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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전투기 요구에…바이든 "No" 마크롱 "안될 거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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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주력 전차를 제공하기로 결정하자마자 이번엔 전투기 지원 논란에 휩싸였다. 주력 전차를 지원받는 데 성공한 우크라이나는 “미국 F-16 전투기 등이 필요하다”며 요구 수준을 높였고, 일부 서방 국가와 단체를 중심으로 “전투기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잔디밭에서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EPA=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잔디밭에서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EPA=연합뉴스

30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와 독일 일간지 타게스슈피겔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F-16 전투기 지원 계획을 묻는 기자들을 향해 “노(No)”라고 잘라 말했다. 전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우리가 전차 지원을 결정하고 바로 다음 논쟁이 불붙는다면 이는 국민들에게 경솔하다는 인상을 심어주고 정부에 대한 신뢰를 흔들 것”이라며 “(전투기 지원은) 논의 사항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지난 25일 미국과 독일은 각각 자국 주력 전차인 M1 에이브럼스와 레오파르트2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전투기 지원 불가 방침을 밝힌 두 나라의 입장은 지난 28일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이 “서방 동맹국들과 장거리 미사일뿐 아니라 전투기 제공을 논의하는 ‘패스트트랙’ 회담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한 뒤 나와 주목받았다. 같은 날 유리 이나트 우크라이나 공군 대변인은 스페인 매체 엘파이스와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는 서방으로부터 전투기 24대를 지원 받는 게 목표”라면서 미국의 F-16이 최우선 순위지만 프랑스의 라팔, 스웨덴의 그리펜 등도 고려하고 있다는 뜻을 밝혔다.

F-16 전투기는 1970년대에 처음 생산돼 지속적인 개량을 거친 미국의 4세대 전투기다. 공대공 전투뿐 아니라 공대지 공격까지 가능한 소형 전투기다. 단발 엔진이면서도 기체 크기 대비 무기 탑재량이 많고 기동력이 뛰어나 가성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 자위대의 F-15 전투기 비행 모습. AP=연합뉴스

일본 자위대의 F-15 전투기 비행 모습. AP=연합뉴스

그간 미국 등 서방 국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투기 지원이 러시아를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금기시해왔다. 우크라이나가 서방이 지원한 전투기에 서방의 무기를 싣고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경우 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서방 국가에선 전투기 지원 필요성에 공감하는 쪽으로 기류가 바뀌고 있다. 대표적인 국가가 프랑스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30일 우크라이나 전투기 지원 계획에 대한 질문을 받고 “원칙적으로 배제한 바 없다”고 답했다. 다만 ▶우크라이나가 먼저 요청해야 하며 ▶절대로 긴장을 고조시켜선 안 되고 ▶러시아 영토 공격이 아닌 순수한 방어 용도로 사용돼야 하며 ▶프랑스군의 역량을 약화시키지 않는 한도 내여야 한다는 등 일련의 조건을 밝혔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지난 25일 주력 전차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발표하며 전투기 지원은 없다고 말했다. EPA=연합뉴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지난 25일 주력 전차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발표하며 전투기 지원은 없다고 말했다. EPA=연합뉴스

같은 날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 역시 “(무기 지원에) 금기는 없다. (전투기 지원이) 결정된다면 큰 진전이 될 것”이라며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최근 네덜란드 정치인들 사이에선 우크라이나에 F-16 전투기를 지원하자는 제안이 나온 바 있다.

대통령과 총리가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힌 미국과 독일에서도 전투기 지원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폴리티코는 익명의 미 국방부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국방부 내에서 우크라이나에 F-16 전투기를 보내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고 28일 전했다. 이 관계자는 우크라이나가 올 봄 영토 탈환을 위해 새로운 공세를 준비하고 있으며 전투기 지원이 우크라이나의 공격에 추진력을 달아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매체는 또 “바이든의 (전투기 지원 반대) 선언은 내부 정책 검토 결과가 아니라 최고 정책결정권자로서 자신의 현재 입장일 뿐”이라며 “‘절대 안 됨(Never)’인지 ‘지금 안 됨(Not Now)’인지 분명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30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30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독일에선 크리스토프 호이스겐 뭔헨안보회의(MSC) 의장이 29일 자국 ARD 방송에 출연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을 더 잘 방어하기 위해선 서방이 전투기를 지원하는 게 적절하다고 본다”면서 “국제법에 따라 외국 세력이 무기를 공급할 수 있으며 전차와 전투기를 모두 포함한다”고 강조했다. 뮌헨안보회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연례 국제 안보포럼이다.

이에 대해 존 파이너 미국 국가안보부 차관은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게 아니라 필요한 것을 제공해왔다”면서 “추후 우크라이나가 처한 전투 단계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바에 따라 지원 결정을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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