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일할 사람 구합니다”…한국 최고 ‘부자도시’가 소멸 위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18면

조선업 메카로 불린 울산 동구의 현대중공업에서 배를 건조 중인 근로자들. [사진 현대중공업]

조선업 메카로 불린 울산 동구의 현대중공업에서 배를 건조 중인 근로자들. [사진 현대중공업]

1인당 지역총소득 5935만원, 지역내총생산 6913만원. 각각 5421만원·4965만원으로 서울을 제친 도시. 국내 유일 ‘6만불 도시’로 불리는 울산의 소득 수준이다. 그런데 이 부자도시 경제를 견인하는 한 도심 지역이 ‘지방소멸 우려’ 꼬리표를 한번 달더니, 좀처럼 떼어내지 못하고 있다. 현대중공업·미포조선 등 국내 1등 조선소가 모인 울산 동구 이야기다.

산업연구원은 지난해 11월 국내 228개 시·군·구 인구 변화를 조사, 울산 동구를 소멸 우려 지역으로 분류했다. 인구가 계속 감소하는 만큼 지방소멸 위험이 있다면서다. 광역시에 속한 도심 지자체, 그것도 이른바 ‘돈이 잘 도는 경기 좋은 곳’의 소멸 우려는 이례적이었다.

이런 동구의 지방소멸 그림자는 2016년부터 예견됐다. 2015년 18만1207명이던 동구 인구는 2017년 17만3096명으로 줄었고, 최근엔 15만1711명으로 감소했다. 인구 감소는 고령화, 신생아 출산 0명 같은 시골 군 단위 지방소멸 원인과는 결이 다르다. 지역 경제 기반인 조선업 불황이 주원인이어서다.

동구청에 따르면 전체 지역 주민 30~40% 정도는 조선업 종사자 또는 그 가족으로 추산된다. 즉 조선업 불황에 따른 인구 이탈 현상이 ‘소멸 우려’를 만든다는 의미다. 이를 보여주듯 조선업 호황기인 2014년 현대중공업 근로자는 협력업체 직원을 포함해 6만2000여 명에 달했다. 이후 조선업 불황 등을 거치면서 2017년 2만9700여명, 올해 들어 2만5400여명으로 감소했다.

현대중공업이 LNG선 7척을 2조원에 수주하면서 지난해 중순부터 조선업은 불황에서 회복세로 바뀌었다. 그렇지만 앞서 조선업 불황에 동구를 떠난 근로자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고 있다. 동구청 관계자는 “조선업은 실외에서 일해야 하고, 어떤 상황에선 선박 높은 곳에 매달리는 등 다른 업종보다 위험한 측면도 있다. 건설 자동화 속도가 떨어지고 여기에 임금도 그리 높지 않다 보니 떠나간 근로자들이 돌아오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구감소, 이에 따른 소멸 우려 꼬리표가 여전히 동구에 붙어있는 이유다.

현대중공업 측은 “배 수주가 많아 인력이 많이 필요한 상황으로, 현재도 2000여명의 일자리가 남아있다”며 “일당 14~24만원, 학자금 연 575만원, 주택자금대출이자 연 150만원, 식사 무료 제공 등 협력업체(160여개) 근로자 지원책까지 마련해 동구에서 일할 근로자를 적극적으로 모집 중이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울산 동구의 소멸위기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 이에 지난 17일 각계 전문가 등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울산시의회 시민홀에서 ‘소멸위기 동구를 살리기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이경우 울산연구원 경제산업연구실장은 “조선산업 고도화·스마트화, 전기차·이차전지 클러스터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정책토론회를 주관한 홍유준 울산시의원은 “조선업에만 기대지 말고 일자리의 다양성, 새로운 사업을 발굴해야 동구의 소멸 우려 꼬리표를 뗄 수 있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