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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하게 뽑아달라" 최민정 호소에 '일단 보류' 택한 성남시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성남시청 빙상팀 코치 자리를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했다. 성남시청 소속인 한국 쇼트트랙 간판스타 최민정(25)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코치를 선발해달라"고 읍소해 파장이 커졌다. 성남시청은 코치 채용을 무기한 연기하고 지도자 공모를 다시 진행하기로 했다.

성남시청 쇼트트랙 코치직에 지원했다가 탈락한 빅토르 안(왼쪽)과 한국 쇼트트랙의 간판 최민정이 자신의 SNS에 올린 코치 채용 관련 입장문. 연합뉴스, 최민정 인스타그램

성남시청 쇼트트랙 코치직에 지원했다가 탈락한 빅토르 안(왼쪽)과 한국 쇼트트랙의 간판 최민정이 자신의 SNS에 올린 코치 채용 관련 입장문. 연합뉴스, 최민정 인스타그램

최민정은 31일 새벽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현재 성남시청 코치를 공개 채용하고 있다. 경기를 뛰는 건 결국 선수들이다. 선수들이 원하는 감독님과 함께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글을 올렸다. 최민정은 또 이준서, 김건희, 김길리, 김다겸, 서범석 등 성남시청 소속 쇼트트랙 선수 6명이 자필 서명한 '코치 채용에 대한 선수 입장'이라는 성명문 사진을 함께 첨부했다.

이들은 이 성명서를 통해 "우리는 이번 코치 선발 과정이 외부 영향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공정하고 투명한 과정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지원자 중 지도자 경력이 가장 우수하고 역량이 뛰어나며 소통이 가능한 코치님이 오셔야 한다. 이를 위해 관계자분들께서 도와주시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바라고 있다"고 호소했다.

성남시는 지난해 12월 19일 빙상팀 코치를 뽑기 위한 채용 공고를 냈다. 이 자리에 지원한 후보 7명 안에는 러시아로 귀화한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 2018년 평창과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에서 중국 대표팀을 지휘한 김선태 전 감독, 젊은빙상인연대 대표였던 여준형 전 국가대표 코치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진천선수촌에서 훈련하고 있는 한국 쇼트트랙의 간판 최민정. 뉴스1

진천선수촌에서 훈련하고 있는 한국 쇼트트랙의 간판 최민정. 뉴스1

한국빙상지도자연맹은 지원자 일부가 공개된 뒤 "빅토르 안은 러시아 귀화 전 올림픽 금메달 연금을 일시불로 받아갔으면서도 '한국 국적을 포기해야 하는지 몰랐다'는 거짓말을 했다"며 "김 전 감독도 한국 대표팀 사령탑 시절 심석희의 폭행 피해를 허위 보고해 징계를 받은 인물이다. 국내에서 선수들을 지도할 자격이 없다"는 반대 성명서를 발표했다.

결국 성남시청은 지난 29일 "빅토르 안과 김선태 전 감독은 상위 2배수 후보에 들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서류와 면접 심사를 통해 기술, 소통 능력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해 판단했다. 빙상계 여론과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나오는 시각도 평가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두 인사의 채용을 반대한 한국빙상지도자연맹 장광덕 회장이 또 다른 지원자인 여준형 전 코치와 과거 젊은빙상인연대에서 뜻을 함께한 사이로 알려져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성남시청 선수들이 언급한 '외부의 영향력'은 이런 상황에 대한 반감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한국 쇼트트랙 차세대 에이스로 평가 받는 성남시청 소속 김길리(파란색 헬멧). 뉴스1

한국 쇼트트랙 차세대 에이스로 평가 받는 성남시청 소속 김길리(파란색 헬멧). 뉴스1

최민정은 자신의 SNS 글을 놓고 찬반 양론이 일자 해당 게시물 내용을 수정해 재차 심경을 토로했다. "나를 비롯한 소속 선수들이 쓴 입장문은 (빅토르 안과 김선태 전 감독의 탈락이 확정되기 전인) 지난 9일 이미 성남시에 제출한 것"이라며 "선수가 어떠한 지도자를 원한다는 입장문을 내는 건 너무도 조심스럽고 건방져 보일 수 있다. 그럼에도 용기를 냈던 이유는 최근 코치 선임을 둘러싸고 나오는 이야기들 중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뒷전에 있고 사회적인 이슈가 주를 이뤄 선수들 모두 안타까웠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최민정은 또 "성남시청 쇼트트랙 선수들이 원하는 것은 훈련과 경기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상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소속팀에 쇼트트랙 전담 코치가 부재한 상황에서 오랫동안 훈련해왔다. 역량이 뛰어나고 선수들과 잘 소통할 수 있는 지도자가 함께해주시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선수단 입장문의 파장이 커지면서 성남시청 코치 자리는 당분간 계속 공석으로 남아있게 됐다. 31일 합격자를 발표하려던 성남시는 끝내 "경력, 수상 실적, 리더십, 신뢰성 등 여러 요소를 종합 심사했지만, 적임자를 찾지 못해 아무도 채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조만간 빙상팀 코치 공모를 다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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