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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연착륙에 총력전…다주택·영끌족 대출 규제도 푼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또 푼다. 이번에는 대출을 중심으로 한 금융 관련 규제다. 이는 급락하는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급격한 집값 하락이 금융시장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다주택자 대출도 허용한다

서울 강남구 대모산에서 바라본 강남권 아파트의 모습. 뉴스1

서울 강남구 대모산에서 바라본 강남권 아파트의 모습. 뉴스1

30일 금융위원회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런 내용을 담은 ‘2023년도 업무계획’을 보고했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다주택자와 고가주택(시가 9억원 초과)을 보유한 1주택자에 강도 높은 대출 규제를 시행했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이 냉각되자, 지난해 정부는 집값과 상관없이 1주택자의 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50%로 올리는 1차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를 발표한 바 있다.

이번에는 한 발 더 나갔다. 금융위는 문 정부에선 금기시했던 다주택자 대출 규제 완화까지 추가로 내놨다.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풍부한 다주택자가 집을 살 수 있게 함으로써, 급격한 집값 하락을 막겠다는 의도다. 우선 현재는 대출이 불가능한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 주택담보대출을 LTV 30%까지 허용한다. 문 정부 때 막아 놓은 주택임대·매매업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도 ▶규제지역은 LTV 0→30% ▶비규제지역은 LTV 0→60%까지 올린다.

특히 금융위는 “가계부채 및 주택시장 상황을 봐가며, 1주택자 LTV도 추가로 완화하겠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이전에는 주택 수와 규제지역에 상관없이 LTV 70%를 일괄 적용했었다. 이번에 발표한 금융위 대책이 모두 시행된다면, 일부 다주택자 LTV 규제를 빼고 사실상 문 정부 이전 수준으로 대출 규제가 대폭 풀리는 셈이다.

‘영끌족’ 보증금 반환 대출 쉬워져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임차보증금 반환 목적의 대출 규제도 대거 해제한다. 집값 급등기에 전세를 끼고 무리하게 집을 산 ‘영끌족(가진 돈을 모두 끌어모아 부동산 등에 투자한 사람)’ 중에 최근 전셋값 하락으로 보증금 반환이 어려워진 사람이 많아서다. 이들이 전세금을 반환하지 못하면 부동산 가격 하락을 넘어 금융시장 불안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게 금융당국 판단이다.

우선 보증금 반환 목적의 대출에 적용했던 투기·투기과열지역 내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대출한도(2억원)를 폐지한다. 이럴 경우 15억원 초과 아파트도 보증금 반환 대출을 LTV와 보증금 범위에서 자유롭게 받을 수 있다. 또 보증금 반환 대출시 9억원 초과 주택은 반드시 집주인이 전입해야 하는 의무 조항도 삭제한다. 또 다주택자도 다른 주택을 처분하지 않고도 임대보증금 반환 대출을 받을 수 있게 규제가 풀린다. 금융위 관계자는 “문 정부 당시 부동산 대출을 조금이라고 줄이고자 만든 규제인데, 현재는 불필요해 규제를 과거 수준으로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업무보고 사전브리핑을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업무보고 사전브리핑을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전세대출 부담도 줄인다. 우선 낮은 수준의 고정금리로 지원하는 전세자금 대출상품을 조만간 출시한다. 또 현재 전세대출보증을 받을 수 없었던, 부부합산소득 1억원 초과 1주택자와 시가 9억원 초과 1주택자도 보증이 가능해진다. 전세보증을 받으면 대출 규모 커지고 금리도 싸진다. 다만 ‘갭투자(전세를 끼고 집을 구매하는 것)’ 확대를 막기 위해 다주택자와 투기·투기과열지역에서 3억원 초과 아파트를 보유한 1주택자는 여전히 보증제한을 받는다.

DSR 규제는 유지…적용 시점 한시 조정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러나 대출규제 '끝판왕'으로 불렸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는 그대로 둔다. 고금리 상황에서 이 규제까지 풀면, 그나마 겨우 증가세가 잡힌 가계대출이 다시 늘 수 있어서다. 최근 한국의 가계대출 증가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6배로 규모 면에서도 최고 수준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외국에서 우리나라 과잉부채 문제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부채 늘리는 방향의 정책은 지금 시점에서 맞지 않다고 본다”며 했다.

다만 기존의 빚을 갚기 위한(대환) 대출은 DSR 적용 기준시점을 대환 시점이 아닌 대출 시점으로 1년간 한시 적용한다. 최근 금리 상승에 원리금 상환액이 늘어난 점을 고려해 DSR 규제를 강화 전 기준으로 적용하겠다는 의미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고금리 상황에서는 이렇게 규제를 푼다고 해도 대출을 늘리기 쉽지 않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이 갑자기 반등하긴 어려워 보인다”면서도 “다만 규제 완화로 여력이 있는 다주택자 매매를 유도하면 부동산 가격 안정에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순 있을 것”이라고 했다.

부동산PF 지원 및 부실사업 정리 추진

정부는 최근 채권시장 불안 원인이었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책 등 금융시장 안정 방안도 함께 발표했다. 부동산PF는 정상 사업장과 부실 사업장을 나눠 대응한다. 사업성이 좋은 정상 사업장은 보증 지원을 통해 브릿지론(시행사가 본PF를 시작하기 전 토지 계약금 등을 대출받는 것)의 본PF 전환, PF-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의 장기대출 전환을 유도한다. 또 채권안정펀드 등을 통한 자금 지원도 할 계획이다.

부실 우려가 있는 사업장은 대주단을 통해 자율적 사업장 정리를 유도한다. 또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중심으로 ‘부실PF 매입·정리 펀드’를 조성해 사업장 정상화도 지원한다. 이 밖에 금융시장 안정 위해 40조원 이상 시장안정프로그램도 가동한다.

기업 부실이 금융권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10억원 이상 소규모 기업 워크아웃을 위한 신용위험평가대상도 확대한다. ‘기업구조혁신펀드(1조원)’도 조성, 캠코의 자산 매입 후 임대 프로그램(Sale&Lease Back) 등과 연계해 부실기업 재기를 돕는다. 은행권에는 특별대손준비금 적립 요구권을 신설해 기업부실을 금융권이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을 높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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