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되네, 직접 할래...톰브라운·셀린느 '직진출'에 삼성·신세계 허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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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을 통해 한국 시장에 진출했던 글로벌 브랜드들이 잇달아 ‘직진출’을 선언하고 있다. 국내 명품 시장이 성장하고, 한국 시장의 중요도가 높아지면서다. 이에 따라 해외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늘려갔던 국내 패션 기업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이 전개해왔던 톰브라운이 톰브라운코리아로 국내 사업을 직접 운영하기로 했다. 사진 톰브라운 공식 SNS 계정

삼성물산 패션 부문이 전개해왔던 톰브라운이 톰브라운코리아로 국내 사업을 직접 운영하기로 했다. 사진 톰브라운 공식 SNS 계정

12년간 한솥밥, 톰브라운 삼성물산 떠난다 

31일 패션 업계에 따르면 이탈리아 제냐그룹 계열인 남성 명품 브랜드 톰브라운이 오는 7월 1일 톰브라운코리아를 설립, 국내 시장에 직진출한다고 밝혔다. 톰브라운은 지난 2011년부터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운영해왔다.

톰브라운은 최근 삼성물산의 성장을 이끈 ‘4대 신(新)명품’ 브랜드 중 하나로 꼽혀왔다. 신명품은 명품 못지않은 디자인과 품질을 가졌으면서도 새롭고 트렌디해 젊은 세대에게 인기 있는 브랜드를 일컫는다. 톰브라운은 지난해 수백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며, 아미·메종 키츠네·르메르와 함께 삼성물산의 매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다만 삼성물산은 톰브라운의 직진출 이후에도 상품 발주·유통 전략·매장 및 인력 운영 전반을 맡아 전개하는 ‘리테일 매니지먼트’ 계약을 새로 체결했다고 밝혔다. 사업 운영권은 톰브라운코리아가 갖지만, 사업 운영은 기존대로 삼성물산이 한다는 방침이다.

1일부터 셀린느도 직진출

지난 1일부터는 LVMH 소속의 셀린느가 신세계인터내셔널과 계약을 종료하고 국내 시장에 직진출했다. 지난 2021년 11월에는 디젤·질샌더·메종마르지엘라·마르니 등을 보유한 패션그룹 OTB가 한국 법인을 설립했다. 이들 브랜드의 국내 사업 운영권은 신세계인터내셔널이 가지고 있었다.

LVMH 소속 셀린느도 지난 1일부터 국내 시장에 직진출했다. 사진 셀린느 공식 SNS 계정

LVMH 소속 셀린느도 지난 1일부터 국내 시장에 직진출했다. 사진 셀린느 공식 SNS 계정

현재는 기존 신세계 유통망은 신세계인터내셔널이, 국내 사업 전반 및 신규 매장 운영은 OTB코리아가 직접 운영하는 방식이다. OTB코리아는 지난해 하반기에만 서울 한남동 디젤 플래그십 스토어(대표 매장) 및 메종마르지엘라 롯데 잠실 월드타워점, 현대백화점 본점, 더현대 서울점 등을 내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 밖에 신원이 2009년부터 전개해온 명품 수트 브랜드 브리오니도 국내 직접 진출을 앞두고 있다. 올해 말 판권 계약이 만료돼, 이후 모회사 케링이 국내 사업을 직접 챙긴다는 방침이다. 업계에 따르면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 오데마피게도 지난 2021년 국내에 법인 등기를 완료, 연내 한국 법인을 통한 공식 매장 출점을 앞두고 있다.

직진출 러쉬, 왜? 

글로벌 브랜드의 국내 직진출 러쉬 배경에는 무엇보다 한국 명품 시장의 급성장이 꼽힌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명품 소비 지출은 전년보다 24% 증가한 168억 달러(20조6300억원)를 기록했다. 국민 1인당 평균으로 환산 시 325달러(약 40만원)로 세계 1위 수준이다.

 지난해 9월 OTB코리아의 디젤이 서울 한남동에 국내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냈다. 사진 OTB코리아

지난해 9월 OTB코리아의 디젤이 서울 한남동에 국내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냈다. 사진 OTB코리아

K-팝 등에 대한 글로벌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한국 시장 차제의 중요도가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앰배서더(홍보대사)로 발탁되는 K-팝 스타들도 늘고 있다.

글로벌 명품 기업들의 전략 자체가 ‘직접 운영’으로 바뀌고 있는 흐름도 한몫했다. 로에베·리모와·셀린느 등은 LVMH에 인수된 후 대부분의 나라에서 지역 파트너를 정리하고 지사를 설립하는 식으로 직진출에 나서고 있다. 제냐·OTB 등의 경우 증시 상장을 앞두고 수익성 제고 및 기업 가치 강화를 위한 진직출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해외 비중 35%, 신규 브랜드 발굴은 숙명

최근 국내 패션 기업들이 해외 브랜드로 실적을 올리는 상황에서 잇단 직진출 선언은 뼈아픈 것이 사실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현대백화점그룹의 한섬은 전체 매출의 약 30%가,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약 35%가 해외 브랜드에서 나오고 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한 패션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해외 브랜드 쏠림 현상이 심해졌고, 매출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물론 성장세도 가파르다”며 “국내 브랜드 육성보다는 새로운 해외 브랜드 발굴에 공들이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주요 패션 기업들은 일제히 해외 브랜드 포트폴리오 강화에 나섰다. 삼성물산은 스튜디오 니콜슨·가니·자크뮈스 등을, 한섬은 아워레가시·토템·가브리엘라 허스트를,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엔폴드·필립플레인 골프를 신규 유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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