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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에 침묵하는건 배반"…이재명 외면 '수박 명부' 돌린 개딸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경기도 성남지청에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경기도 성남지청에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개딸(개혁의 딸)’로 불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강성 지지자들이 '이재명 외면 의원 명부’를 돌렸다. 일종의 '수박(겉과 속이 다른 국회의원이라는 뜻의 은어) 명부'를 자체적으로 만든 것이다. 민주당 의원이 이 대표 검찰 조사 때 현장 응원을 갔는지, SNS에 검찰 관련 메시지를 냈는지 등을 전수 조사한 결과다.

이 대표 중앙지검 출석 하루 뒤인 29일, 진보성향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 게시판엔 ‘민주당 의원들 검찰 방문 및 발언 SNS 전수 조사’란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게시글엔 가나다순으로 정리한 민주당 의원 169명 명단에 각각 ‘서울중앙지검’, ‘검찰 관련 발언(SNS)’ 항목을 붙여 일일이 OㆍX 표시를 해둔 표가 들어갔다. 마지막엔 ‘아무것도 하지 않은 85인 민주당 의원’ 명단 표가 별도 첨부됐다.

딴지일보 게시판. 인터넷 캡쳐

딴지일보 게시판. 인터넷 캡쳐

작성자는 ‘민주당 당원이 민주당 의원들에게’라는 제목의 선언문 성격 글도 함께 올렸다. 이 글에서 그는 “침묵하고 있는 것은 민주당 당원을 배반하는 것이며 민주주의를 위반하는 것”이라며 “이번 사태에 침묵했던 이들에 대한 평가는 경선과 총선 때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다. 또 “이 자료를 시작으로 각 의원의 말과 행동이 기록되어, 훗날 민주 투사인 척, 이재명을 위하는 척, 민주당을 위하는 척하는 위선자가 걸러지길 바란다”라고도 했다.

1만1000회 이상 조회수를 기록한 이 게시글엔 “매우 훌륭하시다”, “소중한 자료 감사하다”는 등의 댓글이 수십개 달렸다. “오늘 당장 문자 보내겠다”, “저 85명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공천해주지 밀아야 한다”라거나 특정 의원에 대해 “두고보자”, “꺼져라”라고 비난하는 댓글도 달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팬카페. 인터넷 캡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팬카페. 인터넷 캡쳐

이 게시글은 이 대표 팬카페로도 퍼져나갔다. “고급정보”라면서 팬카페에 이 글을 옮긴 한 회원은 “이렇게 하나하나 행보를 다 기록해서 총선 승리를 위해 대비해야 한다”며 “다시는 '수박' 농사하고 싶지 않다”고 썼다. 이 게시글에도 1700회 넘는 조회수가 붙었고, “당원과 지지자들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 “내 지역구부터 확인하고 채찍질해야겠다”는 등 댓글 60여개가 달렸다.

이들은 실제로 실력 행사에 나선다. 이 대표와 본관이 경주 이씨로 같아 이 대표가 사석에서 ‘할배’라고 부른다는 5선 이상민 의원이 대표적이다. 이 의원은 “이 대표가 기소될 경우 당 대표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등 공개 발언을 했다가 개딸에 '좌표찍기'를 당했다. 이 의원실엔 요새 욕설 전화가 수시로 걸려온다고 한다. 이 대표 사법리스크에 공개적인 우려 메시지를 냈던 다른 의원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 관련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출석에 앞서 박찬대 의원 등 기다리던 당직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 관련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출석에 앞서 박찬대 의원 등 기다리던 당직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지난 주말 중앙지검 앞에 나갔던 한 초선 의원은 최근 지지 메시지를 받았다고 한다. 다만 해당 의원은 “지지자들이 ‘고맙다’, ‘응원한다’는 메시지를 보내주더라”라면서도 “그렇지만 대표를 따라 나갔냐는 문제로 국회의원을 나누고 분열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30일 기자회견에서 당 의원을 향해 “간곡히 부탁드리는데 아무리 마음 아프시더라도 (다음에 내가 검찰에 출두할 때) 절대로 오지 마시라”며 “이게 갈등과 분열의 소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청래 최고위원은 3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언론의 폐해”라며 “당대표가 나가는데 가서 배웅하고 응원하고 하는 것은 칭찬받을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안 온 사람이 문제가 있는 거지 간 사람이 문제가 있냐”며 “영광스러운 길만 가서 같이 사진 찍고 고난의 길은 가서 싹 빠지고, 그게 인간이 할 짓이냐”라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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