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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지시 거역한 것" 조현옥 전 수석, 한전KDN·KPS 인사 압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문재인 정부 당시 이전 정부에서 임명한 공공 기관장들을 부당하게 사퇴시켰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현옥 전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이 새로 정해진 기관 내 인사를 두고 “원상복구하라”는 식의 압박도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2020년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과 환담하는 조현옥 주독 대사. 사진 독일 대통령실 =연합뉴스

사진은 2020년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과 환담하는 조현옥 주독 대사. 사진 독일 대통령실 =연합뉴스

31일 법무부가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실에 제출한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건 연루자들에 대한 공소장에 따르면 조 전 수석은 인사수석실 내 산업통상자원부 담당 행정관 A씨를 통해 한전KPS의 직원 인사가 발령된 사실을 전해들었다. 그는 이후 산업부 운영지원과장 B씨에게 “한전KPS 내부 인사를 한 것은 청와대 지시를 거역한 것”이라며 “당장 장관에게 보고하고 원상회복 조치하라. 특감반을 보내 조사하겠다”고 압박했다.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역시 B씨에게 이 같은 내용을 보고받고 “담당 과장에게 연락해 인사를 취소하게 하라”고 지시하는 등 공모했다고 한다.

앞서 조 전 수석은 2017년 11월 A씨를 통해 B씨에게 “신임 기관장 임명이 완료되기 전까지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의 내부 인사를 동결하라”고 지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한전KPS 사장 C씨는 같은 해 12월 인사실무자들로부터 임금피크제 적용으로 직원 보직변경 등이 불가피하다는 보고를 받고 결국 인사를 발령했다. 이에 같은 달 19일 한전KPS 내 총 86명에 대한 인사가 새로 났다.

그러나 조 전 수석과 백 장관으로부터 내려온 내부인사 취소 요구로 C씨는 22일 내부 인사를 취소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C씨는 인사 취소 시 발생할 내부 혼란과 임금피크제 대상자의 보직 미변경으로 인한 부작용을 예상했다.

조 수석은 한전KPS 건 외에도 2018년 한전KDN 인사에도 관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공소장에 따르면 조 전 수석은 2018년 8~9월 한전 KDN 사장 내정자를 산업부에 통보했다. 하지만 같은 해 11월 말 내정자가 서류 심사에서 탈락하자 바로 다음 날 A씨를 통해 산업부 차관과 담당 국장, 과장에게 청와대로 오라고 지시했다.

이들은 ‘한전KDN 담당자가 내정자를 임원추천위원회 위원 모두에게 알려주는 것은 위험해 일부 위원에게만 알려준 결과 내정자가 탈락하게 됐다’는 내용의 경위서를 조 전 수석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이를 전달받은 조 전 수석은 다시 선임행정관을 통해 “대통령에게 다 보고된 건이다. 얼마나 신경을 안 썼으면 이런 사람이 떨어질 수 있겠느냐. 앞으로 신경 잘 쓰고 이런 일이 절대로 없도록 하라”고 질책했다고 한다.

한편 조 전 수석과 함께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백 전 장관도 특정 인사 교체에 대한 지시를 계속해서 내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공소장에 백 전 장관이 2017년 8월 부하 직원에게 “산하기관 인사를 서둘러라”, “사장, 이사, 감사 등 인사와 관련하여 한나라당 출신, 탈원전 반대 인사, 비리 연루자는 빨리 교체하여야 한다”, “우리 부 산하기관 전반, 특히 에너지 공공기관에서 탈원전에 반대하는 인사 등 신정부 국정철학과 함께 갈 수 없는 인물 등을 분류하고 퇴출시킬 방안을 검토하라” 등 지시를 반복적으로 했다고 적었다.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23일 월성원전 조기 폐쇄와 관련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을 받기 위해 대전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23일 월성원전 조기 폐쇄와 관련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을 받기 위해 대전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같은 해 11월 백 전 장관이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에너지공단, 한국광물자원공사 기관장에 대하여 부하 직원인 에너지자원실장에게 “위 4개 기관장의 사표를 받아야 하니 청와대와 협의하라”고 지시한 내용도 공소장에 담겼다.

앞서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서현욱)는 지난 19일 조 전 수석과 김봉준 전 대통령인사비서관, 백 전 장관, 유영민 전 과기부 장관, 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 등 5명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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