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VIK 이철, 이번엔 400억 배임…피해자 고발로 5번째 기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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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0억원대 다단계 펀드 사기로 두 차례에 걸쳐 기소돼 총 징역 14년 6월형을 확정받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가 최근 400억원대 배임 혐의로 추가 기소된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서울남부지검 형사2부(부장 권방문)는 지난 27일 이철 전 VIK 대표를 2014년 5월~2015년 7월 회사가 자본잠식 상태에서 돌려막기식으로 사업을 운영 중인데도 Y사 대표 안모씨 명의 계좌로 총 31회에 걸쳐 411억5000만원을 대여금 명목으로 송금해 회사에 손해를 입힌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로 불구속기소했다. 공범으로 고발됐던 안씨의 경우 “배임 행위의 전 과정에 관여하는 등으로 적극 가담했다고 단정하기 부족하다”(증거불충분)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당초 경찰이 수사한 뒤 불송치했던 이 사건은 고발인의 이의신청으로 검찰에 송치돼 보완수사 요구 끝에 최종 기소에 이르렀다.

서울남부지검 형사2부가 지난 27일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를 400억원대 배임 혐의로 추가기소했다. 사진은 서울 신정동 서울남부지검 본관의 모습. 뉴스1

서울남부지검 형사2부가 지난 27일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를 400억원대 배임 혐의로 추가기소했다. 사진은 서울 신정동 서울남부지검 본관의 모습. 뉴스1

 앞서 이 전 대표는 2011년부터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지 않고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약 3만명으로부터 약 7000억원을 끌어모아 연 20%의 수익률을 약속하면서도 실제로는 후발 투자자로부터 받은 투자금을 앞선 투자자의 수익금으로 돌려막는 이른바 ‘폰지사기’를 벌인 혐의로 2019년 9월 징역 12년형을 확정받았다. 이 사건으로 2015년 구속된 뒤에도 2015년 12월~2016년 4월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채 VIK 투자사 BPU홀딩스를 통해 5400여명으로부터 약 620억원을 모집한 혐의로도 기소돼 2021년 8월 징역 2년 6월을 확정받아 총 14년6개월의 징역형을 복역 중이다.

이 전 대표가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받은 뒤 피해자들의 고발로 추가 기소된 건 이번이 다섯 번째다. VIK피해자연합회 등 금융사기 피해자 모임인 금융피해자연대가 2020년 다섯 차례에 걸쳐 검찰·경찰에 고발한 사건이 모두 재판에 넘겨진 것이다. 앞서 기소된 건 ▶VIK 자회사를 통한 3억5000만원 횡령(2020년 4월 고발, 2021년 5월 기소) ▶자신의 부인을 자회사 사내이사에 앉힌 뒤 월급 명목 6300만원 횡령(2020년 11월 고발, 2021년 6월 기소) ▶2015년 9월∼2016년 9월 투자자 4000여명으로부터 437억4100만원을 가로채고, 2012년 11월~2015년 9월 무등록 다단계 판매 조직을 만들어 투자자들로부터 6853억원을 모집(2020년 7·12월 고발, 지난해 8월 기소)한 사건 등이다.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 뉴시스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 뉴시스

 이철 전 대표는 과거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와 국민참여당에서 활동한 이력을 갖고 있다. 국민참여당은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창당했던 정당으로 이 전 대표는 이 정당의 의정부 지역위원장 등을 지내면서 친(親)노무현 그룹 인사들과 친분을 쌓았다고 한다. 그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던 2011년 노무현정책학교 최고정책전문가 양성 과정을 수료하기도 했다.

그는 투자금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문화예술인과 대학교수는 물론 노무현 정부 고위공직자 출신이거나 현 야권 정치인들을 다수 초청해 강연을 열었다. 연사에는 김창호 전 국정홍보처장, 김현종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 이재정 전 경기도교육감,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용익 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유시민 전 이사장 등이 포함됐다. 이 중 김창호 전 처장은 이 전 대표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6억29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징역 1년 6월을 확정받아 복역했다. 이 전 대표는 채널A 사건에서 이동재 전 기자로부터 유 전 이사장 등 현 야권 인사의 비리를 제보하라는 취지의 협박 취재를 당했다며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의 피해자로 등장한 인물이기도 하다.

피해자 측은 이번이 VIK와 피투자기업 사이 자금 거래 관련 첫 기소 사례인 만큼 나머지 피투자기업 관련 횡령·배임 의혹에 대해서도 고발을 이어갈 계획이다. 검찰이 2015년 VIK 사건을 수사할 때 사기·유사수신,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만 수사했을 뿐 횡령·배임 등의 의혹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피해자 측은 2020년 서울회생법원의 VIK 회생절차 과정에서 확보한 자료와 검찰 수사기록을 바탕으로 자체 조사를 통해 고발해 왔다. 피해자 측을 대리하는 이민석 변호사는 “이 전 대표와 VIK 임원진들이 피투자기업과의 자금 거래를 통해 범죄수익을 은닉하려 한 것은 아닌지도 추적해 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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