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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잠하던 北, 2월 '도발 재개' 발동 거나…"고체 연료 시험 정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이 최근 고체 연료를 사용하는 발사체 엔진 시험을 한 정황이 포착됐다. 지난해 말 무인기 도발, 지난 1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발사 후 한 달 간 잠잠했던 북한이 각종 기념일이 몰려 있는 다음달부터 도발 스케줄을 다시 가동할 거란 관측도 나온다.

"강력 화염 분출 흔적"

31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북한이 지난 29~30일 함경남도 함주군 마군포 엔진시험장에서 고체연료 엔진 시험을 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미국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 제임스마틴 비확산센터가 전날 공개한 플래닛 랩스 위성사진이 근거다.

북한 마군포 엔진시험장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 29일(왼쪽 사각형 안)까지만 해도 아무런 흔적이 없지만 30일(오른쪽) 화염이 만들어낸 그을린 흔적을 볼 수 있다. 제임스마틴 비확산센터. Planet Labs. 미국의소리(VOA).

북한 마군포 엔진시험장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 29일(왼쪽 사각형 안)까지만 해도 아무런 흔적이 없지만 30일(오른쪽) 화염이 만들어낸 그을린 흔적을 볼 수 있다. 제임스마틴 비확산센터. Planet Labs. 미국의소리(VOA).

해당 위성사진에 따르면 지난 29일 오전 10시 53분 촬영된 사진과 비교해 30일 오전 9시 3분 사진에는 엔진 시험장 내 시험대 바로 옆 들판에 검게 그을린 흔적이 보인다. 29일 오전부터 30일 오전 사이 연소 시험을 실시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그을린 흔적은 엔진 시험대 끝 부분에서 시작돼 길이는 120m에 달하는 것으로 관측됐는데 "현장에서 강력한 화염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VOA는 전했다.

북한 함경남도 마군포 엔진시험장을 촬영한 30일자 위성 사진. 원 안에 고체연료 엔진 시험 정황이 포착됐다. 제임스마틴 비확산센터. Planet Labs. 미국의소리(VOA).

북한 함경남도 마군포 엔진시험장을 촬영한 30일자 위성 사진. 원 안에 고체연료 엔진 시험 정황이 포착됐다. 제임스마틴 비확산센터. Planet Labs. 미국의소리(VOA).

이번 시험은 탄도미사일 발사 목적으로 보이지만 우주 개발(위성) 프로그램 일환일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북한이 실제 고체연료 시험을 했다면 지난해 12월 15일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대출력 고체연료 발동기(로켓엔진) 지상분출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힌지 한 달 반 만이다. 당시 시험을 현지 지도했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일 공개된 노동당 전원회의 보고에서도 "신속한 핵 반격 능력을 기본 사명으로 하는 또 다른 ICBM 체계를 개발하라"고 지시했다. 탄도 미사일에 고체 연료를 사용하면 액체 연료와는 달리 발사 직전 연료를 주입할 필요가 없어 기습 발사가 가능하다.

연초 들어 잠잠했지만…

북한은 지난해 12월 26일 무인기 도발, 새해 첫날인 지난 1일 SRBM 발사 후 30일동안 도발을 자제했다. 지난해엔 1월 한 달 간 극초음속미사일 발사 등 7차례에 걸쳐 도발을 한 것과 비교된다.

특히 이달 외교·국방·통일 등 업무보고 후 윤석열 대통령이 북핵 문제 관련 "심각해질 경우 자체 핵 보유 가능", "실효적 전쟁 대비 연습", "힘에 의한 평화" 등 발언을 한 뒤에도 북한은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다. 대남·대미 스피커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 27일 올해 들어 처음 내놓은 담화도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이었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지난해 말부터 ICBM 정각 발사, 정찰위성 발사 등 올해 도발 스케줄을 미리 예고해뒀고 7차 핵실험 가능성도 언제든 살아 있지만, 모두 쉽사리 써버리기엔 아까운 카드들"이라며 "일단 자세를 낮추고 연초엔 상황을 주시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1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고출력 로켓엔진 시험을 참관하는 모습. 조선중앙TV.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1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고출력 로켓엔진 시험을 참관하는 모습. 조선중앙TV. 연합뉴스.

건군절·김정일 생일 주목

전문가들은 다음달엔 상황이 다를 수 있다고 전망한다. 오는 3월 중국의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있지만, 중국의 체면을 건드리지 않도록 수위를 조절하며 지난해 말처럼 각종 도발을 일삼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선인민군 창건 75주년(건군절·2월 8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광명성절·2월 16일) 등 기념일도 고비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5일 "북한이 2월 8일 건군절에 열병식을 열 수 있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최근 북한은 "겨울철 호흡기 질환"을 이유로 평양에 닷새간 봉쇄령을 내렸다 지난 30일 해제했는데, 이에 따라 지난해 말부터 시작했던 대규모 열병식 준비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30일(현지시간)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비공개 회의를 열었다. 다만 중국·러시아의 딴지로 '기타 안건' 형식으로 토의가 이뤄졌으며 앞선 수차례 회의와 마찬가지로 이사국 간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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