 일본에 건너가 『드래곤볼』 『닥터 슬럼프』 등 만화 전성기를 몸소 겪었다. 고등학교 때 돌아와 문화계 진로를 꿈꿨다. 애니메이션 프로듀서 및 수입 업무로 사회 첫발을 디뎠고, 10년 전 SMG홀딩스를 차렸다.

그는 “요즘은 30·40대도 웹툰·만화를 보고 애니메이션을 즐긴다. 일본에는 성인 관객도 볼만한 하이 타깃 애니메이션이 많은데 한국에서 제작해도 성공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시장을 이렇게 전망했다.

“이미 한국 웹소설 ‘나 혼자만 레벨업’이 일본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고 있어요. 우리도 지난해 여름부터 ‘브레드 이발소’ ‘신비 아파트’ 등 한국 IP를 일본에 수출하고 있고요. 메타버스 가상현실은 애니메이션으로 그려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애니메이션 시장은 계속 성장해 나갈 거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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