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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태종 무원 총무원장 "요즘 다 남 탓…자기 바로 보는 게 수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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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마음 바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

31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대한불교 천태종 무원(65) 총무원장의 신년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천태종의 올해 종무기조는 ‘자성 밝혀 만인과 소통하고, 공생할 수 있는 세상 만들자’이다. 무원 총무원장은 “요사이 세상사를 보면 내 탓은 없고, 다 남의 탓만 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종교인으로서 안으로 보나 밖으로보나 먼저 자성(自性)을 밝히는 일이 중요하다. 그런 뒤에 내 자성과 소통하고, 세상 사람과 같이 자리이타(自利利他ㆍ자신을 위하고 남을 위함)와 동체대비(同體大悲ㆍ나와 남을 한몸으로 보는 큰 자비)의 문화를 이끌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불교 천태종 무원 총무원장은 "마음 하나 잘 쓰는 것이 바로 도다"라고 말했다. 사진 천태종

대한불교 천태종 무원 총무원장은 "마음 하나 잘 쓰는 것이 바로 도다"라고 말했다. 사진 천태종

무원 스님의 은사는 천태종 2대 종정인 남대충(1925~93) 대종사다. 2026년이면 탄신 100주년이다. 천태종은 올해 ‘대충대종사 탄신 100주년 준비위원회’를 발족한다.

젊은 시절, 무원은 스승을 찾아 전국 사찰을 돌 참이었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이 소백산 구인사였다.

그때 남대충 스님이 물었다. “어떻게 왔느냐?” 무원은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왔다”고 답했다. 낮에는 밭에서 일하고, 밤에는 관세음보살 염불선을 했다. 100일 기도를 작정했지만, 49일째 되는 날 출가를 결심했다.

남대충 스님을 찾아가 물었다. “도(道)를 어떻게 닦습니까?”스승이 된 남대충 스님은 이렇게 답했다. “마음 하나 잘 쓰는 것이 도를 닦는 것이다.”
무원 총무원장은 출가 이후 지금까지 스승의 답을 화두 삼아 수행하고 있다. “수행을 하면 할수록 내 마음 보는 간격이 좁아진다. 처음에는 세상을 보고, 그다음에는 나의 하루를 보고, 그다음에는 반나절을 보고, 그다음에는한순간을 본다. 지(자기) 마음 바로 보면 화두는 곧장 풀린다. 그럼 그 마음으로, 계속 무심으로 가는 게 중요하다. 종정 예하께서도 ‘무심으로 기도하라’고 말씀하셨다.”

천태종의 주된 수행법은 염불선이다. 그냥 앉아서 염불만 하는 게 아니다. 낮에는 밭에서 열심히 일을 한다. 그럼 몸에서 잡념이 빠져나간다. 그 마음으로 밤에 관세음보살을 부르며 염불선을 한다.

“중국에서 천태종을 처음 세운 천태지자 대사는 지관(止觀ㆍ선정의 고요와 깨달음의 지혜) 수행을 중시했다. 한국 천태종도 마찬가지다. 지관을 중시한다. 염불선을 지극히 하다 보면 지관은 절로 성취가 된다.”

무원 총무원장은 "글로벌 시대에 동체대비 문화를 풀어내는 다문화 사찰을 꾸리겠다"고 강조했다. 사진 천태종

무원 총무원장은 "글로벌 시대에 동체대비 문화를 풀어내는 다문화 사찰을 꾸리겠다"고 강조했다. 사진 천태종

천태종은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명락사에천태국제다문화종합센터를 건립한다. 지하 4층, 지상 7층 규모다. 명락사는 다문화 가정, 탈북 이주민, 이주 노동자 등 우리 사회의 소외 계층을 보듬어 온 다문화 사찰이다. 무원 스님이 명락사에 있을 때 꾸려 놓은 다문화 활동이 기반이 됐다.

“이곳에는 나라별로 방을 만들어, 그 나라의 불상을 모시려고 한다. 그 나라의 스님을 초청해 법회도 볼 계획이다. 경북 경산의 천태종 사찰에서는 베트남에서 온 여성이 문화부장을 맡고 있다. 글로벌 시대 세계화로 가는 길에 동체대비의 문화를 풀어내는 다문화 사찰을 가꾸려 한다.”

전국에 있는 천태종 사찰은 모두 350개다. 신도 수는 250만명, 스님 수는 500명이다. 중앙집권적 성격이 강한 천태종은 종교계에서 ‘일당백’으로 통한다. 천태종 출가자는 고된 행자 생활 3년을 통과해야 한다. 출가자 수는 적지만, 신심이 강하다는 평을 듣는다.

무원 총무원장은 “천태종의 재가 불자들은 여름과 겨울, 각 한 달간 구인사를 비롯한 전국 사찰에서 안거에 들어가 수행한다. 현대인에게 딱 맞는 시스템이다. 스님들은 가을걷이가 끝난 12월부터 3월까지 안거에 들어간다”며 “코로나 마스크 해제를 맞아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염불선을 하는 주경야선 수행을 더욱 활성화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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