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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A 팟캐스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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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애플 등의 팟캐스트 플랫폼을 뒤지면 ‘랭리 파일(The Langley Files)’이라는 팟캐스트를 만날 수 있다. 버지니아주 랭리는 미국 중앙정보국(CIA) 본부가 있는 곳이다. ‘랭리 파일’은 잘 알려지지 않는 CIA 활동을 이야기하는, 꽤 인기 있는 팟캐스트다. 흥미롭게도 이 팟캐스트의 운영 주체는 CIA다. 비밀을 생명처럼 여기는 세계 최고의 정보기관이 자신들이 한 일을 직접 들려준다는 건 언뜻 믿기 힘든 일이다. 하지만 CIA의 역사를 안다면 놀라운 일은 아니다.

1947년 냉전의 시작과 함께 설립된 CIA는 단순 정보 수집기관이 아니라 미국에 유리한 내용을 전 세계에 퍼뜨리는 역할도 함께 수행해 왔다. 공산주의를 비판한 오지 오웰의 『동물농장』이 1954년에 만화로 나왔을 때 이를 재정적으로 지원하기도 했고, 미국을 세계 미술의 중심으로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는 추상표현주의 회화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과정을 CIA가 드러나지 않게 도왔다는 사실은 미국 현대 미술사에서는 이미 유명한 얘기다.

이런 CIA의 홍보 활동은 미디어 발전과 함께해 왔다. CIA는 각종 영화나 드라마 제작에 다양한 형태로 참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한다. 결국 CIA의 팟캐스트는 이 조직이 꾸준히 수행해 온 활동이 디지털 매체라는 환경에 적응한 것뿐이다.

미국이 중국의 틱톡을 금지하려는 것도 중국의 정보 수집 가능성 외에도 중국에 유리한 여론이 만들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즉, 미국 자신이 해 온 일이기에 상대방이 어떻게 사용할지 짐작할 수 있어서 그렇다.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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