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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탐욕 그렸다, 결국 타죽는 불나방들 이야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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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디즈니+ ‘카지노’는 필리핀 카지노의 제왕 차무식(최민식)이 살인사건에 휘말리며 벼랑 끝에 서는 이야기. 배우 최민식과 손석구(아래 사진)의 조합으로 화제가 됐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디즈니+ ‘카지노’는 필리핀 카지노의 제왕 차무식(최민식)이 살인사건에 휘말리며 벼랑 끝에 서는 이야기. 배우 최민식과 손석구(아래 사진)의 조합으로 화제가 됐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카지노’라는 랜턴에 몰려들었다가 타죽는 불나방들의 이야기입니다.”

30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카지노’ 강윤성(52) 감독은 자신이 각본부터 연출까지 책임진 작품을 이렇게 압축했다. “카지노라는 특이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사건과 인간의 탐욕을 묘사하고 싶었다”면서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는 배우 최민식과 손석구의 조합으로 방영 전부터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SLL 산하 레이블 BA엔터테인먼트 등이 제작했다.  “초반 전개가 늘어진다”는 혹평도 있었지만, 디즈니+ 한국 오리지널 작품 중 최대 시청 시간(공개 첫주 기준)을 기록하며 화제성을 입증했다.

강 감독은 공개 초반 나온 부정적인 평가를 접하고도, 앞부분 전개를 달리 했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주인공 차무식(최민식)이 필리핀에서 카지노 제왕에 등극하기까지의 전사를 치밀하게 쌓는 게 후반부 재미를 위해 꼭 필요한 연출이었기 때문이다. “카지노에서 벌어지는 사건만 다뤄서는 그냥 말초 신경만 자극하는 이야기가 될 것 같았어요. 한 인물을 쭉 따라가지 않으면 이야기가 후반부 가서 힘을 못 받겠다 싶기도 했고요. 뒷부분을 보면 왜 이런 전사가 들어갔는지 관객들이 충분히 이해하실 거라 생각해요.”

디즈니+ ‘카지노’는 필리핀 카지노의 제왕 차무식(최민식)이 살인사건에 휘말리며 벼랑 끝에 서는 이야기. 배우 최민식(위 사진 가운데)과 손석구의 조합으로 화제가 됐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디즈니+ ‘카지노’는 필리핀 카지노의 제왕 차무식(최민식)이 살인사건에 휘말리며 벼랑 끝에 서는 이야기. 배우 최민식(위 사진 가운데)과 손석구의 조합으로 화제가 됐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같은 맥락에서 배우 손석구가 연기한 코리안데스크(해외 한인 사건을 담당하는 파견 경찰) 형사 오승훈이 5회나 돼서야 처음 등장한 데 대해서도 “단순히 범법자를 잡는 형사물이 아니기 때문에 촬영 후반부터 손석구 배우가 너무 잘됐다(인기가 급상승했다)는 걸 알았음에도 일부러 더 빨리 등장시키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뒤로 갈수록 서서히 갈등이 고조되는 구조 덕분에 시즌1 후반부터는 호평이 나오기 시작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9일 조사해 20위까지 발표한 ‘한국인이 좋아하는 방송영상프로그램’ 순위에서 OTT 작품으로는 드물게 17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달 순위에 포함된 OTT 드라마는 넷플릭스 ‘더 글로리’(2위)를 제외하고는 ‘카지노’가 유일했다.

강 감독은 디즈니+ 본사의 결정에 따라 첫날(지난달 21일) 1~3회를 동시 공개한 이후부터는 한 주에 한 회씩 공개한 것에 대해 “처음엔 넷플릭스처럼 한 번에 공개하는 게 낫지 않나 싶었다”면서도 “그 방식은 단기간에 화제가 타올랐다가 사라질 수도 있다. 이렇게 장기적으로 끌고 가는 게 화제를 지속시키는 면에서는 이득이겠다 싶어 지금은 만족한다”고 말했다.

강윤성

강윤성

실제 필리핀에서 카지노를 운영했던 인물을 2019년 우연히 만난 걸 계기로 각본을 쓰기 시작한 만큼, 강 감독이 가장 주력한 부분은 카지노의 세계를 최대한 ‘있을 법하게’ 구현하는 것이었다. 오승훈 캐릭터도 실제 코리안데스크에 근무했던 모델을 취재해 구축했다. 등장인물 중 이름이 나오는 캐릭터만 170여명에 달한다고 한다. ‘범죄도시’(2017)로 데뷔한 영화감독 출신인 그는 드라마 각본 작업에서 어려웠던 점으로 “(캐릭터가 너무 많아서) 글을 쓰다가 이름을 계속 잊어버렸던 경험”을 떠올리며 웃었다.

필리핀 현지에서 이뤄진 3개월 간의 로케이션 촬영은 배우들의 몰입도에도 도움이 됐다. 강 감독은 “3개월 동안 배우들이 한 호텔에서 합숙했는데, 마치 연구원처럼 캐릭터를 팠고 회의·리허설도 굉장히 많이 했다. 나중에는 각자 맡은 인물이 돼 있는 느낌이었다”고 돌이켰다.

MBC ‘사랑과 이별’(1997) 이후 25년 동안 드라마 출연이 없었던 최민식을 섭외할 수 있었던 건 함께 준비하던 영화 ‘인턴’이 엎어지면서였다. 동명의 할리우드 원작을 한국판으로 리메이크하려던 계획이 워너브라더스 코리아의 제작부서 철수로 무산된 가운데, 최민식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작업이 중단돼서 절망하고 있는데, 선배님이 저한테 ‘이렇게 헤어질 수는 없다. 다른 거 써놓은 것 없냐’고 먼저 물어봐 주셨어요. 그때 미리 써놨던 ‘카지노’를 건네 드렸고 이틀 만에 같이 하자고 답을 주셨어요.”

그는 현장에서의 최민식은 “항상 웃기려고 드는 분위기 메이커”인 동시에 “늘 집합 시간에 한 시간 일찍 오고, 중요한 신을 찍을 땐 (후배들이) 눈치를 볼 정도로 확 몰입하는 배우”라고 말했다.

시즌1이 카지노 생태계 묘사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면, 내달 15일부터 공개되는 시즌2는 “차무식에게 휘몰아치는 폭풍 같은 이야기들과 그의 도전이 펼쳐질 것”이라고 강 감독은 예고했다. 앞으로 SF물에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그는 어떤 장르든 “‘저런 세상이 정말 존재할 수 있다’고 믿게끔 하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세계처럼 ‘진짜’ 같이 묘사되는 이야기에 큰 감명을 받거든요. ‘카지노’도 많은 시청자들이 일상에서는 접할 수 없는 세계를 간접 경험하게 하는 작품이 되길 바랍니다. 작품을 통해 어떤 교훈을 던질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그저 인간 본연의 모습을 꾸밈없이 그린 작품을 편하게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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