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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공유=사랑' 저버린 넷플릭스…'빌붙기' 과금에 웃은 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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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OTT 계정을 공유하는 구독공유 중개 플랫폼. 계정을 공유할 사람을 연결해주고 요금을 정산해 주는 대신 수수료를 받는다. [사진 피클플러스]

OTT 계정을 공유하는 구독공유 중개 플랫폼. 계정을 공유할 사람을 연결해주고 요금을 정산해 주는 대신 수수료를 받는다. [사진 피클플러스]

3월 말부터 국내에서도 넷플릭스 계정 공유에 대한 추가 과금(이하 공유 요금제)이 실시될 전망이다. 실적 반전 카드를 고민하던 넷플릭스가 일부 국가에서만 선보인 공유 요금제를 한국에서도 확대 적용하기로 하면서다.

넷플릭스는 지난 20일(현지시간) 공개한 주주 서한에서 “1분기 말에 계정 공유 유료화를 대대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가족이 아닌 제3자와 계정 공유 시 1인당 2~3달러를 추가 과금하겠다는 것이다. 공유 요금제는 지난해 3월 칠레, 아르헨티나 등 남미 국가에 먼저 선보였다. 계정 소유자의 IP 주소, 계정 활동 등으로 동거 가족과 제3자를 구분하는 식이다. 한국엔 3월 말쯤 이 요금제가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넷플릭스는 전체 가입자 2억3000여명 가운데 약 절반은 가족, 친구 등과 계정을 공유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른바 ‘무칭(mooching, 빌붙기)’ 현상이다. 그간 넷플릭스는 ‘사랑은 비밀번호를 공유하는 것(Love is sharing a password)’이라고 홍보하며 계정 공유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했지만, 수익성 악화에 입장을 선회했다. 넷플릭스는 최근 주주 서한에서 “계정 공유를 유료화하면 일부 가입자는 구독을 취소할 수 있다”면서도 “기존에 계정을 빌려 쓰던 가구가 이번에 자체 계정을 만들면 전체 계정 수가 늘고 수익도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조사에서 국내 넷플릭스 가입자의 42.5%가 “계정 공유 과금 시 서비스를 해지하겠다”고 답했으며,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계정을 공유하겠다”는 가입자는 24.2%에 그쳤다. 강준석 KISDI 연구위원은 “이용자들에겐 계정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도 서비스 이용의 주요 요인이었다”며 “넷플릭스가 공유 요금제를 적용해도 매출이 늘지 않을 수 있고 오히려 해지가 늘어 광고 등 관련 매출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티빙, 웨이브, 쿠팡플레이 등 국내 OTT 업계는 넷플릭스의 공유 요금제를 관망 중이다. 국내 OTT 업체 관계자는 “OTT 복수 가입자가 상당한데, 계정 공유를 차단하거나 과금할 경우 구독 해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이런 이탈자가 토종 OTT로 유입될 수 있다는 약간의 기대감도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OTT 구독공유 중개 플랫폼도 확산하고 있다. OTT 계정을 공유할 사람들을 연결해주고 요금을 정산해주는 대신 수수료를 받는다. 국내에도 피클플러스, 링키드, 위즈니 등이 영업 중이다.

구독공유 중개 플랫폼들은 넷플릭스의 공유 요금제를 호재로 본다. 20대 1인 가구를 중심으로 1개 회선용 저가요금제보다 4개 회선이 동시 접속할 수 있는 고가요금제를 공유하는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어서다. 넷플릭스 등 대부분의 OTT의 고가요금제는 FHD(해상도 1080p)보다 해상도가 4배 높은 4K 고화질 콘텐트를 볼 수 있다.

이용자 20만 명 이상인 피클플러스관계자는 “넷플릭스는 계정공유를 금지하는 게 아니라 유료 멤버십을 추가하는 것”이라며 “추가 비용만큼 공유자들이 나눠내면 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체인 링키드 역시 “공유 요금제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경우 기존에 가족, 친지와 계정을 나눠쓰던 이용자까지 구독공유 중개 플랫폼으로 넘어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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