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자체 개발 슬롯머신 ‘KL Saberi’ 첫 해외 판매…동남아 시장 진출 박차

강원랜드

필리핀서 RGB와 30대 판매 계약
280대 자체 공급해 96억 비용 절감
일자리 창출, 한류문화 확산에 기여

강원랜드는 지난 12일 필리핀 마닐라 소재 쉐라톤 마닐라베이 호텔에서 RGB와 자체 개발 슬롯머신 ‘KL Saberi’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 강원랜드]

강원랜드는 카지노 운영을 넘어 2017년엔 슬롯머신 제조 사업에 뛰어들었다. 카지노 운영사가 슬롯머신을 직접 개발·생산하는 기업은 오스트리아의 ‘노보메틱’이 대표적으로,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극소수다. 강원랜드는 자체 제작 슬롯머신의 브랜드명을 ‘KL Saberi’로 지었는데, 제조 사업지가 있는 폐광지역 태백시 문곡리 ‘사배리’의 지명에서 땄다. ‘Saberi’는 페르시아어로 ‘인내, 꿋꿋함’이라는 뜻으로, 슬롯머신 국산화를 위해 강원랜드가 걸어갈 과정을 의미하기도 한다.

강원랜드의 슬롯머신 제조 사업은 ▶외화 획득 ▶비용 절감 ▶지역 상생 ▶한류 문화 확산 등의 효과를 기대하게 한다. 단순 신 수익사업 추진 이상의 의미를 갖는 것이다.

올해 처음 강원랜드는 자체 개발 슬롯머신의 정식 해외 판매 계약을 체결하고 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계약된 슬롯머신은 태백 현장에서 제작해 올 상반기 내 필리핀 현지에 설치할 예정이다.

강원랜드는 지난 12일 필리핀 마닐라 소재 쉐라톤 마닐라베이 호텔에서 동남아시아 최대 슬롯머신 유통사인 RGB와 슬롯머신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으로 강원랜드는 자체 개발 슬롯머신 30대를 필리핀의 한 카지노에 공급한다.

강원랜드는 앞서 2019년에 RGB와 맺은 슬롯머신 공급 계약을 통해 트라이얼 방식(해당 카지노에 신규 머신을 일정 기간 시범운영 후 시장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정식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KL Saberi’ 총 38대를 필리핀 소재 카지노 5곳에 공급해 왔다.

강원랜드는 이번 계약을 발판삼아 올해 아시아 시장 대상 총 150대 판매, 약 17억원의 매출을 창출하고, 장기적으로는 유럽과 미국까지 시장을 확대해 2027년 510대 판매, 100억원의 매출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삼걸 강원랜드 대표는 “이번 계약은 강원랜드가 머신 개발 사업을 시작한 이후 첫 해외 판매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슬롯머신 제조 사업은 국내 관련 중소기업 육성, 지역 고용 창출, 외화 획득 등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어 향후 강원랜드 미래 먹거리로 집중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원랜드의 카지노는 현재 ▶테이블 193대 ▶전자테이블게임 7대 ▶머신게임 1360대를 운영하고 있다. 슬롯머신의 교체주기는 7년으로, 대당 4000만원 내외의 슬롯머신을 평균 100여 대 교체하는 데에만 연간 40억원이 소요된다.

강원랜드는 그간 미국·호주·오스트리아에서 수입하던 머신 대신 자체 제작 슬롯머신 ‘KL Saberi’ 280대를 당사 카지노에 공급함으로써 96억원 상당의 비용 절감 효과를 냈다.

‘KL Saberi’를 다른 카지노에 납품해 판매 수익도 올리고 있다. 강원랜드는 자체 제작 슬롯머신을 대구 수성구 호텔인터불고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 ‘골든크라운’에 6대, 그랜드코리아레저(GKL)에 13대를 각각 납품해 판매 매출을 창출한 바 있다.

강원랜드의 슬롯머신 개발은 일자리 창출, 관련 국내 중소기업 육성 등 상생 측면에서 파생되는 경제적 효과가 높다. 향후 본격적인 머신 제작을 위해 강원랜드는 강원도 폐광지역 4개 시·군 중 하나인 태백시에 슬롯머신 생산 공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태백시 머신 개발 사업지에는 개발 인력과 세일즈 직원 20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공장 설립 시 제조·교육·훈련·행정지원·서비스 등의 직무에 약 80명이 추가 고용될 것으로 예상돼 폐광지역 일자리 창출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강원랜드는 한류문화 확산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한국의 전통무용인 부채춤을 접목해 개발한 게임 ‘부채춤 777’ 등 K-콘텐트를 접목한 소프트웨어를 수출한 것이 대표적이다. ‘부채춤 777’ 외에도 머신 내에 한글 자음 ‘ㄱ·ㄴ·ㄷ’, 태극 문양, 장구와 북 등 한국의 멋을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심벌을 활용하고 있다.

김재학 중앙일보M&P 기자 kim.jaiha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