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년 전 생이별한 4남매, DNA로 찾았다

장희재씨(오른쪽)가 31일 58년 만에 다시 만난 동생 희란씨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뉴스1]

인파 속에서 생이별했던 네 남매가 반세기 넘어 재회했다. 1965년 3월, 당시 8살 장희란(65)과 6살 장경인(63) 자매는 어머니와 전차를 탔다가 미아가 됐다. 인파 속에서 어머니를 놓쳐 따라 내리지 못했다. 누군가가 이들을 인근 경찰서로 데려갔다. 충격으로 제 이름을 제대로 말하지 못한 이들은 그때부터 각각 정인, 혜정으로 살았다.

언니 장희재(69)씨와 오빠 장택훈(67)씨는 동생들을 찾아 전국을 헤맸다. 단서는 희란씨의 5살 무렵 증명사진뿐. 이별 당시 국민학생(초등학생)이던 남매는 동생들을 다시 만나겠다는 생각을 한시도 버린 적이 없었다. 희재씨는 1983년 KBS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2005년 KBS ‘아침마당’ 등에 출연해 동생들을 찾으려 했지만, 소득이 없었다.

희재씨는 2021년 11월 마지막 희망을 걸고 경찰에 두 동생을 실종 신고했다. 경찰은 희재씨 유전자(DNA) 정보를 실종 아동 DNA를 등록·보관하는 아동권리보장원(이하 보장원)에 보냈다. 지난해 12월, 경인씨도 보장원에 DNA 정보를 등록했다. 보장원은 “DNA가 유사한 사람이 있다”고 통보했고, 지난 26일 혈육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네 사람은 31일 서울 동작경찰서에서 열린 ‘장기실종자 가족 상봉식’에서 58년 만에 다시 만났다. 서로 얼굴을 확인한 뒤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희재씨는 “내년이면 70세가 된다. 더 늦기 전에 동생들과 여행 가고 싶다”고 말했다. 보장원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이 기관을 통해 실종 아동 658명이 가족 품으로 되돌아갔다.

이찬규 기자 lee.chanky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