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9월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자동차 행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에서 셋째)이 포드의 전기차 무스탕-E 앞에서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전기차 선두주자 테슬라가 불을 지핀 ‘가격 인하 전쟁’이 미국 시장에서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경쟁사인 포드가 맞대응에 나서면서다.
30일(현지시간) 미국 포드는 전기차 머스탱 마하-E의 가격을 모델에 따라 1.2~8.8%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마하-E를 이전보다 최대 5900달러(약 730만원) 싸게 살 수 있게 됐다. 포드 측은 “공급망 효율화를 통해 전기차 생산비를 절감해 가격 인하가 가능했고, 시장 급변하는 가운데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포드 최대 8.8% 인하…테슬라에 맞불
포드가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가격 인하는 테슬라를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머스탱 마하-E는 테슬라 모델Y의 경쟁 모델로 분류된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를 장착해 한 번 충전으로 최대 483㎞를 주행할 수 있다. 현지 판매 대수는 2021년 2만7140대에서 지난해 3만9458대로 45.4% 늘었다.
소비자 전문지 컨슈머리포트는 지난해 포드의 마하-E를 ‘올해 최고 추천 전기차’로 선정하기도 했다. 컨슈머리포트는 도로 주행 테스트 결과와 소비자 만족도, 신뢰성과 안전성 등을 종합해 마하-E가 테슬라 모델3를 제치고 전기차 ‘톱 픽’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모델3는 2020~2021년 이 매체가 꼽은 최고 추천 전기차였다.

2022년 테슬라와 현대차 매출과 순이익 비교.
앞서 테슬라는 판매가를 최대 20% 인하했다. 이에 따라 SUV인 모델Y의 가격은 6만6000→5만3000달러로 내렸다. 마하-E의 최고급 사양인 GT(6만9000달러)는 물론, 중간급인 프리미엄(5만7000달러)보다 저렴한 금액이다. 이날 포드의 가격 인하 조치로 마하-E 프리미엄 모델의 가격은 모델Y와 비슷한 5만3000달러대로 조정됐다. 존 머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애널리스트는 “경쟁 업체들은 전기차를 팔아도 이익이 극히 적거나,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며 “테슬라가 단행한 가격 인하는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 할인으로 일부 모델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인한 최대 7500달러 규모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하-E와 모델Y 일부 모델은 SUV가 아닌 승용차로 분류된다. SUV는 가격이 8만 달러를 넘지 않으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 승용차는 상한선이 5만5000달러다.
현대차그룹은 리스 확대와 인센티브로 대응
시장조사업체 모터인텔리전스는 지난해 미국의 전기차 판매 대수가 전년보다 60% 이상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테슬라가 점유율 65%를 차지해 여전히 시장을 지배했지만, 전년도(72%)에 비하면 비중이 축소됐다. 포드는 지난해 점유율 7.6%를 기록해 2위, 현대차·기아가 7.1%로 뒤를 쫓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경쟁 업체의 이 같은 가격 인하와는 다른 방안을 내놨다. 최근 실적 발표 때 리스 비율 확대와 딜러 인센티브 강화로 대응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서강현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부사장)은 “현재 5% 미만의 리스 비중을 30% 이상 수준까지 확대하는 한편 구독 서비스 등 판매 채널 다변화를 통해서 전기차 판매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지난 13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자동차 행사에서 테슬라의 모델 Y가 전시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