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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값만 1억원…한우 농가 “소 먹이 주는 것도 겁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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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면

26일 오후 경북 의성군 신평면 한 한우농가 앞에 곤포 사일리지가 쌓여 있다. 김정석 기자

26일 오후 경북 의성군 신평면 한 한우농가 앞에 곤포 사일리지가 쌓여 있다. 김정석 기자

“20년간 한우를 키우면서 볏짚 가격이 이렇게 비싼 적은 처음입니다. 소먹이에만 1억원이 들어갔습니다.”

경북 안동시 풍천면에서 한우 200두를 사육하고 있는 권순욱(50)씨는 “예년에는 개당 6만5000원 하던 곤포 사일리지를 9만5000원에 샀다”며 “천정부지로 치솟은 가격 탓에 소에게 먹이 주기가 겁날 지경”이라고 말했다.

‘논두렁 위의 마시멜로’나 ‘공룡 알’ 등으로 불리는 조사료용 곤포 사일리지 가격이 폭등하면서 한우업계가 한숨을 쉬고 있다.

곤포 사일리지는 볏짚 등 사료 작물을 곤포에 밀봉해 저장 후 발효시킨 조사료다. 벼농사가 끝난 후 알곡을 턴 볏집을 ‘원형베일러’라는 장비로 둥그렇게 말아 포장해 만든다. 곤포 사일리지 공급업자가 농가에서 한 마지기(660㎡·200평) 단위로 값을 치러 볏짚을 산 뒤 이를 곤포 사일리지로 가공해 한우농가에 판다.

지난 연말 곤포 사일리지 가격이 폭등한 것은 건초 수입이 원활하지 않게 되면서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와 장기화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고유가·고환율까지 겹치며 수입 건초 가격이 폭등해 국산 조사료용 볏짚 수요가 증가했다.

경북 의성군에서 벼농사를 짓는 한 농민은 “볏짚을 찾는 농가가 늘어나면서 마지기당 3만원씩 받았던 게 지난 연말에는 5만원으로 올랐다”고 전했다. 고물가로 포장재 가격, 운송 비용 등도 오르면서 최종 판매가가 가장 비쌌던 지난 연말에는 11만5000원까지 치솟았다고 한다.

최근 한우 가격이 폭락한 것도 축산업계 시름을 더하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600㎏ 소 한 마리는 평균 513만2000원에 거래됐다. 같은 날짜를 기준으로 지난해에는 661만7000원, 2021년엔 709만8000원에 팔렸다. 전국한우협회 등에 따르면 경북 예천군과 충북 음성군 축산농 2명이 늘어난 빚을 감당하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전인주 전국한우협회 경북도지회 부회장은 “정부 차원 지원을 통해 국내에서 조사료 생산 기반을 대폭 확충해 건초 수입에 의존하던 구조에서 벗어나야 축산농가 시름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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