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글로벌 아이

‘겨울왕국’ 홋카이도와 올림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안착히 글로벌협력팀장

안착히 글로벌협력팀장

요즘 일본 최북단 홋카이도에 활기가 돌고 있다. 이번 주말 팬데믹 이후 3년 만에 열리는 ‘삿포로 눈축제’ 준비 작업이 한창이다. 겨울철이 되면서 삿포로·니세코·오타루 등 홋카이도의 유명 관광지는 여행객들의 소셜 미디어 피드로 넘쳐난다. 지난해 10월 해외 입국자 허용 이후 엔화 약세에 고무된 한국·홍콩·동남아 여행객이 몰려오고 있다. 인기 숙소들은 이미 매진됐고, 맛집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있다.

일본의 겨울을 대표하는 삿포로는 2030년 겨울올림픽과 패럴림픽 유치에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1972년 아시아 처음으로 겨울올림픽을 개최한 전력을 내세워 또다시 이 도시의 매력을 세계에 알리겠다는 포부다. 반면 그 앞길이 순탄치 않을 것 같은 조짐이다. 삿포로시 차원에서의 유치전뿐 아니라 겨울올림픽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삿포로 눈축제’가 열리는 공원 옆 도로변에 2030년 겨울올림픽과 패럴림픽 유치를 홍보하는 포스터가 걸려 있다. 안착히 기자

‘삿포로 눈축제’가 열리는 공원 옆 도로변에 2030년 겨울올림픽과 패럴림픽 유치를 홍보하는 포스터가 걸려 있다. 안착히 기자

우선 삿포로 올림픽유치위원회의 입장에서는 팬데믹으로 인해 한 해 늦게 개최된 도쿄올림픽 관련 비리 의혹과 그에 따른 여파로 올림픽 유치에 대한 시민 여론이 비우호적으로 돌아선 것이 큰 부담이다. 현재 위원회는 관련 여론조사가 나온 이후 지난해 말부터 유치활동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삿포로 시민 중 60%는 겨울올림픽 개최를 원하지 않으며 시에 별 도움이 안 되는 낭비적인 행사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한마디로 하지 말자는 말이다. 여기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기후변화가 겨울철 스포츠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하게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를 명분 삼아 당초 올가을 확정하기로 한 2030년 대회 유치지 선정을 2024년으로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복잡하게 꼬인 상황은 이게 다가 아니다.

설상가상으로 당초 유치전에 가세하기로 했던 미국의 솔트레이크시티와 캐나다의 밴쿠버도 발을 빼고 있다. 솔트레이크시티는 2030년 대회가 2028년 로스앤젤레스 여름올림픽 바로 2년 뒤에 열려 협찬 유치 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2034년 대회를 추진하겠다며 슬그머니 빠지는 모양새다. 밴쿠버는 아예 유치 의사를 접겠다고 공식 확인했다. 이제 삿포로만 남는 형국인데 겨울올림픽 역사상 단독 유치라는 맥빠지는 사태로 흘러갈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대내외 여건에도 삿포로시는 코앞으로 다가온 눈축제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기자가 지난주 직접 본 삿포로시 중심의 오도리 공원에는 각종 삽과 톱을 들고나온 시민들이 거대한 눈덩이를 조각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조용한 열정으로 불을 지피고 있는 ‘겨울왕국’ 삿포로가 올림픽 유치를 성사시킬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