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 패싱’ 양곡법, 본회의 올랐지만…‘경제통’ 김진표 넘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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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쌀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정의당의 단독 의결로 국회 본회의에 부의됐다.

3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양곡관리법 개정안 부의의 건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채 퇴장하면서 의석들이 비어 있다. 연합뉴스

국회는 30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 본회의 부의의 건을 상정해 재석 의원 165명 중 찬성 157명, 반대 6명, 무효 2명으로 통과시켰다. 개정안에 반대하는 국민의힘은 표결 직전 반대 토론을 한 뒤 본회의장에서 퇴장했다. 해당 법안은 쌀 초과생산량이 예상 수요량의 3% 이상이거나 쌀 가격이 전년보다 5% 넘게 떨어지면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내용이 골자다.

최춘식 국민의힘 의원은 무기명 표결 직전 토론을 통해 “남는 쌀에 대한 시장 격리가 의무화되면 쌀 공급 과잉 구조가 더욱 심화되고 쌀값은 계속 하락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안병길 의원도 “이른바 ‘이재명 하명법’이라고 불리는 이 법에는 절차적ㆍ내용적ㆍ결과적으로 모두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법사위로 넘어간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심사가 미뤄지자 지난달 농해수위에서 본회의 직회부를 단독 의결했다. 국회법(제86조 3항)상 법사위 계류시한(법사위 회부된 날로부터 60일)을 넘겼다는 이유로 법사위를 건너뛰고 본회의로 바로 보낸 것이다. 16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는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법사위원장이 양곡관리법을 직권상정하자 민주당 의원들이 집단퇴장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날 본회의 부의는 법사위 계류시한을 120일에서 60일로 단축하는 개정안이 지난해 9월 시행된 이후 본회의로 직행한 첫 사례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스1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 처리하는 것까지 기대했으나, 김진표 국회의장은 양당에 추가 협의를 당부했다. 김 의장은 표결 직후 “쌀 시장 가격 안정과 식량 안보 차원에서 찬성하는 의견과 재정 부담 및 장기적 쌀값 하락 우려로 반대하는 의견이 있다”며 “농해수위를 중심으로 무엇이 농민을 위하는 것인지 심사숙고해서 여야가 합리적 대안을 마련해달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른바 민주당 내 대표적인 ‘경제통’으로 꼽히는 김 의장의 인식이 반영됐다는 시각도 있다. 재정경제부 세제실장 출신인 김 의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지내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최전선에서 이끌었다. 노 전 대통령이 2003년 5월 미국 방문길에 주재한 한미 경제계 초청 오찬에서 “농산물 문제로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장애를 받고 있다”고 말하자, 같은 자리에 있던 김진표 당시 부총리가 “농업부문 보호와 구조개혁을 위한 특별법 제정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한미FTA 체결 방침을 뒷받침했던 건 유명한 일화다. 다만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이날 “민생 쟁점 법안에 대해서는 역대 의장들처럼 합의를 계속 중시하는 게 김 의장 방침”이라고만 밝혔다.

한편 이날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위 활동 내용을 담은 결과보고서도 여당 의원들 퇴장 속에 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 등 야당 단독으로 의결됐다. 재석 158명에 찬성 158명이었다. 17일 이태원 참사 국조특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책임과 파면 요구가 담긴 보고서 내용에 반발하며 퇴장했다.

이 장관 파면 요구가 담긴 보고서를 채택한 민주당은 다음 단계로 이 장관 탄핵소추안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2월 국회 개회식 이후 의원총회를 열고 이상민 장관의 문책과 관련한 내용을 포함해 여러 당내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정재 기자 kim.jeongja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