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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연료' 등유도 30% 폭등…"전기장판으로 버틴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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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강원 원주의 단독주택에 사는 박모(60)씨는 이달 설 명절을 앞두고 등유 400L를 넣는 데 57만원을 썼다. 2년 전엔 같은 양을 넣는데 33만원, 1년 전엔 45만원이 들었는데 60만원 가까운 수준으로 올라서다. 박씨는 “집에 있을 때도 외투까지 껴입고, 최대한 전기장판을 안 벗어나고 생활하려고 하지만 400L라고 해봐야 날이 추우면 한 달 반밖에 못 버틴다”고 토로했다.

가스요금뿐 아니라 난방용 등유 가격까지 급등하면서 취약계층 부담이 불어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천연가스 가격 상승이 가스요금 인상으로 이어졌다면, 국제유가 상승은 난방용 등윳값 폭등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2년 새 70% 오른 등유…도시가스 선택 불가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29일 기준 난방용 등유의 평균가격은 1L당 1482.6원이다. 같은 날짜를 기준으로 2021년엔 L당 872원, 2022년엔 1121.6원이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30% 이상 올랐고, 국제유가가 크게 떨어졌던 2년 전과 비교하면 인상 폭이 70%가 넘는다. 평균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한겨울엔 등유 한 드럼(200L)으로 3주 난방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3주마다 2년 전보다 가구당 12만2100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

비도심에 거주하는 서민들에겐 등유가 사실상 유일한 난방 수단이다. 이 때문에 난방용 등유는 대표적인 ‘서민연료’도 분류된다. 도시가스가 주로 도심이나 아파트·빌라 중심으로 보급돼서다. 박씨도 도시가스로 바꿀 방법을 찾아봤지만, 단독주택이 있는 외곽지역까진 보급이 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난방용 등유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국제유가 인상에 공급 감소까지

지난해 초부터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오른 영향이 크다. 2021년 1월 배럴당 50달러대(두바이유 기준)였던 국제유가는 지난해 3월엔 배럴당 127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이후 조금씩 떨어져 이달엔 배럴당 8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3월 이후엔 난방 수요가 크지 않은 만큼 유가 상승으로 인한 등유 가격 오름세의 영향을 덜 받다가 지난해 연말부터 본격적인 가격 상승 충격이 나타났다.

등유 가격이 폭등한 지난해 12월 16일 서울의 한 주유소 유가정보란에 가격이 표기되어 있다. 연합뉴스

등유 가격이 폭등한 지난해 12월 16일 서울의 한 주유소 유가정보란에 가격이 표기되어 있다. 연합뉴스

또 천연가스 가격이 오르면서 이를 경유로 대체하다 보니 경유 생산이 늘었고, 생산라인을 같이 쓰는 등유는 공급이 줄었다. 공급이 줄면서 등유 가격이 국제유가 상승세보다 빠르게 올랐다는 것이다.

가스요금 인상으로 서민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오자 정부는 최근 에너지바우처 지원을 늘리기로 했다. 정부는 1800억원 규모의 에너지바우처 인상 계획을 통해 지원 대상 가구당 30만4000원(기존 15만2000원)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지원액이 인상된 에너지바우처로 등유를 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별도로 정부는 가구당 64만1000원을 지원하는 등유바우처를 운영한다. 생계·의료급여 수급자 중에서도 한부모·소년소녀 가정을 지원 대상으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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