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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재임 내내 朴 의식했다"…'대선주자 불가론' 띄운 친윤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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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이 1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3부산 출향인사 초청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박형준 부산시장의 인사말을 경청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이 1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3부산 출향인사 초청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박형준 부산시장의 인사말을 경청하고 있다. 뉴스1

“저는 다음 대선 출마 마음을 접은 사람이고 그래서 공천 과정에서 가장 공정할 수 있는 사람이다.”(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김 의원 본인께서 울산시장 재임 시절 대권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대선 주자 당 대표 불가론’이 3·8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 지난해 말 부터 여권 핵심부에서 제기됐던 이 주장이 최근 또다시 퍼지는 것은 안철수 의원이 윤심(尹心)을 앞세운 김 의원을 바짝 추격하면서다. 앞서 친윤계는 “대권 잠룡이 대표가 되면 자기 정치에 혈안이 될 것”며 유승민 전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을 연달아 비토했다.

요즘 친윤계와 주파수를 맞추는 홍준표 대구시장도 29일 페이스북에서 “당이 미래권력에 넘어가는 순간 당내 분열과 혼란은 시작되고 그 정권은 사실상 힘을 잃는다”며 안 의원을 겨눴다.  홍 시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행정수도 이전 대신 서울대와 대기업 이전을 세종시에 하겠다고 내걸었으나 박근혜는 한마디로 이를 거부했다”며 “그때를 고비로 MB는 사실상 허수아비 대통령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노무현 정부 시절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박근혜 정부 시절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등이 현역 대통령과 갈등을 빚었던 당대 ‘미래 권력’으로 꼽힌다. 그러나 면면이 살펴보면 현 상황과 같은 부분도 있지만 다른 대목도 있다.

①文 회고록에서도 “정동영, 노무현에 너무 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2005년 4월 28일 청와대에서 통일부에 대한 업무보고를 청취하기위해 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권진호 당시 국가안보 보좌관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2005년 4월 28일 청와대에서 통일부에 대한 업무보고를 청취하기위해 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권진호 당시 국가안보 보좌관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1년 노 전 대통령 2주기를 맞아 펴냈던 저서 ‘문재인의 운명’에서, “노 전 대통령이 가장 큰 기대를 걸었던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당 대표 격)의 행보는 그 분을 너무 아프게 했다”고 회고했다.

정 전 의장이 노무현 정권 말기인 2007년 열린우리당을 탈당해 대통합민주신당에 합류하며 여권 분열을 주도했던 상황을 거론한 것이다. 정 전 의장은 2007년 17대 대선에서 ‘탈노’(脫盧)를 기치로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로 올라섰다.

정 전 의장은 2002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노 전 대통령과 맞붙었다. 지난 대선에서 막판까지 윤 대통령과 경쟁했던 안 의원과 오버랩되는 대목이다. 친윤계 초선 의원은 “안 의원은 윤 대통령과 단일화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적지 않았다”며 “당권을 잡을 경우 대통령실과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정 전 의장이 노 전 대통령과 각을 세운 시기는 자신이 의장직을 내려놓은 정권 후반기였다는 게 현재와는 다른 점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열린우리당 초대 의장직을 수행했던 정 전 의장은 적어도 정권 중반까지는 청와대와 긴밀히 협조했고, 그 결과 노 전 대통령이 차기 대선 후보로 밀어주려 통일부 장관직까지 줬던 것”이라고 말했다.

②홍준표 “MB, 재임 시절 내내 박근혜 의식해”

한나라당 이명박 당시 대선후보와 박근혜 전 대표가 2007년 9월 7일 오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경선 이후 처음 만나 얘기하고 있다.

한나라당 이명박 당시 대선후보와 박근혜 전 대표가 2007년 9월 7일 오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경선 이후 처음 만나 얘기하고 있다.

특히 친윤계가 ‘반면교사’로 앞세우는 건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이 2007년 17대 대선 경선에서 이 전 대통령에게 패배한 뒤, 여권 내 ‘불편한 동거’가 계속됐기 때문이다.

홍준표 시장은 “MB는 대통령 재임 중 단 한 번도 박근혜를 의식하지 않은 날이 없었고 친이세력을 내세워 당을 장악하고자 수차례 시도하였으나 대중적인 인물 부재로 여의치 못했다”고 적었다.

그러나 이를 두고선 “박 전 대통령을 안 의원과 비교하는 건 억지스럽다”(국민의힘 관계자)는 지적도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이 MB 정권 말기인 2012년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역임했던 맥락은 지금과는 판이하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2012년 총선을 앞두고 MB정권에 대한 심판 여론이 들끓자, 박 전 대통령이 불가피하게 구원투수로 등판했던 것”이라며 “당시 새누리당은 MB 청와대와 차별화를 꾀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안 의원도 30일 기자들과 만나 “당시 박근혜 대표를 따르는 분들이 (새누리당에) 많이 계셨지 않나”며 “그런데 아시다시피 저는 계파가 없다. 그래서 전혀 경우가 다르다”고 반박했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은 미래 권력의 적절한 견제를 바탕으로 정권 재창출을 이룬 성공 사례”라고 말했다.

③‘진박 공천’에 ‘옥새 들고 나르샤’ 김무성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이 당대표 시절이던 2016년 3월 부산 영도구 자신의 사무실에 갔다가 영도대교에 올랐다. 대표 직인을 가지고 갔다는 소문 탓에 소위 ‘옥새 파동’이 벌어졌다. 송봉근 기자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이 당대표 시절이던 2016년 3월 부산 영도구 자신의 사무실에 갔다가 영도대교에 올랐다. 대표 직인을 가지고 갔다는 소문 탓에 소위 ‘옥새 파동’이 벌어졌다. 송봉근 기자

오히려 이번 전대 상황은, 친박·비박으로 쪼개졌던 2014년 7월 전대와 가장 유사하다는 관측이 많다. 당시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을 앞세웠던 서청원 전 의원과 비박 구심점으로 등판한 김무성 전 의원 사이에 전면전이 벌어졌다. 친박계와 청와대는 서 전 의원을 대표로 만들고자 안간힘을 썼지만, 김 전 의원의 승리를 막지 못했다.

여권 유력 잠룡이었던 김 전 의원은 2016년 당 대표 재직시 친박계가 비박계 후보들을 배제한 ‘진박 공천’을 주도하자, 이에 반발하며 공천장에 대표직 날인을 거부하고 부산으로 내려가는 ‘옥새 파동’을 일으켰다. 공천 잡음은 20대 총선 패배로 이어졌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시 청와대가 서청원 전 의원을 선호했더라도 의원 지지세(勢)로 따지면 김 전 의원이 더 우세했다”며 “본인의 자체 세력을 믿고 김 전 의원이 나중에 청와대와 대립을 한 것이지만, 지금 안철수 의원은 그럴 수 있는 위상이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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