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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안에 지구 온도 1.5도 넘는다”…AI의 섬뜩한 기후 예측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11월 16일 이집트에서 열린 COP27에서 환경운동가들이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11월 16일 이집트에서 열린 COP27에서 환경운동가들이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기후변화로 인해 앞으로 10년 안에 지구의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높아질 수 있다는 AI(인공지능)의 예측이 나왔다. 지구의 기후가 티핑 포인트(임계치)에 도달하는 시간이 예상보다 많이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30일(현지시각) 미국 국립과학원회보에 공개된 보고서에 따르면, 미 스탠퍼드대 등 공동 연구팀은 AI 기술을 활용해 앞으로 진행될 지구 온난화의 시간표를 예측했다. 연구팀은 방대한 데이터 속의 관계를 인식하는 AI에게 전 세계의 온도 관측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구 기후 모델 시뮬레이션을 분석하도록 훈련했다. 이를 통해 지구 온도가 임계치에 도달하는 시점을 계산하도록 요청했다.

지구의 온도는 이미 온난화의 영향으로 산업화 이전보다 1.1~1.2도가량 상승한 상태다. AI는 온실가스를 줄이더라도 2030년대 초에 전 세계가 1.5도의 온난화를 겪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라 3가지 시나리오를 내놨는데, 이들 모두에서 2033∼2035년 사이에 지구 온도가 1.5도 높아질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공개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 역시 1.5도 상승 시점을 기존 2030~2052년에서 2021~2040년으로 당겼다.

AI는 또,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금처럼 높게 유지된다면 2050년 이전에 지구의 온도가 2도 상승할 가능성이 50%이고, 2058년 이전에 2도에 도달할 가능성은 84%나 된다고 전망했다. 심지어 앞으로 반세기 안에 전 세계가 탄소중립을 달성하더라도 2065년 이전에 2도 온난화에 도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예측했다. 이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낮추면 금세기 안에 2도를 초과할 가능성이 작다는 IPCC의 예측보다 더 비관적인 결론이다.

연구팀을 이끈 노아 디펜버 스탠퍼드대 지구시스템과학 교수는 “기후 시스템의 현재 상태를 토대로 미래를 예측하는 완전히 새로운 접근법을 사용해 우리는 세계가 1.5도의 문턱을 넘어서기 직전에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AI는 탄소중립에 도달하는 데 반세기가 더 걸린다면 지구 온도 2도 상승에 충분할 만큼 온난화가 이미 진행됐다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2도 상승하면 더 심각한 기후재앙 온다

튀르키에 앙카라 지역의 호수가 가뭄으로 메말랐다. 신화통신=연합뉴스

튀르키에 앙카라 지역의 호수가 가뭄으로 메말랐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 각국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설정한 온난화 억제 목표가 좌절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국제사회는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따라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내로 억제하고 나아가 1.5도 이하로 제한하는 데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1.5도와 2도를 기후위기의 임계점으로 본 것이다.

특히, 2도 상승은 1.5도보다 전 세계에 홍수·가뭄 등 더 심각한 기후 재앙을 불러올 것으로 우려된다. IPCC 보고서에 따르면, 0.5도 차이로 인한 식물의 서식지 손실량은 2배, 곤충의 손실량은 3배가 된다. 이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식량난이 가중되면서 아프리카와 아시아, 중남미 등에 영양실조가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생물 다양성도 큰 타격을 입어 육상 생태계의 최대 18%가 멸종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1.5도 목표 달성에 실패할 것이라는 우려보다는 더 심각한 상황을 피하기 위한 동기 부여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펜버 교수는 “우리의 연구 결과는 2도 상승을 피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야심 찬 약속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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