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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가격 다이어트 끝판왕” 고물가 시대 ‘착한 상품’ 비결 살펴보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1일 오후 서울 서초동의 스타트업 와이즐리 컴퍼니 사무실. 면도날 5490원의 ‘착한 가격’과 면도용품 구독 서비스 등으로 알려진 이 회사는 비용을 아껴 신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30일 사무실 규모를 절반 넘게 줄여 이곳으로 이사했다. 백일현 기자

지난 11일 오후 서울 서초동의 스타트업 와이즐리 컴퍼니 사무실. 면도날 5490원의 ‘착한 가격’과 면도용품 구독 서비스 등으로 알려진 이 회사는 비용을 아껴 신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30일 사무실 규모를 절반 넘게 줄여 이곳으로 이사했다. 백일현 기자

독일산 프리미엄 5중 면도날을 시중 가격의 3분의 1인 개당 5490원에 팔고, 1190원짜리 치약(120g)을 내놓는 등 이른바 ‘착한 가격’으로 유명한 스타트업 와이즐리컴퍼니는 지난달 말 사무실을 서울 삼성동에서 서초동으로 옮겼다. 그러면서 임대공간을 846→214㎡로 줄였다. 전년 대비해 매출이 70% 뛰고, 면도기 시장 점유율을 9.3%로 키웠지만 사무실은 3분의 1 가까이 축소한 것이다.

사무공간 줄이고, 포장박스도 바꿔   

직원 40여 명을 이끄는 김동욱 대표의 책상은 별도 공간이 아닌 사무실 모퉁이에 있다. 이 회사 전윤아 매니저는 “임대료·운영비는 월 65%, 보증금은 53% 줄여 현금을 확보했다”며 “절약한 비용을 더 많은 제품 개발에 사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 와이즐리 컴퍼니가 강조하는 D2C(Direct to Customerㆍ소비자와 직접 거래) 모델. 제조 원가 80%, 그 외 비용이 20%만 차지하는 가격 구조를 표방한다. 자료 와이즐리 컴퍼니

스타트업 와이즐리 컴퍼니가 강조하는 D2C(Direct to Customerㆍ소비자와 직접 거래) 모델. 제조 원가 80%, 그 외 비용이 20%만 차지하는 가격 구조를 표방한다. 자료 와이즐리 컴퍼니

스타트업 와이즐리 컴퍼니가 지난해 12월 가격을 더 인하하며 내놓은 공고. 자료 와이즐리 컴퍼니

스타트업 와이즐리 컴퍼니가 지난해 12월 가격을 더 인하하며 내놓은 공고. 자료 와이즐리 컴퍼니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속에서 유통 기업들이 ‘원가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 새해 들어 생필품 가격 인상 소식이 잇따르는 가운데 가격 방어를 위해 “뺄 수 있는 것은 모두 빼서 ‘가격 다이어트 끝판왕’이 되겠다”는 것이다.

국산 소재로 바꾸고 부품공장도 찾아가

와이즐리는 삼면 접착 방식의 박스를 도입해 포장을 풀기 쉽게 하면서, 종이 사용량은 줄여 박스 비용 48%를 절감했다. 중간 유통사 수수료도 없앴다. 덕분에 이 회사는 지난해 3월과 12월 판매 가격을 더 낮출 수 있었다.

주로 1000원짜리 상품을 팔아 지난해 3조원 가까운 매출을 올린 아성다이소는 인기 제품의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전방위 전략’을 펼치고 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 회사는 최근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자 주방용 밀폐용기에 들어가는 미국산 트라이탄 소재를 국산 에코젠 소재로 바꿨다. 직원들이 발품을 팔아 소재 업체를 발굴한 결과다. 한 가지 상품만 내놓으면 단가가 높아지는 롤 클리너 리필과 대용량 롤백은 상품을 다양화했다. 가령 상품 폭 길이를 10‧16‧24㎝로 나누고, 형태도 일자·사선형으로 구분해 같은 원자재를 쓰는 상품을 여럿 내놓았다. 이 결과 소비자 선택 폭을 넓히면서도 원가가 절감되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됐다.

완제품 공장이 아닌 부속품 공장을 찾아가기도 한다. 이를 통해 원하는 형태로 성형·제조할 수 있는 캠핑행어(수납기기)를 내놓았고 다이소 본사에서 디자인하고 생산을 맡긴 반짝 스티커 같은 히트제품을 발굴했다. 아성다이소 관계자는 “원가가 오를수록 유통 과정에서 거품을 걷어내고, 비용을 최소화해 가격·품질을 유지하고 있다”며 “10만 명에게 10% 이익을 남기기보다는 100만 명의 선택을 받는 싸고 좋은 물건을 만들어 이윤을 남기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다이소에서 잘 팔리는 대용량 롤백. 같은 원자재를 쓰는 상품 종류를 늘려 대량 생산해 가격을 낮춘 사례다. 사진 아성다이소

다이소에서 잘 팔리는 대용량 롤백. 같은 원자재를 쓰는 상품 종류를 늘려 대량 생산해 가격을 낮춘 사례다. 사진 아성다이소

“포장지도 줄여라. 라면 5봉→10봉입으로”

대형마트인 이마트도 대량 매입과 사전 계약, 신규 소싱처 발굴에 적극적이다. 이 회사는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아 다음 달 3일부터 두 달간 기존 7000원짜리 계란 한 판은 5480원, 개당 1300원대 CJ햇반은 998원으로 판매한다. 이 밖에도 신선식품(15개)·가공식품(27개)·일상용품(6개) 가격을 최대 50%까지 낮추겠다고 밝혔다.

일단 바잉파워(구매력)가 있어 이런 가격이 가능했다. 회사 측은 “계란은 협력사 전체 생산량의 60%를 매입하고, 햇반은 평소 대비 세 배가량 매입 물량을 늘려 가격을 낮췄다”고 말했다. 플라스틱 내부 포장재를 줄이거나 2인분 상품을 4인분으로 증량해 단위당 생산원가를 낮추는 건 기본이다. 예컨대 라면은 5개 단위 포장을 10개로 늘려 운반을 단순화했다.

삼겹살은 기존 스페인산 가격이 급등하자 네덜란드산을 새로 도입하고, 국내 돈육 가공장을 직접 찾아 원가를 낮췄다. 최진일 이마트 MD혁신담당 상무는 “30년 축적한 상품 개발 역량을 총집결했다”고 말했다.

이마트가 다음달 3일부터 시작하는 '물가 안정 프로젝트 더 리미티드' 상품들. 대량 매입, 프로세스 개선, 사전 계약, 신규 소싱처 발굴로 가격을 최대 50%까지 낮췄다. 사진 이마트

이마트가 다음달 3일부터 시작하는 '물가 안정 프로젝트 더 리미티드' 상품들. 대량 매입, 프로세스 개선, 사전 계약, 신규 소싱처 발굴로 가격을 최대 50%까지 낮췄다. 사진 이마트

이마트가 다음달 3일부터 시작한다고 밝힌 '물가안정 프로젝트 더 리미티드’ 가격표. 자료 이마트

이마트가 다음달 3일부터 시작한다고 밝힌 '물가안정 프로젝트 더 리미티드’ 가격표. 자료 이마트

다만 이런 가격 유지‧인하 노력 과정에서 회사 구성원과 협력사에게 과도한 ‘쥐어짜기’를 요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어떻게든 가격을 낮추기 위해 협력업체에 부담을 전가시키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어느 한쪽에 일방적으로 가격을 부담시켜선 효과가 오래가지도 않을뿐더러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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