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도 유시춘 의혹 겨눴다…대통령실, 방통위 이례적 감찰

유시춘 EBS 이사장의 모습. 최근 총리실과 대통령실은 방송통신위원의 2018년 유시춘 이사장 임명 관련 의혹 감찰에 나선 상황이다. [뉴시스]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한 감찰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실이 직접 특정 부서 감찰에 착수한 것과 이런 사실이 외부에 알려진 것 모두 이례적이다. 대통령실은 한국교육방송공사(EBS) 유시춘 이사장 임명 과정에 대한 의혹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중으로, 이미 방통위 일부 직원에 대한 조사도 마친 상태라고 한다. 2018년 임명된 유 이사장은 2021년에 연임, 임기가 2024년까지다.

유측 "檢서 이미 무혐의"

방통위는 유 이사장 임명 과정과 관련해 3일부터 국무조정실(총리실) 산하 공직복무관리관실의 감찰을 받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대통령실이 이례적으로 추가 감찰에 나선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30일 방통위 감찰과 관련한 질문에 “대통령이 임명한 공직자의 비위와 직무 태만을 방치하는 것이 직무유기일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총리실 감찰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대통령실도 함께 나선 것은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통령실과 총리실은 2018년 유 이사장 임명 당시 방통위의 부실 검증 의혹에 대한 제보를 받고 이를 살펴보는 중이라고 한다. 임명 과정 때 이미 논란이 됐던 유 이사장의 과거 정당 활동 경력에 대한 검증 여부도 대상 중 하나다.

법령에 따르면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자의 당선을 위한 자문이나 고문의 역할을 한 사람, 혹은 정당의 당적을 지닌 사람은 그로부터 3년이 지나야 EBS 임원이 될 수 있다. 유 이사장은 2017년 5월까지 문재인 대선후보 캠프에서 유세단으로 활동하다가 이듬해 EBS 이사장으로 선출됐다. 그 전에도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과 민주통합당의 비례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등 정치 활동을 해왔다. 이 때문에 2018년 이사장 임명 당시 야당이던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부적격 인사”라며 검찰 고발까지 했다.

유시춘 이사장과 관련해 총리실에선 지난 3일부터 관련 감찰에 나섰던 상황에서, 최근 대통령실이 추가 감찰에 나섰다. 사진은 30일 국무회의에 참석한 한덕수 국무총리의 모습. 연합뉴스

이에 대해 유 이사장 측은 “이미 검찰 수사에서 대선 유세단 활동이 EBS 법상 공식 정당 활동으로 보기 어렵고, 방통위가 당시 자유한국당ㆍ민주당ㆍ바른미래당ㆍ정의당ㆍ민주평화당 등 5개 정당에 유 이사장의 당적을 확인한 결과 유 이사장이 당적을 보유한 적이 없음이 확인돼 2년 전 무혐의를 받았다”고 밝혔다. 또, “유 이사장을 상대로 자유한국당이 제기한 이사선임결의 무효확인 민사소송 및 가처분 소송도 각하됐다”고 전했다. 이미 관련 의혹이 모두 해소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실과 총리실은 방통위의 검증 과정에 대한 재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부실 검증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방통위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 의뢰도 배제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대통령실이 직접 나선 이상 문재인 정부 당시 유 이사장 임명에 관여한 전직 상임위원 등 방통위 고위 인사에 대한 조사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