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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가까운 필리핀 軍기지, 美 사용권 확보...中 충돌 요충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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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2일 필리핀 인근에서 중국 해안경비대가 필리핀 해안경비대 선박을 가까이에서 지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3월 2일 필리핀 인근에서 중국 해안경비대가 필리핀 해안경비대 선박을 가까이에서 지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이 중국의 위협에 맞서 인도·태평양(인·태) 지역에서 군사 태세를 강화하기 위해 필리핀에 군사기지 사용 권한을 추가로 확보할 예정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군이 새로 접근 권한을 갖게 될 군사기지는 필리핀 본섬인 루손섬 북부에 위치하며 대만과 가까운 곳이다. 남중국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중국과의 충돌에 대비할 요충지로 꼽힌다.

익명의 미국 국무부 당국자는 WP에 지난 몇 달 동안 여러 현장을 평가하고 판정하기 위한 광범위한 작업이 이뤄졌으며 그중 적어도 두 곳은 결정됐다고 전했다.

아직 세부 사항을 조율하는 협상이 진행 중이며, 이르면 이번 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필리핀을 방문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 칼리토 갈베즈 국방장관과 회담하면서 공식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달 초 에두아르도 아노 필리핀 국가안보보좌관과 이 문제를 논의했다.

이번 조치로 미국은 인·태 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군사기지를 추가로 얻게 된다. 필리핀 북부 군사기지는 대만이나 남중국해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 미군이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전략적 위치를 제공하게 된다. 자연재해나 기후 관련 문제에도 신속 대응이 가능해지는 등 다양한 안보 협력을 촉진할 수 있다고 WP는 전했다.

필리핀 정부 당국자는 미국과의 군사협력 강화는 자국의 방어 태세에 도움이 되지만 이 같은 안보 강화 추진이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마르코스 대통령은 대만해협과 서필리핀해의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레고리 폴링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동남아시아프로그램 국장은 "이번 조치는 단지 대만이나 남중국해의 우발 상황에 대비하는 의미에서 중요할 뿐 아니라 필리핀이 동맹의 현대화에 전적으로 참여하며 현대적인 동맹은 그들에게도 책임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양국 간 군사협력 확대는 이 지역에서 중국의 안보 위협 증대와 관련 있다. 지난해 11월 중국 해안경비대는 필리핀 한 섬 근처에서 필리핀 해군이 견인 중이던 중국 로켓 잔해를 강제로 압수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중국 민병대 선박이 서필리핀해에서 떼 지어 다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지난주에는 필리핀이 독점 어업권을 가진 암초 부근에서 조업 중이던 필리핀 어부들을 중국 선박이 쫓아내는 일도 있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최근 다보스 포럼에서 남중국해 문제가 밤잠을 설치게 하느냐는 질문에 "밤에도 깨어 있게 하고, 낮에도 깨어 있게 한다. 대부분 시간을 깨어 있게 한다"고 답했다.

1898년부터 1946년까지 미국 식민지였던 필리핀은 미국과 1951년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동맹이 됐다. 2차 세계대전 후 미군의 최대 해외기지 중 2곳이 필리핀에 위치하기도 했다. 하지만 1991년 필리핀 의회가 주권 침해를 주장하며 모든 미군 기지에 대한 권리 포기를 요구해 미군이 철수했다. 미군은 2014년 체결한 국방협력확대협정(EDCA)에 따라 공군 기지 4곳과 육군 기지 1곳에 병력을 순환 배치한다. 여기에 대만과 가까운 루손섬 북쪽 기지는 포함되지 않았다.

마이클 그린 시드니대 미국연구센터장은 이번 조치에 대해 "미국과 일본 같은 동맹국들에 격려가 될 큰 진전이며, 중국에는 강요의 대가에 대한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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